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오피니언 오병상의 코멘터리

페미니스트 신지예가 윤석열 캠프로?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오병상 기자 중앙일보 칼럼니스트
20일 여의도 새시대 준비위원회 위원장실에서 열린 영입인사 환영식에 참석한 윤석열 국민의 힘 대선후보와 신지예 한국여성정치 네트워크 대표 김한길 위원장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2021.12.20 임현동 기자

20일 여의도 새시대 준비위원회 위원장실에서 열린 영입인사 환영식에 참석한 윤석열 국민의 힘 대선후보와 신지예 한국여성정치 네트워크 대표 김한길 위원장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2021.12.20 임현동 기자

1. 페미니스트 정치인 신지예 전 한국여성정치네크워크 대표가 20일 윤석열 캠프에 합류하는 깜짝쇼가 벌어졌습니다.
정확히 말하자면..국민의힘 윤석열 대선후보가 영입한 김한길 전 민주당 대표가 만든 새시대준비위원회의 수석부위원장으로 영입됐습니다. 보수정당의 대선후보(윤석열)가 진보정당 대표 출신(김한길)을 영입하고, 김한길이 다시 가장 진보적인 소수정당(녹색당) 간판스타를 영입한 것입니다.

2. 신지예가 진보의 선봉으로 그간 국민의힘을 맹렬하게 비난해왔기에 더 놀랄 일입니다.

신지예는 윤석열 후보를 ‘조폭’이라 불렀고, 이준석 당대표를 ‘히틀러’에 비유했었습니다. 특히 보수 청년층을 대변해온 이준석의 급성장에 대해 ‘여성의 눈물을 먹고 일어났다’는 반감을 감추지 않았습니다.

3. 신지예는 이런 도발적인 발언과 행동으로 과감한 청년정치 셀럽이 되었습니다.
2012년 녹색당으로 출발해 환경과 페미니즘을 정치이슈로 부각했습니다. 2018년 서울시장선거에서 ‘페미니스트 서울시장’을 내걸고 8만표를 얻어 화제가 됐습니다.

4. 진보진영의 충격이 상당한가 봅니다. 당장 신지예 본인이 이끌었던 조직들이 곧바로 입장문을 냈습니다.
한국여성정치네트워크는 ‘사전에 논의된바 없다..지지자들에게 심려와 혼란을 야기한데 사과한다’고 밝혔습니다. 제3지대 후원모임인 ‘대선전환추진위원회’도 ‘신지예의 결정에 유감을 표한다. 실망했을 지지자들에게 더 나은 모습 보이고자 노력하겠다’고 밝혔습니다.

5. 신지예와 직접 관련된 조직인만큼 표현은 신중하지만 당혹감과 배신감이 묻어납니다.

다른 진보진영의 비판들은 감정이 묻어납니다. 정의당은 ‘기괴한 변절이 놀랍다’는 논평을 내놓았습니다.
댓글들은 이루 말할 수 없는 조롱과 악담으로 넘쳐납니다.

6. 신지예는 열심히 해명합니다.

‘윤석열 조폭같다고 한건..덩치만보고 판단한 편견..만나보니 달랐다. 법치를 중시하는 분이라 여성안전과 국민행복을 추구하는 의지가 보였다..현실가능한 선택지가 윤석열이라 생각한다..’

‘이재명 후보는 여성살해범을 심신미약이라고 변호했던 후보..(박원순 오거돈 등)권력형 성범죄와 2차 가해로 끊임없이 피해자를 공격하는 민주당 후보..정권 잡으면  안된다는 절박한 마음..’

7. 신지예는 아마도 당선가능성이 없는 소수이념정당활동에 한계를 느꼈나 봅니다.

자신의 정치적 꿈을 펼치기위해 양대정당을 선택해야 한다는 생각을 했고, 양당 후보 중에서 자신에게 손을 내민 윤석열을 선택한 것으로 보입니다. 물론 위에 언급한 이유도 있겠지만..민주당에선 영입제안이 없었다고 합니다.

8. 국민의힘 윤석열 후보는 ‘지지기반도 넓히고 철학과 진영을 좀더 확장해야된다’며 반깁니다.
하지만 내부적으로 반작용도 적지않아 보입니다. 이준석은 ‘반대는 않지만..당 방침에 위배되는 발언 않아야 한다’는 입장입니다. 하태경 의원과 같은 경우 ‘젠더갈등의 심각성을 모르나. 반대한다’는 입장입니다. 신지예 영입이 오히려 보수 이대남의 반감을 부른다는 주장입니다.

9. 결론적으로..윤석열의 득표에는 별 도움이 될 것 같지 않습니다. 지지기반을 넓히려 애쓰는건 알겠지만..신지예에 대한 진영의 반감을 보자면 따라올 표가 잘 안보입니다.
페미니즘 진보진영엔 후폭풍이 상당할 겁니다. 주변의 비판은 물론 지지자들의 실망도 만만찮을 겁니다.
신지예도 진짜 여의도 뻘밭을 경험할 겁니다.
김한길의 촉도 무뎌졌나 봅니다..
〈칼럼니스트〉
2021.12.20.

→ 윤석열의 캠프 사람들  https://www.joongang.co.kr/election2022/candidates/YoonSeokRyeo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