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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점' 아직인데 영업시간 완화…정부 "민생 어려워, 최소 조정"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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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리두기 완화를 두고 방역전문가의 경고와 소상공인의 아우성 사이에서 고심하던 정부가 결국 타협책을 내놨다. 사적 모임은 지금처럼 6명까지로 제한하되, 다중이용시설의 영업시간은 기존 오후 9시에서 오후 10시까지로 1시간 늘리기로 한 것이다. "민생 경제의 어려움을 고려한 최소한의 조정"이라는 게 정부의 설명이다. 대폭 완화를 기대한 자영업자들 사이에선 불만이 터져 나온다. 반면 방역전문가들은 확진자가 급증하는 상황에서 '잘못된 시그널'을 줄 수 있다며 우려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관련 기사 〈새 거리두기 '6인·밤 10시'…안심콜·수기명부 중단, QR은 찍는다〉 https://www.joongang.co.kr/article/25049298)

정부 "민생 피폐"…방역전문가들 "정점 지나야"

18일 서울 광화문의 한 음식점에서 관계자가 새 거리두기 조정안 문구가 적힌 안내문을 부착하고 있다. 뉴스1

18일 서울 광화문의 한 음식점에서 관계자가 새 거리두기 조정안 문구가 적힌 안내문을 부착하고 있다. 뉴스1

당초 정부는 영업시간 제한 완화와 함께 사적 모임 인원도 6명에서 8명으로 늘리는 방안을 유력하게 검토했다. 감염 억제보다 위중증 관리에 집중하는 오미크론 체계로 전환한 상황인 데다 자영업자와 여당의 완화 요구도 거셌기 때문이다. 김부겸 총리도 "용기 있는 결단"을 언급하며 대폭 완화를 예고했다. 하지만 결정을 앞두고 신규 확진자 수가 폭증하며 단숨에 10만명 선을 넘어가자 한발 물러설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영업시간 제한 완화안' 역시 진통을 겪었다. 17일 코로나19 일상회복지원위원회에 참석한 한 방역 전문가는 "대부분 방역분과 위원들은 '아직 정점도 확인 못 한 상황에서 더 강화했으면 했지, 완화해서는 안 된다'는 입장이었다"고 전했다. 위원회에서 활동해온 이재갑 한림대 강남성심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16일 위원직을 사임하며 반발하기도 했다. 사퇴 전날 이 교수는 자신의 페이스북에 "이미 현장은 지옥이 되고 있다"며 "최소한 정점은 찍고 나서 거리두기 완화를 논의해 줬으면 한다"고 밝혔다.

중대본은 "9주간 지속된 고강도의 거리두기로 자영업자와 소상공인 등 민생경제의 어려움이 가중되고 있어 완화 요구가 큰 상황"이라며 "고위험군의 중증, 사망 피해를 최소화하는 것으로 방역체계를 개편함에 따라 거리두기의 효과성에 대한 지적도 제기된다"고 시간제한 완화 배경을 밝혔다. 하지만 방역전문가들은 시간제한이 모임 인원 제한보다 더 효과적인 방역 수단이라며 정부의 조치를 이해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김우주 고려대 구로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시간을 늦추는 것 보다 여러 옵션 중에서 차라리 6인에서 8인 늘리는 것이 나았다고 본다"면서 "역대 코로나 최악의 상황으로 치닫고 있는데 거리두기를 1시간이지만 푼다는 것은 이해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반면 자영업자들의 반발을 고려해 대폭 완화를 요구해 온 여당에선 실망스럽다는 반응이다. 송영길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페이스북 글에서 "3차 접종자에 한해 자정(24시)까지 영업을 허용해야 한다"면서 "신속히 중대본에서 재논의할 것을 요구한다"고 말했다.

정부 "2월 말~3월 초, 13~18만 명 예측" 

코로나19 사태 후 처음으로 하루 11만명에 육박하는 신규확진자가 발생한 18일 서울 송파구청 상황실 모니터에 전국 각 지역 확진자 수가 표시돼 있다. 연합뉴스.

코로나19 사태 후 처음으로 하루 11만명에 육박하는 신규확진자가 발생한 18일 서울 송파구청 상황실 모니터에 전국 각 지역 확진자 수가 표시돼 있다. 연합뉴스.

일단 완화로 가닥을 잡은 상황에서 향후 관건은 환자 증가세, 특히 위중증 환자가 얼마나 늘어나느냐다. 정부는 2월 말에서 3월 초쯤 확산세가 정점에 이를 것으로 보고 있다. 이기일 중대본 제1통제관은 "전문가들은 2월 23일에 (신규 확진자) 약 13만명, 3월 2일 18만명 정도를 예측하는 상태”라며 “3월 2일쯤 중환자가 1000명 이상 (나올 수 있고), 2500명까지 예측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2000명 정도는 안정적으로 대응할 수 있으며, 2500명까지도 (감당) 가능할 것 같다”고 했다.

문제는 거리두기 완화 등의 영향으로 정점이 더 빨라지고 가파르게 올라갈 가능성이다. 김우주 교수는 "(확진자 규모가) 완만히 올라가, 또 완만히 내려가야 의료 시스템이 감당 가능한데 갑작스럽게 올라가면 과부하 걸릴 수 있다"고 지적했다. 김 교수는 "중증도가 5분의 1로 줄었다고 하더라도 절대 환자 수는 4~6배는 늘 것"이라면서 "환자 한 명이 병상을 차지하면 사망 또는 회복까지 3~4주가 걸린다는 것을 생각하면 의료 시스템이 감당하기 어려운 상황이 올 수도 있다"고 말했다. 정재훈 가천대 의대 예방의학과 교수도 "오미크론 변이의 중증화율이 아무리 낮다고 하더라도 미접종자, 고위험군에는 매우 위험할 수 있는 상황"이라면서 거리두기 조정안이 자칫 경계 완화 메시지로 읽힐 수 있다고 우려했다.

코로나19 신규 확진자.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코로나19 신규 확진자.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이기일 중대본 제1 통제관은 "2∼3주 간격으로 거리두기 및 방역패스를 단계적으로 조정하되, 3월 13일 이전에라도 의료체계 붕괴 등 위기 상황 발생이 우려되는 경우 강화 조치를 한다"면서 "반대로 도중이라도 정점을 지나 감소세로 전환되는 경우 평가를 거쳐 완화 조치를 검토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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