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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초마다 깜박깜박"…45년 만에 나타난 울산 '신비한 영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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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산 정자항 북방파제 귀신고래 등대. 사진 뉴시스

울산 정자항 북방파제 귀신고래 등대. 사진 뉴시스

다 자라면 몸길이가 무려 16m에 이르고, 몸무게 45t을 넘어선다는 바다의 신비한 영물 귀신고래. 영화 ‘인디아나 존스’의 모델인 탐험가이자 고고학자인 로이 앤드류스 박사(1884∼1960)가 1911년과 1912년 울산 장생포에 와서 거대한 회색 고래를 목격하고, 세계 최초로 ‘한국계 귀신고래(Korean Grey Whale)’라고 명명했다.

해수부 2월의 등대로 선정

이런 귀신고래가 울산에서 등대로 재탄생해 해양수산부의 2월 이달의 등대로 선정됐다. 해수부는 2월 이달의 등대로 울산광역시 북구에 위치한 정자항 북방파제 등대를 선정했다고 3일 밝혔다.

1991년 8월에 첫 불을 밝힌 정자항 북방파제 등대는 처음에는 빨간색 원통형 모양으로 세워졌으나, 2010년 12월 정자항 북방파제 등대를 관광자원으로 활용하기 위해 울산시와 해수부가 귀신고래 모양으로 재탄생시켰다. 이 등대는 매일 밤 6초마다 연속으로 2번씩 깜빡이며 동해안을 항해하거나 정자항을 드나드는 선박의 안전을 책임지고 있다.

해수부 관계자는 “역사적·조형적 가치가 있는 등대를 소개하기 위해 2019년 1월부터 매월 이달의 등대를 선정하고 있다”며 “이달의 등대를 방문하거나 여행 후기를 작성한 여행자 중 일부를 선정해 예쁜 등대 기념품과 50만원 상당의 국민관광상품을 증정할 예정이다”고 말했다.

해안 바위 사이로 나타났다가 사람이 다가가면 없어진다는 귀신고래는 예로부터 포경선이 추격하면 신출귀몰하게 사라졌다. 몸에 삿갓조개·따개비 등이 잔뜩 달린 귀신고래는 암초에 붙은 미역을 따 먹기 위해 육지와 가까운 연안에 자주 등장해 한국 사람에게 친숙한 고래였다.

귀신고래는 울산의 선사시대 바위 그림인 반구대 암각화와 ‘연오랑과 세오녀’ 설화에 등장하기도 한다. 신라 아달라왕 4년(서기 157년) 동해 바닷가에 살던 연오랑 세오녀 부부가 각각 바위에 실려 일본의 한 섬에 도착해 그곳에서 임금과 왕비가 되었는데 그 순간 신라에서는 해와 달이 빛을 잃었다고 한다. 그런데 당시 이들 부부가 타고 갔던 바위가 귀신고래의 등이었다는 내용이다.

귀신고래는 한 때 울산 앞바다에 자주 출몰했는데, 19세기 말 무분별한 남획으로 우리나라 연안에는 1977년 1월에 울산에서 관측된 뒤 더 이상 발견되지 않고 있다.

귀신고래. 사진 해양수산부

귀신고래. 사진 해양수산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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