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급한 정부, 일반 성인도 부스터샷 간격 3개월로 확 줄였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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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일 이기일 중대본 제1통제관이 정례 브리핑에서 추가접종 간격을 3개월로 단축하는 방안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사진 복지부

10일 이기일 중대본 제1통제관이 정례 브리핑에서 추가접종 간격을 3개월로 단축하는 방안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사진 복지부

정부가 추가접종(부스터샷) 간격을 갑자기 3개월로 일괄 단축했다. 당국이 처음 권고했던 추가접종 간격은 6개월이었다. 지난달 고위험군 여부에 따라 접종간격을 4~5개월로 줄이더니 한 달도 안돼 더 줄인 것이다. 정부는 방역상황이 악화하고 있어 불가피한 결정이라고 주장한다. 하지만 상대적으로 치명률이 낮은 일반 성인의 접종 간격까지 줄인 것을 두곤 논란이다. 전문가들은 판단근거가 충분치 않은 상황에서 정부 결정이 성급했다고 지적한다.

이기일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제 1통제관은 10일 정례 브리핑에서 “(중대본 논의 끝에) 3차 (추가)접종을 보다 신속하게 하려 (접종 간격을) 3개월로 통합 단축해 적용하는 것으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세 번 조정 끝에 3개월로 줄여  

국내 추가접종이 시작(10월 25일)될 때만해도 접종 간격은 6개월이었다. 이후 11월 17일 60세 이상의 경우 6개월에서 4개월로, 18~59세는 6개월에서 5개월로 각각 줄었다. 이어 지난달 29일 정부가 특별방역대책을 내놓으면서 추가접종 간격은 잔여백신 등에 한해 3~4개월로 한 달이 단축됐다. 그러다 이번엔 3개월로 일괄 조정한 것이다. 2차 기본 접종 후 3개월된 18세 이상 성인은 13일부터 사전예약이 가능하다. 접종은 15일부터다.

정부는 다소 무리를 해서라도 방역 위험도를 낮추는 게 시급하다고 보고 있다. 이날 0시 기준 코로나19 신규 확진자는 7022명이다. 사흘 연속 7000명 이상의 환자가 쏟아졌다. 위중증 환자는 852명이고, 사망자는 53명 늘었다. 통상 신규 환자가 늘면, 일정 시차를 두고 위중증 환자·사망자 수 역시 증가하는 경향을 보여왔다. 유행 규모가 7000대로 커진 만큼 앞으로 위중증 환자 등 지표가 더 악화될 수 있다는 의미다. 여기에 국내 우세종인 델타 변이에 비해 감염력이 4배가량 높은 오미크론 변이까지 퍼지고 있다.

10일 오후 서울 서대문구 동신병원 예방접종센터에서 1, 2차 접종을 마친 시민이 모더나 백신으로 추가접종(부스터 샷)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10일 오후 서울 서대문구 동신병원 예방접종센터에서 1, 2차 접종을 마친 시민이 모더나 백신으로 추가접종(부스터 샷)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코로나19 위중증 환자·사망자 현황. 그래픽=신재민 기자 shin.jaemin@joongang.co.kr

코로나19 위중증 환자·사망자 현황. 그래픽=신재민 기자 shin.jaemin@joongang.co.kr

한계 직전인 국내 의료대응 체계 

이미 국내 의료대응 체계는 한계 직전 상황이다. 9일 오후 5시 기준 인구가 밀집한 수도권의 중환자 병상 가동률은 85.4%를 보인다. 전담 의료인력 부족 등으로 사실상 포화상태다. 병상을 하루 이상 기다리는 환자만 1258명에 달한다. 코로나19 고위험군인 70세 이상이 503명이다. 고혈압·당뇨 등 기저질환(지병)을 갖고 있는 환자도 755명이다. 최근 5주간 재택대기 중 숨진 코로나19 환자는 29명이나 된다. 정부는 추가접종에 속도를 내 고령층의 중증화율을 낮추고, 의료대응 체계를 안정시킨다는 계획이다. 일반 성인은 기본 접종 횟수를 채우고도 코로나19에 걸리는 돌파감염을 줄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일반 성인 추가접종 간격도 3개월? 

하지만 상대적으로 건강한 일반 성인으로까지 추가접종 기간을 단축한 것을 놓고 의문이 제기된다. 관련 연구결과가 충분치 않아서다. 한국처럼 3개월로 당긴 국가는 영국·그리스 정도다. 다만 유럽의약품청(EMA)은 최근 현지 브리핑에서 “기본접종 3개월 후 부스터샷 접종이 안전하고 효과적”이란 입장을 밝혔다.

마상혁 대한백신학회 부회장은 “추가접종 간격을 3개월로 당겼을 때 부작용은 없는지, 예방 효과가 구체적으로 어느 정도 되는지 등에 대한 연구자료가 거의 없다”며 “확진자 폭증이 감당되지 않으니 내린 어쩔 수 없는 결정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반면 홍정익 코로나19 예방접종대응추진단 예방접종관리팀장은 “추가접종을 3개월로 당겼을 때 이상반응이 더 증가했다는 보고는 없다. 안전성에 문제없다”며 “‘접종 간격 단축으로 원하는 효과를 얻을 수 있냐’는 의문 가질 수 있는데, 현재는 백신 예방 효과를 끌어올려 전파 확산을 막아야 한다”고 말했다.

위드 코로나 네 번째 병상동원 명령 

한편 정부는 10일 병상동원 행정명령을 또 내렸다. 위드 코로나 시행 뒤 벌써 4번째다. 이번 행정명령을 통해 전국 종합병원 28곳(500~700병상 규모)에서 중증 및 준중증 병상 241개, 비수도권 의료기관 137곳(200~299병상 규모)에서 중등증 전담 치료 병상 1658개 등 모두 1899개를 추가 확보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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