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리퍼트는 삼성, 비건은 포스코…美 고위 외교관들 韓 기업에 둥지

중앙일보

입력

마크 리퍼트 전 주한 미국대사가 오는 3월 삼성전자 북미법인 대외협력 총괄로 자리를 옮긴다. [중앙포토]

마크 리퍼트 전 주한 미국대사가 오는 3월 삼성전자 북미법인 대외협력 총괄로 자리를 옮긴다. [중앙포토]

미국 고위 외교관과 공직자들이 퇴임 후 속속 한국 기업에 둥지를 틀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 이후 기업 경영에서 지정학적 리스크가 커지면서 행정부와 의회 경험이 있는 전직 관료들을 영입하며 나타난 현상이다.

삼성전자 북미법인은 16일(현지시간) 마크 리퍼트 전 주한 미국대사를 대관 업무를 총괄하는 북미법인 대외협력팀장 겸 본사 부사장에 임명한다고 공식 발표했다. 리퍼트 전 대사는 3월 1일부터 워싱턴DC 사무소를 이끌 예정이다.

삼성전자는 보도자료를 통해 "리퍼트 전 대사가 지정학, 입법, 규제 동향과 정책을 북미법인의 기업 및 사업 전략에 반영할 것"이라고 전했다.

리퍼트 전 대사는 "삼성전자 북미법인은 40년 이상 미국 기술 리더십을 주도해왔고, 한미 경제 관계의 핵심에 자리한다"며 "미국과 세계에서 미래 기술을 형성할 혁신에 투자하는 회사에 합류하게 돼 자랑스럽다"고 소감을 밝혔다.

앞서 지난해 가을 스티븐 비건 전 국무부 부장관은 포스코 고문으로 자리를 옮겼다. 포스코 미국법인이 비건 전 장관이 속한 컨설팅회사와 자문계약을 맺은 형태다. 국제관계 및 투자, 친환경, 통상 문제를 조언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비건 전 부장관은 미시건대에서 러시아어와 정치학을 전공했으며, 조지 W 부시 대통령 때 국가안보회의(NSC) 사무국장을 지냈다. 의회와 행정부 인맥이 두터운 것으로 알려졌다.

트럼프 행정부에서 국무부 부장관으로 영입되기 전까지 미국 자동차 기업 포드에서 대외협력 담당으로 일했다. 2019년 북·미 정상회담 이후 북핵 협상대표를 맡았다. 한국에 출장 올 때마다 '닭 한 마리' 식당을 찾는 것으로 유명하다.

한국 대표 기업들이 미국 행정부와 의회 경험이 있는 관료 출신을 대관 담당으로 영입하는 것은 과거와는 다른 트렌드이다.

리퍼트 전 대사 전임자인 데이비드 스틸 삼성전자 부사장은 매사추세츠공대(MIT) 박사 출신으로 마케팅과 기획홍보 업무를 하면서 대외협력 총괄을 맡았었다. 리퍼트 전 대사는 미국 정부를 상대하는 대관업무에 주력할 것으로 알려졌다.

리퍼트 전 대사는 스탠퍼드대에서 정치학을, 같은 대학 대학원에서 국제정책학을 전공한 뒤 다이앤 파인스타인 상원의원(민주당·캘리포니아주)을 비롯해 여러 의원을 보좌했다.

2005년 버락 오바마 당시 상원의원의 외교정책 자문을 맡았다. 국방부 아시아·태평양 안보 담당 차관보(2012~2013년)를 거쳐 오바마 대통령 지명으로 주한 미국대사(2014~2017년)를 지냈다. 한국에 살면서 나은 아들과 딸 이름을 '세준' '세희'로 짓는 등 한국에 대한 애정을 드러냈다.

고위 관료 출신 영입은 미국 내 정치적 환경 변화에 기민하게 대응하기 위한 행보로 풀이된다. 트럼프 행정부 들어 미·중 전략 경쟁이 본격적으로 펼쳐지면서 지정학이 기업에 미치는 영향이 커졌다. 조 바이든 행정부는 반도체·자동차용 배터리 등 제조업 부활을 추진하면서 기업은 정보력과 정부 및 의회 대응이 중요해졌다.

한국 기업의 위상과 미국 내 투자 규모가 큰 폭으로 상승한 것도 전직 고위직들이 몰리는 또 다른 이유다. 삼성전자는 2024년 완공을 목표로 텍사스주 테일러시에 170억 달러(약 20조원)를 들여 반도체 공장을 지을 계획이다. 포스코는 다양한 글로벌 신규 투자를 검토하고 있다.

LG그룹은 SK와 배터리 소송을 벌이면서 글로벌 대관 업무 필요성을 느껴 최근 워싱턴DC에 사무소를 새로 열었다. 행정부와 정치권 경험을 두루 갖춘 전직 관료를 영입할 계획이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