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 굴 생산의 90% 가까이 차지하고 있는 경남 남해안에서 지난 11월부터 양식 굴이 집단폐사하고 있다. 또 다른 지역 대표 수산물인 멸치도 잡히지 않아 어민들이 피해를 호소하고 있다.
온도 변화에 민감한 멸치는 지난여름 고수온이 폐사에 영향을 준 것으로 분석되지만, 굴 폐사 원인은 아직 감을 잡지 못하고 있다. 국립수산과학원은 경남도와 합동으로 굴 시료를 채취해 분석하고 있다.
지난 10월부터 407건·72억원 피해
국립수산과학원 남동해수산연구소 이희중 박사는 14일 중앙일보와 전화 인터뷰에서 “수온, 수질 염분, 용존산소율 등 여러 가지 원인에 가능성을 두고 굴 폐사 원인을 조사하고 있다”며 “영양염 부족으로 먹이를 충분히 섭취하지 못해 폐사한 것이 아닌가 추정하고 있지만 정확한 원인은 조사를 해봐야 안다”고 말했다.
지난 8월 초순 경남 남해안 수온은 약 28.7도로 지난해 같은 시기보다 5.6도, 예년보다 3.4도 올랐다. 수온이 오르면 바닷속 산소가 부족해져 수산물이 제대로 자라기 어렵다. 그 결과 지난 10월부터 통영·고성·거제·창원 등 남해안 곳곳에서 굴이 폐사하고 있다.
통영시에서 굴 양식업을 하는 김모(63)씨는“한창 수확 철인 지난 10월부터 양식 줄을 끌어올려도 알맹이 없는 굴 껍데기만 남았거나 아예 껍데기째 떨어져 나가는 현상이 발생하고 있다”며 “생계를 걱정해야 할 판”이라고 말했다.
경남도에 접수된 굴 폐사 피해 신고는 지난 1일 기준 407건으로, 피해액은 72억2400만원에 이른다. 경남 남해안 굴 양식장은 통영 312곳을 비롯해 모두 801곳, 3474㏊에 이른다. 이들 양식장에서는 한해 25만 7000t의 굴을 생산해 275억 2000만원의 수입을 올린다. 폐사 원인이 고수온 등 자연재해로 판명되면 피해 복구를 위한 보상을 받을 수 있다.
멸치잡이 전년 대비 20% 감소…지난여름‘고수온’ 탓
남해안 멸치잡이 업계도 심각한 어획난에 허덕이고 있다. 14일 경남도와 기선권현망수협 등에 따르면 도내 남해안 멸치잡이 선단은 지난 10∼11월 어획 부진으로 출어를 포기했다. 경남 멸치잡이 선단은 47선단 248척으로 조업 기간은 7월 1일부터 이듬해 3월 31일까지다.
경남 통영에 본소를 둔 멸치권현망수협에 따르면 가을 어기가 시작된 7월 이후 최근까지 조합 공판장을 통해 거래된 마른 멸치는 1만 3500여t이다. 어획 난이 심각했던 지난해 같은 기간 1만 6700여 t과 비교해도 20% 이상 줄었다. 7∼8월 두 달간은 위판량이 지난해와 비슷했으나 9월 들어서 상황이 급변했고, 11월부터 뚝 떨어졌다.
멸치수협 관계자는 “멸치 어군이 제대로 형성되지 않아 조업을 나가지 않는 선단이 많다”며 “멸치잡이는 선원 월급 등 고정비 부담이 커 출어 포기와 어획 부진에 따른 선단 적자가 누적되고 있다”고 전했다. 선단은 이달 들어 다시 조업에 나섰으나 선단 운영비(하루 1000만∼1500만 원)도 건지지 못할 가능성이 커 걱정이 태산이다.
국립수산과학원은 멸치 어황이 나빠진 까닭을 고수온으로 보고 있다. 국립수산과학원 문성용 연구사는 “멸치는 통상 수온 21~22도에서 잘 성장하는데, 산란 때 기인 올해 8~9월에 남해 온도가 25도 이상 올라갔다”며 “어린 멸치가 죽거나, 제대로 성장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해양수산부가 발표한 ‘2016년 11월 연근해 어획량 조사 결과’에 따르면 멸치는 9933t으로 2015년 같은 달과 비교해 46.5% 감소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