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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54세 기혼여성 비율, 처음으로 60% 아래로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허모(43)씨는 은행에서 일하기 시작한 지 20년이 되는 올해 희망퇴직을 했다. “육아 휴직을 하고 부모님 도움도 받으며 일해왔지만, 둘째가 초등학교에 입학하고 부모님 건강도 나빠지면서 어려운 상황이 됐다”며 “다른 사람의 도움을 받는 방법도 고민했지만 결국 퇴직을 선택했다”고 말했다.

지난 9일 대구 동구 동대구역 광장에서 열린 경력단절 여성의 경제활동 참여 확대를 위한 '굿잡(good job) 버스' 올해 마지막 행사에서 취업을 희망하는 여성이 구인업체정보를 확인하고 있다. 뉴스1

지난 9일 대구 동구 동대구역 광장에서 열린 경력단절 여성의 경제활동 참여 확대를 위한 '굿잡(good job) 버스' 올해 마지막 행사에서 취업을 희망하는 여성이 구인업체정보를 확인하고 있다. 뉴스1

경력 단절 여성 3명 중 2명은 아이 때문에 일을 그만뒀다. 15~54세 여성 가운데 결혼한 사람 비율이 처음으로 60% 아래로 내려갔다. 23일 통계청이 발표한 ‘기혼 여성의 고용 현황’ 내용이다.

올해 상반기 지역별 고용 조사에 따르면 15~54세 기혼 여성(이혼ㆍ사별 포함) 832만3000명 중 과거 일한 경험이 있는 사람(경력 단절 여성)은 144만8000명(17.4%)으로 나타났다. 1년 전과 비교해 경력 단절 여성 수는 5만7000명, 비중은 0.2%포인트 줄었다.

여성 고용 사정이 나아져서가 아니다. 저출산 고령화 여파로 이 연령대 인구 자체가 감소한 데다, 결혼이 늦어지면서 기혼 여성 숫자도 줄었기 때문이다. 실제 지난 1년 사이 15~54세 기혼 여성 취업자(-25만5000명) 수는 경력 단절 여성보다 더 큰 폭으로 감소했다.

경력 단절 여성 가운데 43.2%는 퇴직한 이유가 육아라고 대답했다. 지난해 조사 때보다 응답 비율이 0.7%포인트 증가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인한 돌봄 공백 영향이 컸다는 분석이다.

그다음 결혼(27.4%), 임신ㆍ출산(22.1%), 자녀 교육(3.8%), 가족 돌봄(3.4%) 순으로 답했다. 직접 자녀와 연관되는 육아, 임신ㆍ출산, 자녀 교육을 더하면 응답률은 69.1%로 치솟는다. 경력 단절 여성 셋 중 둘은 자녀로 인해 일을 그만둬야 했다는 의미다. 여성의 직장 유지를 뒷받침할 보육ㆍ교육 인프라가 여전히 부족하단 걸 방증한다.

아이가 어릴수록, 자녀 수가 많을수록 경력 단절 비율이 높은 경향도 여전했다. 자녀 나이 6세 이하 여성 고용률은 47.5%로 7~12세(59%), 13~17세(66.1%)보다 크게 낮았다. 아이 수 1명(58.1%), 2명(54.8%), 3명 이상(52.5%) 순으로 고용률이 저조했다.

아이를 키우고 일하기 힘든 환경이 나아지지 않으며 여성이 결혼하지 않고 아이도 낳지 않는 경향은 더 심해지고 있다.

올해 15~54세 연령대 가운데 기혼 여성 비율은 59.6%로, 2014년 조사 이후 처음 60% 아래로 떨어졌다. 18세 미만 자녀와 동거하는 여성 비중도 지난해 56.1%에서 올해 55.8%로 하락했다. 결혼을 늦게 하거나 아예 안 하고, 결혼하더라도 아이를 낳지 않는 여성이 늘고 있다는 분석이다.

결혼 기피, 만혼 풍조는 경력 단절 여성 연령대에도 변화를 줬다. 올해 경력 단절 여성 중 40대 비율이 처음으로 40%로 올라섰다. 여전히 30대(45.2%) 비중이 가장 높긴 하지만 40대가 빠르게 추격 중이다.

김경희 통계청 고용통계과장은 “경력 단절 여성 조사를 시작한 2014년만 해도 20~30대 비중이 높았는데, 결혼과 출산을 늦게 하는 경향이 뚜렷해지면서 40대 비중이 크게 상승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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