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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오병상의 코멘터리

붕괴되는 의료시스템…위기의 K방역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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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병상 기자 중앙일보 칼럼니스트
연말 코로나19 확산으로 비상이 걸린 19일 오후 대전의 한 선별검사소를 찾은 시민들이 추위속에 의료진에게 검사를 받기위해 길게 줄 서 있다.김성태/2021.12.19.

연말 코로나19 확산으로 비상이 걸린 19일 오후 대전의 한 선별검사소를 찾은 시민들이 추위속에 의료진에게 검사를 받기위해 길게 줄 서 있다.김성태/2021.12.19.

1. 코로나에 걸린 산모가 병실을 못구해 구급차안에서 출산하는 일이 19일 발생했습니다.
산모와 아이가 모두 건강하다니 다행입니다.마침 119 소방관 중 간호사 특채가 있었다네요.
문제는 이런 황당한 일이 이어질듯 합니다. 소방서측이 보건소 협조를 받아 병원 16곳에 연락했지만 병상을 구하지 못했다고 합니다. 코로나 때문에..

2. 의료시스템이 한계에 달하면서 K방역이 같이 무너지고 있습니다.
위드코로나로 코로나 환자가 폭증했는데..이후 감당이 안되고 있습니다. 모든 수치가 비상입니다. 지난주 하루 확진자가 7000명을 넘어서고, 위중증 환자가 1000명을 넘어섰으며, 수도권 병상가동이 85%를 넘어섰습니다. PCR검사대상도 급증해 검사소마다 인파가 몰려들고 있습니다.

3. 이 사태가 금방 끝나지 않을 겁니다.
정은경 질병관리청장은 지난 16일 ‘유행이 악화할 경우 12월중 하루확진자 1만명, 내년 1월중 최대 2만명까지 발생할 수 있다’고 경고했습니다. 정은경의 예측은 대부분 맞아떨어졌습니다. 모임이 많은 연말에다, 바이러스가 좋아하는 추위에다, 오미크론까지 상륙한 상황이라..‘유행이 악화할 경우’란 전제는 충족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4. 의료현장의 붕괴는 이미 심각합니다.
병상점유율이 90%에 가깝다는 건..이미 포화상태를 말합니다. 병상이 포화면, 의료진들도 다 매달려 있다는 얘기입니다. 다른 환자를 돌보기 힘듭니다. 2년간 코로나 격무에 시달려온 의료진들이 병원을 떠나는 사례가 늘고 있습니다. 의료인력이 늘지 않는한 병상을 억지로 늘린다고 해도 허수에 불과합니다.

5. 그동안 K방역은 의료계의 희생으로 가능했습니다. 한계에 이른 의료계의 반발이 심상찮습니다.
코로나 대응에 중심역할을 해온 병원들이 절규하고 있습니다. 군산의료원이 17일 ‘처우개선’을 요구하며 파업에 들어갔습니다. 군산의료원은 감염병전담병원입니다. 국립대병원의 노동조합이 20일 청와대 앞에서 기자회견을 할 예정입니다. 인력증원해달라고..

6. K방역은 섣부른 위드코로나로 망가졌습니다.
위드코로나로 들어가기에 이르다는 과학자들의 우려가 무시됐습니다. 정부가 지나치게 낙관적인 태도로 밀어붙였습니다. 그결과 환자가 급증, 각종 수치가 비상경고수준에 달했지만 문재인 대통령은 ‘돌아갈 수 없다’고 버텼습니다. 결국 뒤늦게 ‘준비가 부족했다. 송구하다’고 사과했지만 늦었습니다.

7. K방역 자체에 대한 비판도 일고 있습니다.
의료계의 희생, 국민들의 인내에 기초한 ‘국가주도 밀어붙이기’ 방역이 한계에 달했다는 지적입니다. 강력한 3T (검사 Test/추적 Trace/격리치료 Treat)로 초기엔 상당한 성과를 거두었습니다만..위드코로나로 환자가 급증하면서 3T가 한계에 달한 겁니다. 의료인력과 시설 등 인프라를 늘리기 어렵기에 의료진은 번아웃됐고, 둘쭉날쭉 거리두기와 프라이버시침해에 국민들의 피로감이 깊어졌습니다.

8. 최근 이례적인 성과를 보이고 있는 일본의 J방역이 K방역과 대조적인 방식으로 주목받고 있습니다.
일본은 9월까지만 해도 하루 확진자가 1만명을 넘었는데 최근 100명 이하로 떨어졌습니다. 일본은 검사대상을 좁게 잡고, 중증환자에 집중하면서 의료시스템의 부담을 적절히 조절해왔습니다. 전문가 중심의 장기정책수립, 무증상 환자들의 집단면역, 국민들의 개인위생(특히 마스크)이 성공요인으로 꼽힙니다.

9. 대선후보들이 심각성을 알아챈듯해 다행입니다.
이재명 민주당후보는 ‘소상공인 지원금 100만원 턱없이 부족’하다며 지원강화를 요구했습니다.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는 ‘코로나비상대책회의’를 후보직속으로 만들기로 했습니다.
방역은 과학입니다. 지금부터라도 정치권이 방역전문가 얘기를 경청해야 합니다.
〈칼럼니스트〉
2021.12.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