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판 샘프러스와 애거시.
30일 서울 장충코트에서 열린 제47회 장호배 전국주니어테니스대회 남자결승전은 지난 4월 이덕희배 국제주니어대회를 그대로 옮겨 놓은 듯했다. 6개월의 기간이 흘렀으나 고교무대 최강자를 가리는 결승전 주인공은 똑같았다. 전웅선(17.SMI아카데미)과 김선용(16.양명고). 두 선수는 선배들을 모두 제치고 한국 테니스의 미래를 이끌어갈 주역으로 우뚝 서 있었다.
파워넘친 서비스로 무장한 전웅선과 정교한 스트로크와 지능적인 플레이가 뛰어난 김선용의 대결은 대포알 서비스로 이름 높았던 피트 샘프러스와 재치있는 스트로크 플레이어 앤드리 애거시의 경기를 보는 듯했다.
김선용이 1세트 6-6 타이브레이크에서 7-5로 이겨 주도권을 잡았으나 힘에서 앞선 전웅선이 2세트를 6-2로 따낸데 이어 3세트는 6-0으로 완파하며 세트스코어 2-1로 승리했다.
1m90㎝로 최장신 테니스 선수인 전웅선은 이덕희배 결승 패배를 설욕하며 국내 주니어무대에서 처음으로 정상에 올랐다. 김선용도 1m83㎝.70㎏의 좋은 체격조건을 갖춰 무궁한 성장 가능성을 보여줬다.
현재 세계 주니어 랭킹 34위인 전웅선과 30위인 김선용은 현재 18세 선수들이 내년 초 성인무대로 빠져나가면 세계 톱10 진입이 유력하다. 현재 SMI 테니스 아카데미에서 나란히 레슨을 받고 있는 둘은 해외 원정 때면 한방에서 지내는 등 형제처럼 친한 사이다.
여자단식에서는 홍다정(중앙여고)이 고교1년생 이예라(강릉정보고)를 2-0(6-0,6-4)으로 완파하고 대회 3연속 우승을 이뤘다. 장호배 3연패는 1957~59년 1~3회 때 정명자(경기여고)이후 44년 만에 나온 대기록이다.
김종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