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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리두기 속에도 즐겼네…홈술·홈테리어·호캉스 지출 급증

중앙일보

입력

밤 10시 이후 야외 음주를 금지했던 지난 7월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한강공원의 한 편의점에 주류가 진열돼 있다. 뉴스1

밤 10시 이후 야외 음주를 금지했던 지난 7월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한강공원의 한 편의점에 주류가 진열돼 있다. 뉴스1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4차 유행이 한창이던 지난 3분기에도 가계 소비는 늘었다. 백신 접종률이 높아지면서 소비심리도 회복하기 시작한 데다, 추석 특수에 재난지원금 효과까지 힘을 보탰다. 가계가 다시 지갑을 열고 있는 가운데, 유독 지출이 늘어난 분야들이 있다. 타인과의 접촉을 최대한 줄이고, 자신의 심리적 만족을 추구하는 ‘나홀로’ 소비가 주를 이룬다.

[경제통]

‘홈술족’ 구매력 더 증가

21일 통계청의 3분기 가계동향조사 결과에 따르면 지난 7~9월 가계의 주류 지출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2.3% 증가했다. 주류 소비가 늘어난 것은 술을 사서 집에서 먹는 ‘홈술족’의 구매력이 커졌다는 뜻이다. 주점 등 집 밖에서 술을 먹는 것은 통계상 ‘식사비’로 잡히기 때문이다. 3분기 식사비는 전년 동기보다 4.4% 증가했다. 주류 지출은 지난해 1분기(-1.4%) 이후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가계 지출 주요 증가 품목. 그래픽=김은교 kim.eungyo@joongang.co.kr

가계 지출 주요 증가 품목. 그래픽=김은교 kim.eungyo@joongang.co.kr

재택근무·원격수업 등으로 집에 머무르는 시간이 길어지고, ‘홈파티’ 등 집에서 모임을 하는 경우가 늘어나다 보니 집을 꾸미는 ‘홈 인테리어’에 쓰는 돈도 늘었다. 3분기 가계의 가구·조명 구매비용은 전년 대비 18.8% 증가했다.

실내장식에 대한 지출도 27.9% 급증했다. 가구업계 관계자는 “지난해부터 집에 대한 인식이 변화하면서, 인테리어나 리모델링에 대한 소비자 관심이 더 높아질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3분기 숙박업계 실적 개선으로 이어져

해외여행이 사실상 중단되며 억눌렸던 여행 수요는 국내여행에서의 숙박비 지출 증가로 나타났다. 지난 3분기 호텔·펜션 등 숙박비 지출은 22.7% 증가했다. 지난해 내내 감소했던 숙박비 지출은 올해 2분기(43.6%) 급반등한 뒤 높은 증가율을 이어가고 있다. 코로나19 이후 오히려 지출이 늘었던 캠핑 관련 지출은 올 3분기에도 18.8% 증가했다.

국내여행 소비 증가는 실제 숙박업계 실적 개선으로도 이어지고 있다. 지난 3분기 대기업 계열 호텔은 3분기 매출이 급증하며 실적을 개선했다. 조선호텔앤리조트는 3분기 전년 동기 대비 114.2% 증가한 841억원의 매출을 올리며 영업적자를 절반 이상 줄였다. 호텔롯데 호텔사업부의 3분기 매출은 4301억원으로 전년 대비 18% 증가했다.

복권 사고, 작년에 못했던 취미 하고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집콕' 생활이 길어지며 취미 용품 수요가 커진 것으로 나타났다.   한 온라인 쇼핑몰은 지난 7월 1~25일 취미 용품 매출이 전년 동기보다 70.6% 뛰었다고 밝혔다.   사진은 7월 서울 종로구 낙원상가의 한 악기 판매점. 연합뉴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집콕' 생활이 길어지며 취미 용품 수요가 커진 것으로 나타났다. 한 온라인 쇼핑몰은 지난 7월 1~25일 취미 용품 매출이 전년 동기보다 70.6% 뛰었다고 밝혔다. 사진은 7월 서울 종로구 낙원상가의 한 악기 판매점. 연합뉴스

이 밖에도 가계는 복권 지출을 41.6% 늘렸다. 가구당 월평균 복권 지출액이 844원에 그쳐 액수로는 크지 않지만, 증가율은 2019년 집계 방식을 개편한 이래 가장 높다. 올해 복권판매액은 역대 최대 기록을 갈아치울 전망이다.

또 악기 등에 대한 지출이 133.3%, 성인 학원교육 지출도 23.6% 급증했다. 모두 지난해 취미 관련 소비가 급감했던 데 따른 기저효과로 볼 수 있다.

전문가는 단계적 일상회복(위드 코로나)이 계속돼도 거리두기를 중시하는 소비 양상은 당분간 계속될 것으로 전망했다.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최근 가계 지출이 늘어난 분야는 길어지는 코로나19 상황 속에서도 소비자가 욕구를 충족하기 위해서 찾아낸 것들”이라며 “회식이 재개되는 것을 꺼리는 사람, 국내 여행에 흥미를 느낀 사람도 많아졌기 때문에 상당 기간 코로나 상황과 비슷한 소비 패턴이 이어질 것”이라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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