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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회전 사각지대의 비극…10명중 6명은 길 건너다 치여 사망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숫자로 보는 우회전 교통사고]

 59.4%. 

 경찰청과 도로교통공단에 따르면 최근 3년간(2018~2020년) 우회전 교통사고로 인해 숨진 보행자는 모두 212명이고, 부상자는 1만 3000명이 넘습니다. 이 가운데 길을 건너다 사망한 보행자는 126명으로 전체의 59.4%에 달합니다.

보행자가 길을 건너는 와중에도 차량이 우회전하고 있다. [뉴스1]

보행자가 길을 건너는 와중에도 차량이 우회전하고 있다. [뉴스1]

 10명 중 6명은 길을 건너다 우회전 차량에 치여 목숨을 잃었다는 의미인데요. 특히 횡단보도를 이용해 길을 건너다 숨진 보행자가 94명이나 됩니다. 횡단보도가 아닌 곳으로 건너다 사고를 당한 경우는 32명입니다.

 차에 타고 내리거나, 도로에서 작업하다가 사고가 발생해 숨진 사람은 64명으로 전체의 30.2%였습니다. 나머지 10%는 차도나 길 가장자리 또는 인도로 통행하던 중으로 나타났습니다.

최근 3년간 차종별 우회전 교통사고 비율. [출처 도로교통공단]

최근 3년간 차종별 우회전 교통사고 비율. [출처 도로교통공단]

 이 같은 우회전 차량으로 인한 보행자 사망사고를 가해 차종별로 보면 승용차가 38.2%(81명)로 가장 많고, 이어서 승합차(25.0%, 53명)·화물차(23.6%, 50명)·건설기계(12.7%,27명) 순이었는데요.

 그런데 이 수치를 '전체 보행 중 교통사고'와 비교하면 특이점이 발견됩니다. 전체 보행 중 교통사고의 사망자 비율을 보면 승용차가 59.9%나 되지만 우회전 사고에선 그 비율이 21%p가량 낮아졌습니다.

 반면 승합차와 건설기계는 각각 10%와 2.8%에 그치던 수치가 크게 올라간 겁니다. 도로교통공단 관계자는 "대형차량은 우회전 때 차량 우측의 사각지대가 넓어 사고 위험이 크다"며 "실외 거울 등으로 주변을 충분히 확인한 뒤 천천히 운행해야 한다"고 말합니다.

보행자가 길을 건너는데도 차량이 서지 않고 우회전 하고 있다. [연합뉴스]

보행자가 길을 건너는데도 차량이 서지 않고 우회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참고로 최근 3년간 우회전 보행 교통사고가 4건 이상 발생한 다발지역은 전국적으로 25곳이며, 서울 영등포구 양평동사거리와 서울 강동구 천호사거리가 6건씩으로 가장 많이 발생한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이처럼 안타까운 사고가 이어지면서 보행자 보호를 위한 법령도 개정돼 곧 시행에 들어갑니다. 우선 오는 7월 12일부터 모든 차량은 보행자가 횡단보도를 통행 중일 때는 물론이고 통행하려고 하는 때에도 일시정지를 해야만 하는데요.

 기존에는 횡단보도를 건너고 있을 때만 일시정지 의무가 부여됐지만 이번에 길을 건너려고 할 때까지로 그 대상이 확대된 겁니다. 상당수 선진국처럼 보행자가 횡단보도에 나타나기만 해도 일단 차를 정지하라는 의미입니다.

보행자 보호를 위한 우회전 반사 패넌트.

보행자 보호를 위한 우회전 반사 패넌트.

 내년 1월 22일부터는 우회전 관련 규정도 강화됩니다. 우선 우회전 신호등이 설치된 곳은 해당 신호가 적색이면 우회전을 해서는 안 됩니다. 또 교차로에서 차량 신호등이 적색이면 정지선이나 횡단보도 및 교차로 직전에서 일단 멈춰선 뒤 우회전해야만 합니다.

 도로교통공단의 고영우 교통AI빅데이터융합센터장은 “우리나라 인구 10만 명당 보행 중 사망자 수는 2.5명(2019년 기준)으로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회원국 평균보다 2.3배 많다"고 지적합니다.

 그러면서 "우회전 교통사고는 운전자가 보행자 보호의무를 지키지 않아 발생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운전자는 교차로에선 일단 정지하는 안전한 운전습관을 갖는 게 필요하다"고 강조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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