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옷에 붙은 ‘반짝이’ 덕분에 알아챘다…리버풀 테러범의 반전

중앙일보

입력

지난 14일(현지시간) 오전 영국 리버풀의 한 여성 병원 주차장에서 발생한 택시 폭발 테러 용의자의 정체가 드러났다.

14일(현지시간) 영국 리버풀의 한 병원 주차장에 세워진 택시가 폭발해 불타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14일(현지시간) 영국 리버풀의 한 병원 주차장에 세워진 택시가 폭발해 불타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15일 일간 텔레그래프 등 현지 언론은 사고 택시에서 숨진 채 발견된 남성이 폭탄 테러 용의자로 지목됐다고 보도했다. 이름은 엔초 알메니(32). 당초 이 사건의 피해자로 알려졌던 인물이다.

보도 따르면 그는 이라크 출신의 피자 가게 셰프다. 본명은 이마드 자밀 스웨알미엔으로 시리아인 아버지와 이라크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났다. 이라크에서 자란 그는 수년 전 영국으로 건너왔다. 2014년 망명 신청을 했지만 거절당했다고 한다. 같은 해 흉기를 소지한 혐의로 체포돼 정신 질환 판정을 받고 정신병원에서 치료를 받았다. 이후 성당 자원 봉사자들의 도움을 받아 생활해왔다.

알메니의 친구들은 그가 영국으로 이주하기 위해 많은 것을 바꿨다고 전했다. 우선 서구적인 이름으로 망명 신청을 하면 받아들여질 확률이 높다는 말에 개명했다. 개명한 이름은 평소 좋아했던 이탈리아의 수퍼카 '페라리'의 창업자인 엔초 페라리에서 따왔다. 또 2017년엔 이슬람에서 기독교로 개종했다.

영국 경찰들이 15일 리버풀의 한 여성 병원에서 발생한 택시 폭발 테러 현장 작업을 위해 들어가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영국 경찰들이 15일 리버풀의 한 여성 병원에서 발생한 택시 폭발 테러 현장 작업을 위해 들어가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알메니의 범행 동기는 아직까지 밝혀지지 않았다. 영국 보안정보국 MI5는 이번 테러의 배후에 이슬람교도가 있는지 들여다보고 있다. 또 알메니가 최근 임대한 것으로 알려진 ‘폭탄 공장’ 인근 주택가에서 3명의 또 다른 용의자도 검거했다. 무엇보다 알메니가 앓고 있던 정신 질환이 범행 동기를 이해하는 핵심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데일리메일에 따르면 주변 사람들은 알메니를 조용한 사람으로 기억했다. 8개월간 그를 돌봐 준 엘리자베스 히치콧 부부는 “매일 옆에서 지켜봤지만, 급진적인 이슬람주의자가 된다거나 테러를 암시하는 행동은 전혀 없었다”고 말했다.

수사 당국은 당초 폭발한 택시에 타고 있던 알메니를 이번 사건의 피해자로 분류했다. 그러나 조사 결과 폭발이 알메니가 지니고 있던 사제 폭탄에서 시작된 것으로 확인됐다. 폭발 전 그와 함께 택시에 타고 있던 기사 데이비드 페리도 알메니를 용의자로 지목했다.

페리는 알메니가 옷에 반짝이는 무엇인가를 붙인 채로 택시에 타 이상하게 생각했다고 증언했다. 또 알메니는 처음엔 리버풀 대성당으로 가달라고 했다가 차가 막히자 여성 병원으로 행선지를 바꿨고, 병원 도착 직후 이상한 움직임을 보였다고 했다.

영국은 리버풀에서 발생한 택시 폭발을 테러로 규정하고 검문을 강화했다. [AP=연합뉴스]

영국은 리버풀에서 발생한 택시 폭발을 테러로 규정하고 검문을 강화했다. [AP=연합뉴스]

이때 수상한 낌새를 느낀 페리가 택시 문을 빠르게 잠가 알메니를 나가지 못하게 했다. 그 덕분에 큰 참사를 막을 수 있었다는 게 수사 당국의 설명이다. 페리는 불이 차 전체로 옮겨붙기 전 탈출해 목숨을 구했다.

이날 영국은 이번 사건을 폭발물 공격에 의한 테러로 규정하고 테러 위협 단계를 ‘심각’으로 높였다. 영국 테러 경보 체계는 총 5단계로 낮음·보통·상당·심각·위급 등이다. 심각 단계는 테러공격이 일어날 가능성이 ‘매우 높다’는 뜻으로 두 번째 높은 위험 단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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