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협조 있어야 범죄 이긴다(사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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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의사상자 예우,증인보호 함께 해야
보사부는 범죄나 재난으로부터 이웃을 구하려다 숨지거나 다친 의사상자와 그 유가족에 대해 국가유공자 예우를 하기로 했다고 한다. 70년에 제정된 「재해구제로 인한 의사상자구호법」의 적용대상을 확대,재난이나 강ㆍ절도사건뿐 아니라 폭행ㆍ납치는 물론,불특정다수인의 위해제거에 나섰다가 사상피해를 당한 사람과 유가족까지를 포함하고,이들을 국가유공자로 예우하고 보상하겠다는 것이다.
보사부가 20년전에 제정된 「의사상자 구호법」을 이처럼 확충 보완키로 한 것은 범죄에 대한 사회적 제어력으로서의 시민정신을 높여 사회정의구현에 이바지하기 위한 것이라고 한다. 우리는 이같은 보사부 방침을 전적으로 지지하면서 여기에 덧붙여 직접 피해는 물론,간접피해자까지를 포함하고 범죄고발자도 「유공자」로 철저히 보호돼야 한다는 주문을 해두고자 한다.
오늘날의 범죄는 하루가 다르게 죄질이 악랄ㆍ흉폭화해지고 있다. 현장에 직접 나설 수는 없으나 그 근원을 고발하고 더이상 번지지 못하게 예방하는 일을 하다가 보복피해를 보는 경우는 직접피해에 못지 않게 무섭고 심각하다. 조직폭력집단의 범죄는 물론,좀도둑까지도 신고자에게 보복하는 분위기가 팽배해 있다.
얼마전 법정에서 불리한 증언을 했다고 살인한 조직폭력배도 있었지만,범죄자가 형기를 마치고 나와 신고자에게 위해를 가하는 예는 흔히 있다.
시민의 고발정신이 살아 있고 범죄제어력으로서의 시민정신이 기능했다면 엊그제 박현용(26)과 같은 흉악범이 대낮 서울시내에서 반년동안이나 온갖 몹쓸 짓을 다하면서 경찰을 비웃고 활개칠수는 없었을 것이다. 현대사회의 범죄는 시민의 적극적인 협조없이 퇴치하기 어렵다는 실증을 우리는 박이란 희대의 강도ㆍ강간범을 통해 보고 있는 셈이다.
여기서 우리는 범죄를 1차적으로 다루는 경찰과 검찰의 간접피해보상과 신고자의 철저한 보호를 새삼 강조하지 않을 수 없다. 수사나 기소편의를 위해 신고자나 증인을 쉽게 노출시키고 사후대책은 외면해온 관행의 재검토는 피의자의 마구잡이 연행이나 범인에 대한 극형구형보다 「범죄와의 전쟁」에 훨씬 필요한 무기가 될 것이다.
영국의 대처 수상이 집권초기에 범죄와의 전쟁을 선포하면서도 그 성패를 시민들의 고발운동에 의존했던 점을 참고해야 한다.
사회악과 싸우다 사상한 시민을 국가유공자로 예우하겠다는 보사부 방침은 범정부차원에서 간접피해자까지를 포함하고,더 나아가 범죄고발자를 보호하겠다는 확고한 결의를 보여줄 때,노 대통령의 범죄와의 전쟁도 기대한 목적을 달성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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