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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붕괴된 아파트, 공원 조성하자"…피해자 보상 협의 마무리

중앙일보

입력

지난달 25일 구조대원들이 광주 광역시 서구 화정아이파크 붕괴 현장에서 실종자를 찾고 있다. 프리랜서 장정필

지난달 25일 구조대원들이 광주 광역시 서구 화정아이파크 붕괴 현장에서 실종자를 찾고 있다. 프리랜서 장정필

피해 보상 협의 일단락…사고 발생 42일 만

하청업체 직원 6명의 생명을 앗아간 현대산업개발 신축 아파트 붕괴사고 피해자 보상 협의가 22일 마무리됐다. 사고 발생 42일 만인 이날 유가족 측은 “붕괴 건물 철거 후에 녹지를 조성하자”고 제안했다.

HDC현대산업개발은 이날 "광주광역시 화정아이파크 붕괴사고 피해자 6명의 유가족 측과 보상 협의를 마무리했다"고 밝혔다.

안정호 피해자 가족협의회 대표도 이날 오후 기자 간담회를 열어 "유가족들은 오늘부로 현대산업개발과 원만히 합의하고 이제 남은 다섯 분을 보내드릴 수 있게 됐다"며 "그동안 힘써 주신 시청과 구청 및 유관 기관, 피해자들의 아픔을 진정으로 받아준 정몽규 현대산업개발 회장에게 감사하다"고 말했다.

유가족 측은 현대산업개발 측과 민·형사상 합의도 마쳤다. 이번 합의는 전날 유가족 측 요청으로 최근 사임한 정몽규 현대산업개발 전 회장이 직접 광주 현장을 찾은 게 영향을 미쳤다는 게 유가족 측 설명이다.

22일 오후 광주 서구 화정아이파크 희생자 합동분향소에서 유가족이 마지막으로 헌화와 분향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22일 오후 광주 서구 화정아이파크 희생자 합동분향소에서 유가족이 마지막으로 헌화와 분향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유가족 "싸움터 아닌 상생 공간 만들자"

현대산업개발 등에 따르면 유가족 측은 사고가 난 201동 건물을 전면 철거한 뒤 그 자리에 소규모 공원 등 녹지를 조성하자고 제안했다. "사고 현장이 반목과 대립, 싸움터가 아닌 상생의 공간으로 거듭나 사람들이 행복하게 살 수 있는 아파트로 재건되는 현장으로 만들어 달라"는 취지라는 게 안 대표의 설명이다.

아울러 유가족 측은 현대산업개발을 비롯한 광주광역시와 서구 등 유관 기관, 인근 상인, 입주 예정자 등이 참여하는 상생협의회 구성도 제안했다. 유가족 측은 상생협의회를 통해 녹지 조성 방안 등을 논의하고 사고가 재발하지 않도록 감시할 예정이라고 가족협의회는 전했다.

정몽규 전 HDC현대산업개발 회장이 지난달 17일 광주 서구 화정아이파크 붕괴사고 현장을 찾아 사과 입장문을 낭독하고 있다. 연합뉴스

정몽규 전 HDC현대산업개발 회장이 지난달 17일 광주 서구 화정아이파크 붕괴사고 현장을 찾아 사과 입장문을 낭독하고 있다. 연합뉴스

현산 "전면 철거 등 정해진 건 없다"  

이에 대해 현대산업개발 측은 "유가족 측이 상생협의회 구성과 201동에 대한 아이디어를 제안한 건 맞지만, 검토 여부에 대해 저희가 답변드릴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다"고 밝혔다.

현대산업개발 관계자는 중앙일보와의 통화에서 "지금까지는 구조 작업에 필요한 안전 확보를 위한 작업 중이었고, 아직 사고 현장 수습도 마무리하지 못했다"며 "(전면 철거와 재시공 여부 등을 결정하는) 구조 안전진단을 받아야 하는 상황이어서 201동에 대해 어떻게 할지 결정된 게 없다. 당연히 (녹지 조성) 비용에 대해 말할 단계가 아니다"고 했다.

그러면서 "전면 철거 여부는 저희 마음대로 할 수 있는 게 아니다"며 "추후 절차에 대해서도 입주 계약 고객은 물론이고 시청·구청 등과 협의해 하나하나 진행해야 하는 사안"이라고 했다. 일각에서는 "유가족 측 제안대로 201동을 철거한 뒤 소규모 공원을 조성하면 단지 내에 따로 39층짜리 건물을 다시 지어야 하기 때문에 입주 예정자들과 견해차가 있을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지난 6일 구조대원들이 광주 광역시 서구 화정아이파크 붕괴 현장에서 실종자를 찾고 있다. 프리랜서 장정필

지난 6일 구조대원들이 광주 광역시 서구 화정아이파크 붕괴 현장에서 실종자를 찾고 있다. 프리랜서 장정필

장례 절차 시작…합동분향소는 해산

현대산업개발과 유가족 간 피해 보상 협의가 마무리되면서 희생자들의 장례 절차도 이뤄진다. 발견 직후 장례를 마친 피해자 1명을 제외한 나머지 5명에 대한 장례는 오는 25일 시작한다.

연고가 강릉인 피해자 1명은 강릉의료원, 광주에 연고를 둔 4명은 광주 서구 VIP장례타운에서 장례 절차를 진행한다. 장례식장 1층에는 피해자 6명을 애도할 수 있는 공간도 마련된다. 발인은 오는 27일 오전 11시다.

양측이 합의 전까지 운영하기로 했던 합동분향소는 이날 해산했다. 합동분향소에는 전날 오후 6시까지 누적 895명의 추모객이 다녀갔다.

안 대표는 "희생자 6명은 현대산업개발 아이파크 현장에서 일한다는 것을 자랑스럽게 여겨 왔다"며 "이 참혹한 현장에서 꽃이 피고 저희가 나중에 여기를 방문했을 때 행복하게 희생자를 기릴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했다.

앞서 지난달 11일 오후 3시47분쯤 광주 서구 화정동 아이파크 201동 39층짜리 건물의 23~38층 일부 구조물이 무너져 하청업체 직원 6명이 숨졌다. 구조당국은 지난 8일 실종자 6명 중 마지막까지 남아 있던 매몰자를 수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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