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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년전 울산대교서 울린 굉음…"관리부실" 선장 금고형 구형

중앙일보

입력

러시아 국적 선장과 항해사 "안전관리 소홀" 

2019년 9월 울산 동구 염포부두에서 정박 대기 중이던 석유제품 운반선에서 화재가 발생하자 소방당국이 화재를 진압하고 있다. 뉴스1

2019년 9월 울산 동구 염포부두에서 정박 대기 중이던 석유제품 운반선에서 화재가 발생하자 소방당국이 화재를 진압하고 있다. 뉴스1

2019년 9월 울산 염포부두에서 발생한 선박폭발사고와 관련한 재판이 올해부터 본격적으로 진행되고 있다. 검찰은 사고 선박의 러시아 국적 선장과 1등 항해사에 대해 “안전 관리에 소홀했다“며 금고형을 구형했다.

16일 울산지검에 따르면 울산지법 형사1부(부장판사 정한근) 심리로 전날 열린 공판에서 업무상 과실 선박 파괴와 업무상 과실 치상 등의 혐의로 기소된 러시아 국적 선장 A씨(54)와 1등 항해사 B씨(37)에게 1년 6개월의 금고형이 구형됐다. 3등 항해사 C씨(38)에게도 벌금 1000만원이 구형됐다.

검찰은 선장 등 3명이 ‘스타이렌 모노머(SM·Styrene Monomer)’라는 화학물질을 적재한 선박 내 9번 탱크 내부 온도를 제대로 확인하지 않아 중합반응에 의한 폭발 사고에 이르게 됐다고 봤다. 이 물질은 인화점이 섭씨 31도로 낮아 탱크 내부 온도가 적절히 유지돼야 하고 중합반응이 비교적 잘 일어나 집중 관리가 필요한 것으로 조사됐다.

사고 발생 나흘 전 일본 고베에서 출항해 울산항에 들어온 스톨트 그로이란드호(STOLT GROENLAND)는 운항 과정에서 화물 탱크의 내부 온도가 ‘주의 단계’를 넘어섰지만, 선장 등은 이런 사실을 인지하지 못했고 아무런 조치도 취하지 않았던 것으로 파악됐다.

검찰은 선장 등의 과실로 선박 폭발이 발생해 11명이 다쳤고, 일부 화물이 불에 탔다고 보고 이들을 재판에 넘겼다.

선장 등은 혐의를 모두 인정하면서도 수사와 재판을 위해 2년여 동안 고국인 러시아로 돌아가지 못했다며 선처를 호소했다.

이들의 변호인은 “사고와 피해 규모가 크긴 하지만 피고인들을 대신해 선주사가 울산대교와 주변 선박 등 140억원이 넘는 피해액을 모두 갚았고, 선주사도 피고인들 처벌을 원치 않고 있다”며 “2년이 넘도록 출국금지 상태로 고향에 가지 못하고 국내에 체류하며 가족들과 떨어져 지낸 점을 고려해 달라”고 주장했다. 울산지법은 다음달 10일 1심 선고 예정이다.

 2019년 9월 염포부두 선박서 폭발

폭발 화재가 발생한 스톨트 그로이란드. [사진 경상일보]

폭발 화재가 발생한 스톨트 그로이란드. [사진 경상일보]

2019년 9월 28일 오전 10시 50분쯤 울산시 동구 방어동 염포부두에 정박해 있던 2만5881t급 케이맨제도 선적 액체화물선 스톨트 그로이란드에서 원인을 알 수 없는 폭발과 함께 불이 났다.

폭발 당시 ‘펑’하는 굉음이 울렸고, 버섯 모양의 거대한 화염과 함께 시커먼 연기가 수십~수백m 높이까지 치솟았다. 화염은 사고 선박에서 250~300m가량 떨어져 있는 울산대교 주탑(203m)보다 높이 치솟기도 했다.

당시 화염과 연기는 울산 시내 곳곳에서 관찰됐다. 화재 당시 사고 선박에 승선해 있던 러시아 선원 10명과 필리핀 선원 15명 등 외국인 선원 25명은 모두 구조됐으나 이 과정에서 11명이 경상을 입었다. 울산대교 주탑 행어케이블과 경관조명이 전소하고 표면 도색이 오염되는 등 피해를 보았다.

현재 스톨트 그로이란드호는 경남 통영으로 예인돼 수리 중이다. 2020년 9월 예인이 결정되자, 통영환경운동연합은 “유해화학물질이 가득 찬 스톨트호는 진해만에 한 발짝도 못 들여놓는다”며 반발하기도 했다.

이후 지난해 10월 울산대교 민간 운영사인 울산하버브릿지㈜는 행정소송 부담을 줄이고 조속한 보수공사를 위해 최초 추정한 손해배상금 190억원보다 적은 102억원에 시설물 피해 보상 금액을 최종 합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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