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트럼프 열혈 지지 흑인여성, 버지니아 첫 부지사 됐다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6면

미국 버지니아주에서 최초 흑인 여성 부지사에 당선된 윈섬 시어스(왼쪽). [UPI=연합뉴스]

미국 버지니아주에서 최초 흑인 여성 부지사에 당선된 윈섬 시어스(왼쪽). [UPI=연합뉴스]

지난달 미국 버지니아주가 배출한 최초의 흑인 여성 부지사가 화제다. 17년 만에 정계에 복귀한 윈섬 시어스(57) 당선인이 그 주인공이다. 뉴욕타임스(NYT)가 27일(현지시간) 그의 당선을 두고 “있을 수 없는 일이 벌어졌다”고 평했을 정도다. NYT는 “승산도 없었고, 선거운동도 늦게 시작했고, 자금도 부족했다”고 전했다. 그런 그가 다음달 15일 글렌 영킨 버지니아 주지사 당선인과 함께 취임을 앞두고 있다. 불가능한 시나리오는 어떻게 현실이 됐을까.

시어스는 2001년 공화당 소속 하원의원으로 당선하면서 정계에 진출했다.  한 차례 임기를 마친 후 정치에서 사실상 손을 뗐다가 2018년 무소속으로 상원의원에 도전했지만 낙마했다.

그가 무엇보다 주목받는 건 이민자 출신 흑인 여성이라는 배경과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열혈 지지자인 보수주의자라는 이색 조합이다.

시어스는 6살 때 자메이카에서 미국으로 건너온 이민자 출신이다. 10대에 해병대에 합류해 디젤 정비 기술을 배웠고, 21세에 미혼모가 됐다. 1998년 대선 유세에서 민주당과 공화당의 복지 토론을 본 뒤 그는 “놀랍게도” 자신이 공화당 지지자라는 사실을 깨달았다고 한다. 정치에는 12년 넘게 노숙자 쉼터를 운영하고 대학원에 진학한 뒤에야 발을 들였다. 그는 정신 질환을 앓던 딸 양육에 가장 애정을 쏟았지만, 2012년 교통사고로 딸을 잃었다.

개인적인 아픔을 뒤로하고 공직 출마를 결심하게 된 계기는 유색인종에 대한 공화당의 무관심이었다. 그는 “공화당은 흑인 유권자와 민주당 간 해묵은 유대관계를 타파하기 위한 시도조차 하지 않았다”며 “난 그냥 현장의 이야기를 들었고 ‘아 또 지겠구나’ 생각했다. (공화당에선) 아무도 여성과 이민자, 아시아인이나 라틴계, 흑인과 같은 다양한 집단과 접촉하려고 하지 않았다”고 비판했다.

그는 낙태와 총기 규제 등의 문제에 있어선 누구보다도 보수적이다. 여성의 낙태 권한을 확대한 민주당의 낙태 정책을 “사악하다”고 비난하고, “총기 규제가 범죄를 막아주진 않는다”며 규제에 반대한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 접종 의무화에도 반대하는 그는 지난달 언론 인터뷰에선 “백신 접종 여부는 밝힐 수 없다”고 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의 지지자로, 지난 대선에선 ‘트럼프 재선을 위한 흑인들’ 모임을 이끌었다.

흑인 정치 운동가이자 버지니아주 샬러츠빌 전 부시장인 웨스 벨라미는 “시어스가 흑인의 일상생활을 개선하는 정책을 추진하고 공화당 동료들을 설득해내기만 한다면 그는 (흑인 정치의) 보석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