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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대외정책 쌍줄 곡예/김­도이 회담 언저리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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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김일성,고려연방제 통일구상 불변 강조/대일교섭 때만 「하나의 조선」 어물쩍 유보
북한 김일성이 9일 도이(토정) 일본 사회당 위원장과의 회담에서 밝힌 연방제에 따른 통일구상이나 한국의 유엔 단독가입 반대 방침은 북한의 통일 및 대외 기본정책이 대일 국교정상화 교섭 제안 이후에도 전혀 달라지지 않고 있음을 분명히 보여주는 것이다.
김일성은 도이 위원장에게 남북 통일문제를 언급,『조선인민이 분열한 지 50년을 맞기 전에 통일이 돼야 한다』고 말해 오는 95년까지 통일을 실현시키고 싶다는 의지를 표했다.
김일성은 그러나 통일방법으로 「조선은 하나」라는 기본입장에서 고려민주연방공화국 구상을 되풀이 강조,북한이 종래의 통일정책을 아직도 바꾸지 않고 있음을 분명히했다.
이는 「2개의 조선」을 인정하지 않겠다는 북한의 외교정책에 근본적인 변화가 없는 것을 의미한다. 다만 대일교섭에 있어서만 한정적으로 대외개방을 인정,배상문제를 국교정상화 교섭 개시와 연결지어 해결한다는 엉거주춤한 자세를 지속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북한ㆍ일 관계개선을 둘러싸고 한국과 미국이 남북대화 진전에 보조를 맞춰주도록 강력히 요구하고 있어 북한측이 종래의 방침을 고수하는 한 북한ㆍ일본간 국교정상화 교섭도 순조롭게 진행될 수 없으리라는 불투명함이 일본정부ㆍ자민당뿐 아니라 사회당내에서도 강해지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김일성은 남북통일에 대해 『한쪽이 다른 한쪽으로 흡수ㆍ통합하는 것이 아니라 하나의 민족,두개의 제도,두개의 자치정부로서 통일해야 한다』고 말함으로써 독일식 통일을 반대하는 한편,지금까지 북한이 주장해온 「고려민주연방공화국」에 의한 통일주장을 다시한번 확인했다.
일본 신문들은 김일성의 이같은 주장이 북한의 통일정책 이전과 변함없으며 최근 북한의 대외 개방움직임과는 달리 통일정책에 있어서만은 한발짝도 뒤로 물러서지 않고 있음을 의미하는 것이라고 분석하고 있다.
김일성은 또 한국의 유엔 단독가입에 대해서도 강한 반발을 보임으로써 그동안 북한이 한국의 유엔 단독가입 문제에 전과 달리 유연한 반응을 보여오던 데서 완전 원상태로 돌아갔음을 보여줬다.
김일성이 언급한 연방제는 80년 조선노동당 제6차 당대회에서 제안한 것으로 남북 쌍방이 자치정부를 만들고 동등한 권한으로 연방을 구성한다는 구상이다.
그러나 한국은 이를 북한의 대남 해방노선의 연장이라고 판단,계속 무시하는 자세를 취해왔다.
8일 방한한 가네마루(김환신) 전 일본 부총리에 대해 노 대통령은 한일 정부간에 충분한 사전협의를 요구하는 등 북한ㆍ일본 관계의 급속한 접근 움직임에 제동을 걸었다.
일본정부ㆍ자민당으로서는 북한이 지금까지 남북통일의 기본전략으로 해온 대남 해방노선의 분명한 포기선언이나 테러전술 포기 등 북한이 「책임있는 국제사회의 일원」으로 될 수 있는지 여부를 확인할 필요가 있다는 데 동의하고 있다.
이날 도이 위원장과의 회담내용에서 보듯 김일성은 이같은 한국 및 서방측 여러나라의 우려에 대해 응답하는 자세를 보여주고 있지 않다. 뿐만 아니라 비록 제2차 남북총리회담에 대해 적극적인 자세를 나타내고는 있지만 한국의 유엔 단독가입에 대한 반대와 팀스피리트훈련의 중지,방북인사의 석방 등 종래 주장을 되풀이하고 있다.
따라서 오는 11월부터 시작될 북한ㆍ일본정부간 교섭에서도 이같은 통일문제나 외교정책 등에서 양국간 입장차이가 큰 데다 「전후 45년간」의 배상문제에도 일본이 쉽게 응하지 않을 것이 확실한만큼 북한ㆍ일본 국교수립까지는 상당한 우여곡절이 있을 것이라는 견해가 동경 외교가의 일반적인 관측이다.<동경=방인철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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