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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소 감축해주는 요소 국내 생산…그래도 당장 못 하는 이유

중앙일보

입력

8일 경기 안양 시내 한 레미콘 공장에 요소수 부족으로 운행하지 못하는 차량들이 주차돼 있다. 뉴스1

8일 경기 안양 시내 한 레미콘 공장에 요소수 부족으로 운행하지 못하는 차량들이 주차돼 있다. 뉴스1

외국에 의존하던 요소 수입이 멈추자 국내 산업계 전반이 멈춰 서고 있다. 원료인 요소가 없다 보니 최근 국내 최대 요소수 공장까지 생산을 중단했다.

그러다 보니 산업 필수품으로 꼽히는 요소를 국내서 다시 생산하자는 논의가 고개를 들고 있다. 탄소 저감과 경제적 자생력 확보라는 두 마리 토끼를 다 잡을 수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업계에선 공장 마련에만 2년 이상 필요하다는 회의적인 목소리가 나온다.

국내 기술력 충분, 탄소 저감도 가능

차량용 요소수 부족이 본격화된 뒤 정부는 암모니아를 수입해 직접 요소를 만드는 방안을 검토하기 시작했다. 중국발(發) 수입 중단이 요소수 대란을 불러온 만큼 산업 필수품인 요소를 자체 생산해 확보한다는 생각이다.

전문가들에 따르면 한국은 요소를 만들 수 있는 기술력이 충분하다. 2011년 이전엔 국내에도 요소 제조업체들이 있었다. 하지만 개발도상국에서 나오는 저렴한 요소에 밀려나면서 모두 문을 닫았을 뿐이다. 요소 제조엔 고도의 기술이 필요 없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국내 최대 요소수를 생산하는 롯데정밀화학 울산공장. 롯데정밀화학은 과거 요소 제조 공장도 운영했지만 2011년 폐쇄했다. 뉴스1

국내 최대 요소수를 생산하는 롯데정밀화학 울산공장. 롯데정밀화학은 과거 요소 제조 공장도 운영했지만 2011년 폐쇄했다. 뉴스1

특히 요소 제조는 탄소중립 방안 중 하나인 '탄소 포집 활용 및 제거(CCUS)' 기술로도 사용할 수 있다. 요소는 기체 상태의 암모니아와 이산화탄소를 고압 상태에서 결합해 고체로 만든 물질이다. 이런 요소를 물에 섞어 만든 요소수를 차량에 주입하면 암모니아 성분이 발암 물질인 질소산화물을 분해해준다.

이렇게 요소를 제조하는 과정에서 산업계가 배출하는 이산화탄소를 가져와 쓰면 탄소 포집 활용 기술이 될 수 있다. 과거처럼 화석연료인 석탄을 사용해 이산화탄소를 만드는 게 아니라, 산업 현장에서 나온 이산화탄소를 활용하기 때문에 정부가 추진하는 탄소중립 기조에도 맞는다는 설명이다.

유동헌 에너지경제연구원 명예선임연구위원은 "포집된 이산화탄소를 다른 유용한 곳에 사용하니까 요소 제조도 CCU 기술이 맞다. 다만 이산화탄소를 분해하기 위한 고열·고압 상태를 만드는 데 드는 에너지를 효율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8일 서울 양천구 한 주유소에 요소수 품절을 알리는 안내문이 부착되어 있다. 연합뉴스

8일 서울 양천구 한 주유소에 요소수 품절을 알리는 안내문이 부착되어 있다. 연합뉴스

시간·비용 적지 않아 "최소 2년"

반면 과거 요소를 직접 제조했던 화학업계에선 곧바로 생산을 재개하기 어렵다는 의견이 나왔다. 새로운 요소 공장을 짓는 데만 2년 이상 걸릴 것으로 내다봤다. 화학 기술이 적용된 공장을 짓는데 드는 시간과 비용이 만만치 않다는 것이다. 해외 기술 사용권을 받아오는 것도 변수다.

2011년까지 마지막 국내 요소 공장을 운영했던 롯데정밀화학 관계자는 "요소 공장을 새로 만드는 데 최소 2년이 걸린다. 화학 관련 공장은 주문·설계·건축까지 고려해야 할 점이 많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8일 대전의 한 농협을 찾은 농민들이 얼마 남지 않은 요소 비료를 구입하고 있다. 농가에 비료를 공급하는 이 농협은 조합원에 한해 1인당 비료 판매수량을 1포로 제한하고 있다. 프리랜서 김성태

8일 대전의 한 농협을 찾은 농민들이 얼마 남지 않은 요소 비료를 구입하고 있다. 농가에 비료를 공급하는 이 농협은 조합원에 한해 1인당 비료 판매수량을 1포로 제한하고 있다. 프리랜서 김성태

김필수 대림대 자동차학과 교수는 "무에서 유를 만드는데 시간이 드는 건 당연하다. 지금 한국은 초단기 대책이 필요한 상황이라 국내 생산이 요소수 대란을 당장 해결해 줄 대안은 아니다"고 말했다.

하지만 허일정 한국화학연구원 환경자원연구센터장은 "요소는 요소수나 요소비료 등 국가 전략 차원에서 필요한 산업품 원료라 장기적으로 확보해둘 필요가 있다. 거기에 더해 CCUS 기술로 쓸 수 있는 만큼 향후 2년을 내다보더라도 국내 생산 기반을 지금부터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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