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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반도 분단된 줄도 몰랐다"는 페일린, NYT에 패소한 까닭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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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8면

한때 부통령 후보였지만 자질 논란을 불렀던 페일린 전 알래스카 주지사. [AP=연합뉴스]

한때 부통령 후보였지만 자질 논란을 불렀던 페일린 전 알래스카 주지사. [AP=연합뉴스]

미국 공화당 부통령 후보였던 세라 페일린(58) 전 알래스카 주지사가 뉴욕타임스(NYT)를 상대로 제기한 명예훼손 소송에서 15일(현지시간) 패소했다. 그는 2008년 미국 대통령 선거에서 고 존 매케인 공화당 후보의 러닝메이트로 뽑혀 주목받았다. 하지만 잦은 구설로 입지 축소를 자초했다. 대선 당시 버락 오바마 민주당 후보와 맞붙은 매케인은 공화당이 상대적으로 취약했던 여성 및 젊은 피 수혈 차원에서 페일린을 발탁했다. 매케인은 나중에 이 결정을 후회했고, 페일린은 그의 장례식에도 초대받지 못했다.

페일린은 자질 부족 비판을 자주 받았다. 대선 당시 ‘부시 독트린’에 관한 질문을 받자 “그게 뭐냐”며 “미국은 동맹인 북한 편에 서야 한다”고 말실수했다. 마크 핼퍼린 타임지 기자와 존 하일먼뉴욕매거진 기자는 공저 『게임 체인지(Game Change)』에서 “(페일린은) 한반도가 왜 남북으로 분단됐는지조차 몰랐다”고 폭로했다. 페일린은 대선에서 대패한 뒤 남은 주지사 임기를 부지사에게 넘겼고, 이후 폭스뉴스에서 정치평론가 겸 방송인으로 활동하고 있다.

페일린이 NYT와 소송전에 나선 건 2017년 6월 14일 일어난 총기사고 관련 신문 사설 때문이다. 당시 버지니아주의 한 야구장에서 공화당 하원의원 스티브 스컬리스가 총격으로 다쳤다. 이 사건을 두고 NYT는 “미국 정치가 잔인해졌다”며 2011년 민주당 게이브리얼 기퍼즈 하원의원이 중태에 빠지고 6명이 숨진 애리조나주 총기 사건을 거론했다. NYT는 ‘페일린이 이끄는 정치행동위원회가 낙마시켜야 할 민주당 현역의원 20명의 지역구를 표시한 지도를 유포했다’고 언급했는데, 페일린 측은 이 대목을 문제 삼았다.

증거도 없이 총격범과 지도를 연관 지었다는 비판이 제기되자 NYT는 “두 사안의 연관성은 확인되지 않았다”고 정정 보도했다. 그러나 페일린은 “내가 살인을 부추겼다는 거짓 주장으로 명예가 훼손됐다”며 소송을 제기했다. 재판부는 “페일린이 소송을 제기한 게 이상한 일은 아니다”라면서도 고의성을 입증하지 못했다며 NYT 손을 들어줬다. NYT 기사의 사실관계가 틀리긴 했지만, 미국 헌법상 언론의 자유가 우선한다는 이유에서다.

아이러니한 건 페일린이 언론인 출신이라는 점이다. 알래스카주 와살라시의 한 지역 신문사에서 일하다가 1992년 시의원에 당선됐고 시장을 거쳤다. 2006년 알래스카 주지사 선거에서 여성 최초이자 최연소로 주지사에 당선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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