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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 빚만 1억6000만원”…"영업시간 제한 완화하라"

중앙일보

입력

자영업자 "가게 문열면 적자만 쌓여"
충남 천안시 신방동에서 7년째 호프집을 운영하는 김모(45)씨. 그는 다른 자영업자와 마찬가지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의 직격탄을 맞았다. 김씨 호프집 매출은 사회적 거리두기에 따른 영업시간 제한으로 코로나19 이전보다 70%가 줄었다. 매출 감소가 이어지자 그는 은행에서 돈을 빌려 가게를 운영했다. 지금까지 빌린 돈만 5000만원에 달한다고 한다.

지난 21일 오후 서울 마포구 홍대입구역 인근에서 정부의 영업시간 제한에 항의하는 촛불 문화 행사를 하는 코로나 피해 자영업 총연합 회원들 뒤로 10시가 지나 가게를 나온 시민들이 지나가고 있다. 이날 자영업자들은 밤 10시부터 영업시간 제한 철폐를 요구하는 점등시위를 이어갔다. 뉴스1

지난 21일 오후 서울 마포구 홍대입구역 인근에서 정부의 영업시간 제한에 항의하는 촛불 문화 행사를 하는 코로나 피해 자영업 총연합 회원들 뒤로 10시가 지나 가게를 나온 시민들이 지나가고 있다. 이날 자영업자들은 밤 10시부터 영업시간 제한 철폐를 요구하는 점등시위를 이어갔다. 뉴스1

김씨는 “한달 매출이 수백만원 정도인데 점포 임차료와 음식 재료비, 가게 운영비 등을 제외하면 적자”라며 “적자가 계속 쌓이지만, 점포 문을 닫을 수도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그는 “확진자는 늘고 있지만, 치명률이 낮아지는 만큼 영업시간을 완화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자치단체장 "영업 24시까지 연장해야"
자영업자의 원성이 커지자 자치단체들이 영업시간 제한 완화를 촉구하고 나섰다. 박상돈 천안시장은 최근 “지난 2년간 생계를 위협받은 소상공인과 자영업자 고통에 더 이상 눈감을 수 없다”며 “정부는 3차 백신 접종자를 대상으로 영업시간을 24시까지 확대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오미크론 변이 바이러스는 전파력은 높지만 치명률은 0.14%에 그치며 독감(0.1%)과 비슷한 만큼 그동안의 방역 정책에 획기적인 변화를 줌으로써 자영업자와 소상공인들의 피해를 최소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지난 20일 오후 서울 시내 한 식당에 새 거리두기 안내문이 붙어있다. 정부는 다음달 13일까지 개편되는 방역 체계에 따라 다중이용시설의 영업시간 제한을 현행 오후 9시에서 오후 10시로 1시간 연장했다. 사적모임 인원 제한은 최대 6명까지로 유지한다. 뉴시스

지난 20일 오후 서울 시내 한 식당에 새 거리두기 안내문이 붙어있다. 정부는 다음달 13일까지 개편되는 방역 체계에 따라 다중이용시설의 영업시간 제한을 현행 오후 9시에서 오후 10시로 1시간 연장했다. 사적모임 인원 제한은 최대 6명까지로 유지한다. 뉴시스

박 시장은 “3차 백신 접종자를 대상으로 영업시간을 확대하고 소상공인 회복을 위해 제도적·재정적 지원책을 마련해 달라”고 정부와 충남도 등에 요구했다.

오세현 아산시장도 최근 페이스북에서 “이제 ‘조금만 더 힘을 냅시다’라는 막연한 대답보다 ‘3차 접종 완료자 대상 24시까지 영업 가능합니다’와 같은 명확한 대책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정부는 지난 19일부터 음식점·카페 등 영업시간 제한시간을 오후 9시에서 오후 10시로 1시간 연장했다.

 "소규모 PC방은 대부분 문닫아" 

지난 19일부터 식당·카페 등의 영업시간 제한이 기존 오후 9시에서 오후 10시로 시간 연장된 가운데 20일 서울 종로의 한 식당 앞에 1시간 연장기념 서비스로 새우를 제공한다는 안내문이 붙어 있다. 연합뉴스

지난 19일부터 식당·카페 등의 영업시간 제한이 기존 오후 9시에서 오후 10시로 시간 연장된 가운데 20일 서울 종로의 한 식당 앞에 1시간 연장기념 서비스로 새우를 제공한다는 안내문이 붙어 있다. 연합뉴스

영업시간 제한으로 가장 피해가 큰 자영업은 호프집을 포함해 단란주점·노래방·PC방 등 심야 영업 업종이다. 대전에서 PC방을 운영하는 김모씨는 “PC방에게 심야 영업시간 제한 조치는 사실상 죽으라고 하는 거나 마찬가지”라며 “지난 2년간 점포 유지를 위해 집 등을 담보로 1억6000만원 정도 대출받았다”고 했다. 김씨는 "소규모 PC방은 대부분 문을 닫은 것으로 알고 있다"고 덧붙였다.

국세청에 따르면 전국 PC방은 2019년 10월 1만208개에서 지난해 10월 9339개로 2000개 가까이 줄었다. 간이주점과 호프집 등도 20%이상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노래방을 운영하는 임모씨는 “자영업자 피해가 워낙 크기 때문에 일률적으로 200만~300만 원씩 주지 말고 점포별로 매출 손실액을 따져서 지급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앞서 부산시 구청장·군수협의회(협의회)는 지난 14일 부산시의회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3차 백신 접종자를 대상으로 영업시간을 자정까지 확대하는 쪽으로 정부가 방역체계를 전환해 달라고 촉구했다.

김부겸 국무총리가 지난 18일 오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중앙안전대책본부회의를 주재하며 발언을 하고 있다. 뉴스1

김부겸 국무총리가 지난 18일 오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중앙안전대책본부회의를 주재하며 발언을 하고 있다. 뉴스1

협의회는 “지속하는사적모임 인원수 규제와 영업시간 제한에도 오미크론 변이 확진자 수가 연일 확대일로에 있음을 볼 때, 현재의 방역 정책이 더는 유효하지 않다는 것을 알 수 있다”면서 “새로운 방역체계로 전환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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