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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똥으로 쇠 만들고, 암모니아로 배 운항…‘대체 연료’ 개발 가속화

중앙일보

입력

농림축산식품부와 현대제철ㆍ농업협동조합중앙회는 철강 생산 공정에 석탄 대신 소똥을 사용하는 방안을 추진한다. 유목민이나 후진국 등에선 소똥을 말려 연료로 사용하는데, 관련 기술을 상용화해 소똥을 효율성 높은 고체연료를 만들어 활용하겠다는 것이다.

통상 제철소에서는 석탄으로 만든 코크스와 철광석을 함께 넣고 가열한다. 이때 코크스 대신 우분 고체연료를 사용한다. 우분 고체연료 1t은 유연탄 0.5t에 해당하는 열량을 낸다. 안동일 현대제철 사장은 "가축 분뇨 신재생에너지 이용 확대와 온실가스 발생 저감에 기여할 것"이라고 말했다.

현대제철 당진제철소 전경. [사진: 현대제철]

현대제철 당진제철소 전경. [사진: 현대제철]

탄소중립 바람이 불면서 주요 기업ㆍ기관들이 대체 연료 기술개발 및 상용화를 위해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다. 아직 경제성은 떨어지지만, 폐기물의 활용도를 높이고 환경을 보호할 수 있는 데다, 미래 기술 발전 여지에 따라 활용도가 커질 것으로 보고 있다.

21일 재계와 관련부처에 따르면 우분 고체연료가 한 사례다. 우분을 제철소 연료로 활용하는 기술은 현대제철이 2012년 개발을 시작해 2014년 특허를 출원했고, 그간 기술 개선을 진행해오다 이번 ‘업무 협약’으로 결실을 맺게 됐다. 농식품부는 우분의 고체연료화를 위한 정책적 지원을 추진하고 농협중앙회는 우분 고체연료를 생산ㆍ공급한다. 현대제철은 제철소 내 이용 확대를 위한 기술 협력을 맡았다.

김현수 농식품부 장관(사진 가운데)과 이성희 농협중앙회장(사진 왼쪽), 안동일 현대제철 대표가 ‘우분 고체연료의 생산 및 이용 촉진을 위한 업무협약식’에서 업무협약서를 들어 보이고 있다. [사진: 농림축산식품부]

김현수 농식품부 장관(사진 가운데)과 이성희 농협중앙회장(사진 왼쪽), 안동일 현대제철 대표가 ‘우분 고체연료의 생산 및 이용 촉진을 위한 업무협약식’에서 업무협약서를 들어 보이고 있다. [사진: 농림축산식품부]

1t의 우분 고체연료를 활용하면 4t의 축산 폐기물을 재활용할 수 있고, 1.5t의 온실가스가 줄어드는 환경적 효과가 기대된다. 수입원료 대체 등의 부수적 경제 효과도 발생할 것으로 전망된다. 정경석 농식품부 축산환경지원과장은 “우분의 10%만 재활용해도 약 30만t의 온실가스를 줄일 수 있다”며 “당장의 경제성을 떠나, 돈을 주면서 처리하는 우분을 재활용하면서 석탄 사용 등을 대체하는 실익이 크다”라고 설명했다.

주요 기업은 ‘바이오 연료’ 확보에도 팔을 걷어붇혔다. 주로 식물성 원료를 기반으로 만드는 바이오디젤ㆍ바이오에탄올 등이 대표적이다. 기존 화석 연료에 일정 비율을 혼합해 사용할 경우 차량 연소과정에서 배출되는 온실가스와 유해물질을 줄일 수 있다.

LG화학은 바이오디젤 전문기업 단석산업과 손잡고 ‘수소화식물성오일(HVOl)’ 합작공장을 세우기로 했다. 국내에 HVO 공장이 설립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바이오 에너지 제조 과정.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바이오 에너지 제조 과정.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HVO는 폐식용류ㆍ팜부산물 등 식물성 원료를 수첨반응(Hydro-treatment)시켜 생산한다. 바이오디젤이 1세대라면 HVO는 기술적으로 더 나아간 2세대 바이오 연료다. 저온에서도 얼지 않는 특성이 있어 항공유ㆍ석유화학 원료로도 사용 가능하다. 글로벌 신재생에너지 정책, 친환경 항공유ㆍ디젤 사용 의무화에 따라 HVO의 세계 시장 수요는 2020년 600만t 규모에서 2025년 3000만t 규모로 연평균 40% 이상의 성장률을 기록할 것으로 전망된다.

SK㈜는 생활폐기물을 활용해 합성원유를 생산하는 미국의 펄크럼에 국내 사모펀드와 5000만달러를 공동 투자한다. 한국환경공단은 음식물쓰레기, 하수찌꺼기, 가축분뇨 등의 폐기물에서 나오는 가스를 추출해 에너지로 쓰는 바이오 가스 에너지화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바이오 연료를 쓰지 않고 탄소를 줄이는 방법도 있다. 국내 조선업계에선 암모니아ㆍ메탄올ㆍ수소 등을 연료로 하는 차세대 친환경 선박 개발에 나섰다. 암모니아는 영하 34도에서 액체가 되기 때문에 영화 253도에서 액체가 되는 수소보다 저장과 운송이 쉽고, 액화수소보다 단위 부피당 1.5~2배 가까이 더 많이 저장할 수 있어 경제성이 높다. 포스코와 롯데정밀화학ㆍ현대중공업ㆍHMM 등은 ‘그린 암모니아 해상운송ㆍ벙커링 컨소시엄’을 꾸리기도 했다. 메탄올은 기존 선박 연료인 벙커씨유에 비해 황산화물 99%, 질소산화물 80%, 온실가스를 25%까지 줄일 수 있다.

 그린 암모니아 해상운송ㆍ벙커링 컨소시엄. [자료: 롯데정밀화학]

그린 암모니아 해상운송ㆍ벙커링 컨소시엄. [자료: 롯데정밀화학]

미활용 에너지도 이젠 소중한 발전원이다. 공장이나 발전소에서 배출되는 뜨거운 수증기, 석유화학플랜트에서 버려지는 폐압 등이 그 예다.

한국가스공사는 지금까지 버리던 천연가스(LNG) 냉열(冷熱)에너지를 재활용해 냉동 물류사업에 활용하는 사업을 본격화한다. LNG를 영하 162도에서 0도로 기화할 때 발생하는 미활용 에너지다. 한국가스공사는 인천항만공사 등과 함께 인천신항 배후단지를 중심으로 신선식품과 냉동식품, 바이오 의약품까지 보관하는 국내 최초 100% LNG 냉열 활용 냉장ㆍ냉동 물류창고를 구축한다. 매년 늘고 있는 데이터센터의 열을 식히는 냉각시스템 가동에 쓰는 방안도 추진한다.

LNG 냉열 재활용 개념도.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LNG 냉열 재활용 개념도.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한국가스공사는 세계 최초로 냉열 에너지를 수소 액화에 활용함으로써 비용을 최대 30%까지 낮추는 데 성공한 바 있다. 채희봉 한국가스공사 사장은 “해외 냉열 활용 사업도 확대해 미래 신성장 동력을 확보하겠다”고 말했다.

두산퓨얼셀과 LS일렉트릭ㆍ한화파워시스템 등은 연료전지 연계형 도시가스 감압발전 상용화를 공동 추진한다. 천연가스를 가정에 공급할 때 감압(減壓) 과정을 거치는 동안 발생하는 ‘폐압’을 활용해 발전기를 돌려 전기를 생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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