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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과학방역’으로 신뢰 얻은 대만을 배워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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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차이잉원 대만 총통(왼쪽)과 의학 박사 출신인 라이칭더 부총통은 코로나19 대응 과정에서 과학적인 방역과 적극적인 소통으로 국민의 신뢰를 얻고 방역에도 성공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AP=연합뉴스]

차이잉원 대만 총통(왼쪽)과 의학 박사 출신인 라이칭더 부총통은 코로나19 대응 과정에서 과학적인 방역과 적극적인 소통으로 국민의 신뢰를 얻고 방역에도 성공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AP=연합뉴스]

대만, 민관 한마음 스마트 방역 대성공  

정부, 대선 앞 ‘정치방역’ 유혹 떨쳐야

코로나19의 오미크론 변이 바이러스까지 전 세계로 빠르게 확산하는 중이지만, 대만은 지난 22일 지역 감염자와 사망자 모두 0명을 기록했다. 대만의 5월 셋째 주 확진자(3390명)는 한국(4360명)과 별 차이가 없었는데, 최근 양국 상황은 극과 극이다. ‘대만의 기적’ 비결은 선제 조치, 신속 대응, 투명한 정보 공개, 스마트 방역, 정부와 민간 자원을 통합한 공동 방역, 민주적 거버넌스 등 여섯 가지가 거론된다.

무엇보다 정부에 대한 국민의 신뢰에 바탕을 둔 자율 방역 덕분이란 평가를 받는다. 정보통신기술(ICT)을 최대한 활용해 비말 전파를 선제적으로 차단했다. 예컨대 모든 입국자에게 ‘7+7+7(시설격리 7일, 재택격리 7일, 자율관찰 7일) 의무화 조치’를 충실히 이행했다. 강제 봉쇄 없이도 국민의 자발적 참여를 유도한 차이잉원(蔡英文) 총통 정부의 소통 능력이 빛났다.

이웃 나라 일본도 한국의 K방역을 압도하고 있다. 확진자와 사망자가 뚝 떨어졌다. 인구 차이를 고려하면 한국이 일본보다 코로나 상황이 수십 배 이상 나쁘다. 그런데도 일본 정부는 겸손하고 신중한 자세를 견지하고 있다.

반면에 지금의 한국 상황은 어떤가. K방역을 자화자찬하던 대통령이 “후퇴는 없다”고 위드 코로나(일상회복)에 집착하다 확진자가 치솟고, 사망자도 속출하고 있다. “확진자 1만 명 상황까지 대비했다”더니 중환자 병상이 부족해 확진 이후 20일이 넘으면 중환자라도 병실을 비워야 한다. 코로나에 감염된 만삭의 임신부가 병상을 구하지 못해 119구급차에서 출산하는 황당한 일도 있었다.

지난 22일 자영업자들은 서울 광화문 거리로 몰려나와 정부를 규탄했다. 이들의 절규를 들어보면 정부의 비과학적 방역에 대한 불만·분노·불신이 가득했다. 이들이 방역을 지키면서 생업에 집중할 수 있게 해줄 답은 이미 나와 있다. 정부가 제대로 실천하지 않았을 뿐이다. 과학방역이 답이다.

질병관리청은 국민과 자영업자에게 책임을 떠넘기는 단속과 처벌 위주의 행정편의주의에서 탈피해야 한다. 예컨대 식당·카페 등 다중이용시설의 경우 획일적 인원 제한은 비과학적이다. 방역 당국은 모임을 4명으로 제한하고 있다. 하지만 5명부터는 감염된다는 근거가 불명확하니 자영업자들이 진심으로 따르지 못한다. 4명이 넘더라도 충분히 거리를 두고 나눠 앉거나, 환기를 수시로 한다면 감염을 줄일 방법이 있을 것이다.

자영업자들을 잠재적 방역 위반자로 낙인 찍는 정부의 태도부터 바꿔야 한다. 확진자가 나오면 누구보다 먼저 영업에 타격을 받는 자영업자들이 최대한 자율적으로 방역에 앞장서도록 믿고 유도하는 현명한 접근법이 필요하다. 대만의 경험처럼 정치방역의 유혹을 배제하고 철저하게 과학방역으로 돌아가야 우리도 지금의 위기를 극복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