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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남FC 후원금’ 뒷짐진 박범계·한동수…‘이성윤 공소장’과 대조

중앙일보

입력

1월 26일 박범계 법무부 장관이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뉴스1

1월 26일 박범계 법무부 장관이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뉴스1

‘성남FC 후원금’을 둘러싼 검찰수사 무마 의혹이 확산하고 있지만, 박범계 법무부 장관과 한동수 대검찰청 감찰부장은 의혹이 불거진 지 일주일이 넘도록 사실상 지켜만 보고 있는 모양새다. 지난해 5월 ‘이성윤 서울고검장 공소장 유출’ 의혹이 인 직후 박 장관과 한 부장이 신속하게 진상조사에 착수한 사례 등과 대조된다.

3일 중앙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박범계 장관과 한동수 부장은 지난달 25일 성남FC 후원금 검찰수사 무마 의혹이 불거진 이후 현재까지 별다른 조치를 취하지 않고 있다.

해당 의혹은 성남FC 후원금 수사를 맡아온 박하영 수원지검 성남지청 차장검사가 돌연 사표를 내면서 불거졌다. 지난해 10월 경찰로부터 넘겨받은 사건을 두고 박 차장검사가 직접 보완수사를 하거나 경찰에 재수사 요청을 하려 했지만, 박은정 성남지청장이 부당하게 막아선 것 아니냐는 의심이다. 박 지청장은 “직접 수사기록 28권, 8500여 쪽을 면밀히 검토하다가 사건 처리가 늦어진 것일 뿐”이라는 취지로 반박하고 있다.

박 장관은 의혹 제기 다음 날인 지난달 26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에 출석해 “사표 냈다고 하는 차장과 지청장 사이에 견해 차이가 있었던 듯하다”라며 “절차에 따라서 잘 수사가 진행될 것”이라고 밝혔다.

박 장관이 뒷짐을 진 가운데 같은 날 김오수 검찰총장은 성남지청의 상급 검찰청인 수원지검(청장 신성식 검사장)에 “경위를 파악해 보고하라”라고 지시했다. 하지만 이후 박 장관과 한동수 부장은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고 있다. 한 부장은 김 총장 휘하에 있지만, 독립적으로 감찰활동(진상조사·감찰·수사 등)을 할 수 있다. 김 총장이 지시한 경위 파악은 감찰활동에 포함되지 않는다.

성남FC 기업 후원금 의혹. 그래픽=신재민 기자 shin.jaemin@joongang.co.kr

성남FC 기업 후원금 의혹. 그래픽=신재민 기자 shin.jaemin@joongang.co.kr

이성윤 공소장 유출 의혹 땐 즉각 진상조사 

이 같은 흐름은 지난해 5월 이성윤 고검장 공소장 유출 의혹 때와 대조된다. 같은 달 13일 중앙일보 등이 이성윤 고검장의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 불법 출국금지’ 수사 무마 의혹과 관련한 공소장 내용을 보도하자 다음 날 박범계 장관은 대검 감찰부에 진상조사를 지시했고 보름쯤 뒤인 지난해 5월 말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가 “공소장 내용을 보도하게 한 성명불상 검찰 관계자에게 공무상비밀누설 혐의가 있다”라며 수사에 착수했다.

법조계에선 “공소장 유출 의혹보다 수사 무마 의혹 건이 더욱 심각한 사안인데 박 장관 등이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고 있는 걸 이해할 수 없다”라는 지적이 나온다. 공소장 유출 의혹의 경우 “공소장은 1차 공판 때 공개가 예정돼 있기 때문에 공무상 비밀로 볼 수 없고 그래서 공소장 내용이 유출된 게 사실일지라도 공무상비밀누설로 처벌할 수 없다”라는 논란이 일기도 했다.

일각에선 “박 장관 등이 법과 원칙이 아니라 정치적 계산에 따라 선별적으로 진상조사에 나서는 게 아니냐”라는 의구심도 제기된다. 이성윤 고검장 공소장 유출 의혹에 대해 진상조사를 지시한 건 문재인 대통령의 경희대 법대 후배인 이 고검장을 보호하기 위해서고, 성남FC 후원금 검찰수사 무마 의혹을 지켜만 보는 건 검찰수사의 대상 가운데 ‘윗선’인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를 보호할 목적 아니냐는 것이다.

한 검찰 간부는 성남FC 후원금 수사무마 의혹과 관련해 “만일 이 고검장이 성남지청 차장 자리에 앉아 있다가 수사가 막힌다는 이유로 사표를 냈으면 박 장관 등이 지금처럼 가만히 있었을까 의문이다”라고 말했다.

한동수 대검찰청 감찰부장이 지난해 10월 서초구 대검찰청에서 열린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의 대검찰청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의원 질의에 답하고 있다. 뉴스1

한동수 대검찰청 감찰부장이 지난해 10월 서초구 대검찰청에서 열린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의 대검찰청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의원 질의에 답하고 있다. 뉴스1

“대검 감찰부 진상조사로 사건무마 일지 확보해야” 

김오수 총장도 수사무마 의혹에 연루된 게 아니냐는 의혹이 불거진 데다 경위 파악을 맡은 신성식 수원지검장이 이재명 후보의 중앙대 법대 후배로서 친정부 성향으로 꼽힌다는 점 등에서 “대검 감찰부가 독립적인 진상조사에 나서야 한다”라는 요구도 잇따른다.

박하영 차장검사 밑에서 성남FC 후원금 사건을 검토해온 A검사는 박은정 지청장 등과 사이에 일어났던 ‘사건 무마’ 정황을 일지 형태로 기록해 놓았다고 한다. 이런만큼 대검 감찰부의 진상조사를 통해 이 일지를 확보하는 게 시급하다는 얘기다.

검찰총장으로부터 독립된 특임검사 등을 통해 성남FC 후원금 사건 자체에 대한 수사부터 다시 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수사무마 의혹을 두고선 “현직 검사가 수사 대상이 될 수 있는 만큼 공수처가 나서야 한다”라는 견해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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