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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회사만 무한반복" 코시국에 좌절한 '자만추'들 몰려간 곳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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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봄 서울 경복궁에서 시민들이 나들이를 즐기고 있다. [뉴스1]

지난해 봄 서울 경복궁에서 시민들이 나들이를 즐기고 있다. [뉴스1]

직장인 A씨(27)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발발 이후 내내 싱글 생활을 하고 있다. 집과 회사를 오가는 일상을 반복하고 있다. 코로나19 사태 속 그나마 취업을 했지만, 재택근무가 많아 회사 사람들도 볼 일이 많지 않다. 그는 “모임에도 나가보려 했는데 코로나19가 심해져서 그만뒀다”며 “이것저것 해봤는데 새로운 사람을 만나기 쉽지 않다”고 했다.

대학생 때 ‘자만추’(자연스러운 만남 추구)만 해 왔다는 직장인 B씨(30)는 최근 데이팅 애플리케이션(앱)으로 새로운 사람을 만나고 있다. 코로나19로 만남이 없어지면서 앱을 깔았다. 그는 “새로운 사람은커녕 기존에 있던 친구도 만나기 어려운 상황이다. 소개팅을 해주려는 사람도 거의 없었다”며 “이전처럼 평범하게 이성과 만나는 게 더 어려워졌다”고 말했다.

코로나19와 이에 따른 사회적 거리두기 장기화로 인해 사회적 관계 맺기에 어려움을 겪는 청년들이 많아지고 있다. 실제로 한국개발연구원(KDI) 국제정책대학원이 여론조사업체 엠브레인에 의뢰해 지난해 2월 25~49세 한국인 성인 남녀 20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미혼이며 애인이 없는 응답자의 78%가 ‘코로나19 발발 이후 새로운 이성을 만나거나 소개받은 경험이 없다’고 답했다. ‘코로나19 이전 대비 새로운 만남의 빈도가 줄어들었다’는 답변도 절반(49%) 가까이 됐다.

데이팅 앱, 연애 예능 인기

줄어든 만남 기회는 데이팅 앱 사용으로 이어졌다. 플랫폼 기업 아이지에이웍스의 빅데이터 분석 솔루션 모바일인덱스에 따르면 데이팅 앱 ‘글램’의 월간 순 사용자 수(안드로이드 OS 기준)는 지난달 기준 약 12만 명을 기록했다. 코로나19 발발 직후인 2020년 3월 약 10만명에서 20%가량 늘어난 수치다. 또다른 데이팅 앱 ‘틴더’는 같은 기간 월간 순 사용자 수 약 11만명대를 유지했지만, 코로나19 신규 일일 확진자가 급증하기 전인 지난해 10월엔 13만명대를 기록하기도 했다.

넷플릭스 예능 '솔로지옥'. [사진 넷플릭스]

넷플릭스 예능 '솔로지옥'. [사진 넷플릭스]

만남이 어려워진 청춘들은 ‘남의 연애 이야기’에 몰렸다. 넷플릭스 연애 예능 ‘솔로지옥’은 지난해 12월 27일부터 지난달 16일까지 넷플릭스 글로벌 비 영어부문 TV 시리즈 10위권 내에 3주 연속 진입했다. 솔로지옥은 한 주간 총 시청시간 최대 2580만 시간을 기록했다. 이 밖에도 SBS PLUS와 NQQ의 ‘나는 솔로’, 티빙의 ‘환승연애’, MBN의 ‘돌싱글즈’ 등도 높은 시청률을 보였다.

이 같은 현상의 배경에는 대리 만족과 보상 심리가 자리 잡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곽금주 서울대 심리학과 교수는 “코로나19로 인해 대면 만남이 줄기도 했고, 연애에 많은 시간과 에너지를 쏟지 않으려는 청년들이 늘고 있다”며 “보상 심리 및 빠른 대리 만족 차원에서 이 같은 현상이 나오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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