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아파트 매수세 위축, 강남권도 2억 낮춘 급매물 나와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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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68호 12면

옛 가락시영 아파트를 재건축해 9510가구로 바뀐 서울 송파구 가락동 헬리오시티. 이곳 단지 내 상가 부동산중개업소에 최근 ‘급매물’ 광고가 잇따라 등장하고 있다. 이곳의 김모 공인중개사는 “양도세 중과세를 피하기 위한 일시적 1가구 2주택자들이 매물을 내놓고 있는데 매수세가 위축돼 있어 시세보다 가격을 낮춘 급매물만 거래된다”고 말했다. 지난달 초 24억5000만원에 거래됐던 헬리오시티 33F 타입(전용 84㎡)의 경우 직전 거래가보다 2억2500만원 낮은 22억2500만원에 15일 계약 됐고, 33E 타입은 22억원이 최근 실거래가다.

24일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이번 주 서울 아파트 매매수급지수(20일 기준)는 93.9로 지난주 95.2에 비해 1.3포인트 하락했다. 이는 2019년 9월 16일 93을 기록한 이후 27개월 만에 가장 낮은 수치다. 서울 아파트 매매수급지수는 11월 15일 99.6으로 100 밑으로 떨어진 후 이번 주까지 6주 연속 100 이하다. 매매수급지수는 부동산원의 회원 중개업소 설문과 인터넷 매물 건수 등을 분석해 수요와 공급 비중을 지수화한 수치다. 이 지수가 100 이하면 집을 팔겠다는 집주인이 집을 사겠다는 수요자보다 많다는 뜻이다.

그래픽=이정권 기자 gaga@joongang.co.kr

그래픽=이정권 기자 gaga@joongang.co.kr

권역별로는 은평·서대문·마포구 등이 포함된 서북권 매매수급지수가 91.2를 기록했다. 지난주 93.3보다 2.1포인트 떨어진 것으로 서울 5개 권역 중 가장 낮았다. 중·종로·용산구 등이 포함된 도심권도 91.6으로 지난주 94.8보다 3.2포인트 하락했다.

매수세가 위축된 이유는 지역별로 다르다. 강남권의 경우 투자 목적으로 아파트를 사려는 경우가 사라졌다. 송파구 잠실동의 이모 공인중개사는 “강남권에서는 집을 보유한 상태에서 여유 자금으로 이른바 ‘갭투자’를 하는 경우가 많았는데 종부세와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세 때문에 이런 수요가 없어졌다”고 말했다. 최근 강남권 급매물을 소화하는 매수세는 기존 집을 팔고 다른 집으로 옮기는 이른바 ‘갈아타기’ 수요다.

종로·양천·동작구 등지에서는 주택담보대출 금지선인 15억원을 넘어서는 아파트가 늘어나면서 매수세가 줄었다. 노원·도봉구나 금천·관악구 등 젊은층의 ‘영끌’이 몰렸던 지역은 대출규제 강화 및 금리 인상으로 매수세가 위축됐다.

전문가들은 내년 대선 전까지는 이런 분위기가 이어질 것으로 본다. 박합수 국민은행 수석전문위원은 “정책 불확실성 때문에 매수·매도 결정을 미루는 경우가 많은데, 매수세가 상대적으로 유리한 상황이기 때문에 내년 대선 전까지는 매수자가 다소나마 우위를 점하는 시장 분위기가 이어질 것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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