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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오병상의 코멘터리

사퇴 이준석의 ‘후보 무한책임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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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병상 기자 중앙일보 칼럼니스트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겸 상임선대위원장이 22일 오후 국회에서 상임선대위원장직 사퇴를 밝히고 있다. 이 대표는 "선대위에서 모든 직책을 내려 놓겠다. 미련없다"고 밝히며 상임선대위원장직을 사퇴했다. 2021.12.21 임현동 기자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겸 상임선대위원장이 22일 오후 국회에서 상임선대위원장직 사퇴를 밝히고 있다. 이 대표는 "선대위에서 모든 직책을 내려 놓겠다. 미련없다"고 밝히며 상임선대위원장직을 사퇴했다. 2021.12.21 임현동 기자

1. 국민의힘 대선캠프 내분이 2차 분출됐습니다. 이준석 대표가 선거대책위원회 공동상임선대위원장을 사퇴했습니다.

발단은 20일 조수진 최고위원과의 언쟁입니다. 선대위 회의에서 조수진이 이준석의 지시에 대해 ‘나는 후보의 지시만 받는다’며 반발한 사건입니다.

2. 이준석은 조수진의 사퇴를 요구했고, 사퇴않자 자신이 사퇴한 겁니다.

발단에 비해 이준석의 사퇴는 지나쳐 보입니다. 그런데 사정은 그렇게 단순하지 않아 보입니다. 이준석의 사퇴 회견에서 드러납니다.

‘책임있는 관계자가 모인 자리에서 최근 중차대한 사안을 논의하자는 제 제안은 거부되었으며, 공보단장(조수진)은 후보 이름을 거론하며 부적절한 행위를 했다.’

‘상임선대위원장(이준석 본인)이 보직 맡은 책임자(조수진)에게 지시 내렸는데 불응했다. 그 자리에서 교정되지 않고 오히려 조롱을 했다. 그리고 어느 누구도 교정하지 않았다.’

3. 이날 회의석상에서 여러가지 논란이 있었던 겁니다.
이준석이 논의하고자했던 ‘중차대한 사안’은 김건희 경력논란에 대한 대응입니다. 이에 대해 조수진과 권성동 사무총장 등 참석자들이 받아주지 않은 겁니다.
그런 와중에 이준석이 ‘김종인과 나를 공격하는 윤핵관(윤석열 핵심관계자) 관련 보도에 대응해달라’고 지시했고, 조수진이 ‘내가 왜’라며 들이받은 겁니다.

4. 이준석은 여전히 왕따였나 봅니다.
이준석은 잠적소동 끝에 지난 3일 울산에서 윤석열 후보와 회동, 김종인 총괄선대위원장까지 옹립했지만..여전히 보수중진들로부터 소외당해왔던 겁니다.

이준석이 왕따인 것은..기본적으로 윤석열 후보가 힘을 실어주지 않기 때문일 겁니다.

5. 이날 회의석상에서도 조수진은 ‘후보의 입장’이라며 ‘김건희 의혹을 당의원들이 도와주지 않는다’는 서운함을 전달했습니다.
이에따라 국민의힘 교수출신 의원 8명이 이날 ‘(김건희 경력의혹 관련) 민주당은 악의적 정치공작 중단하라’는 성명을 냈습니다.
이준석은 적극적 사과를 주장하는 입장입니다. 그런데 조수진이 전혀 다른 ‘후보의 입장’을 전달하고, 의원들이 그에 따라 움직인 겁니다.

6. 이준석의 사퇴회견에서 후보에 대한 섭섭함이 묻어납니다.

‘조수진 본인은 후보의 뜻을 따른다 했는데..이렇게 사태가 커질 때까지..후보에게 상의한 건지, 후보가 어떤 취지로 명을 내렸는지 궁금하다.’

‘후보에 대해선 언급하지 않겠다..선거에 대한 무한책임은 그래도 후보가 갖게 된다는 것, 그 때문에 저는 후보의 선택을 항상 존중한다.’

7. 윤석열의 선택은 이번에도 김종인입니다.

윤석열은 21일 퇴근길 기자들과 만나 ‘김종인에게 사태수습을 일임했다’고 밝혔습니다. 조수진이 이날 밤 ‘선대위 자리(공보단장)사퇴하고 백의종군하겠다’고 밝혔습니다.

8. 김종인은 이참에 ‘항공모함 선대위를 수술할 계획’이랍니다.
측근 임태희가 이끄는 총괄상황실을 ‘기동헬기’로 만들겠답니다. 물갈이보다 역할조정으로 들립니다.

9. 당내 분열의 뿌리까지 고쳐질까..아직 의문입니다.
김종인이 아무리 전문가라지만, 결국 후보 의중에 달렸습니다.
이번에도 후보는 잘 보이지 않습니다.
〈칼럼니스트〉
2021.12.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