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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HO "유럽, 다시 팬데믹 진원지 됐다"…이제 막 빗장 푼 한국은?

중앙일보

입력

지난 8월 1일(현지시간) 독일 베를린에서 코로나19 제한조치에 반대하는 시위가 열리고 있다. [AP=뉴시스]

지난 8월 1일(현지시간) 독일 베를린에서 코로나19 제한조치에 반대하는 시위가 열리고 있다. [AP=뉴시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 접종 레이스 선두에 섰던 유럽에서 다시 대규모 확진자가 발생하면서 방역에 비상이 걸렸다. 세계보건기구(WHO)는  “내년 2월까지 50만명의 사망자가 더 발생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지난 1일부터 단계적 일상회복(위드 코로나) 시행에 들어간 한국 방역당국은 외국의 사례를 면밀히 모니터링하면서 국내 상황을 예의주시하겠다는 입장이다.

한스 클루게 WHO 유럽지역 국장은 4일(현지시간) 성명서에서 “유럽이 팬데믹의 진원지로 다시 돌아왔다”고 우려했다. WHO는 러시아와 중앙아시아 일부 국가를 포괄하는 유럽사무소 관할 구역에서 주간(지난달 25~31일) 신규 확진자가 전주보다 6% 늘어난 180만명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주간 사망자는 2만4000명으로 전주보다 12% 늘었다. 다른 지역의 주간 신규 확진자 증가세는 ▶미주 3% ▶서태평양 2% ▶동지중해 -12% ▶동남아시아 -9% ▶아프리카 -9%로 유럽보다 확산 폭이 작았다. 클루게 국장은 “전 세계 코로나19 확진자의 59%, 사망자의 48%가 유럽에서 발생했다”며 “이대로라면 내년 2월 1일까지 유럽과 중앙아시아에서 코로나19 사망자가 50만 명에 이를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네덜란드·오스트리아, 확진자 급증에 방역 강화

3일 마스크를 쓴 사람들이 암스테르담 중심가에서 길을 걷고 있다 [AFP=연합뉴스]

3일 마스크를 쓴 사람들이 암스테르담 중심가에서 길을 걷고 있다 [AFP=연합뉴스]

코로나19 재확산 원인으로는 지역에 따라 백신 접종 편차가 큰 것과 방역 조치가 느슨해진 점을 꼽았다. 실제 지난 9월 25일 백신 패스를 도입하면서 대부분의 방역 조치를 해제했던 네덜란드는 확진자가 급증하자 11월 1일(현지시간) 사실상 위드 코로나 중단을 선언했다. 이날 네덜란드의 코로나19 신규 확진자는 7700명으로 7월 기록했던 최다 감염 수준(8000명대)까지 상황이 악화했다. 코로나19로 입원 중인 환자는 1200명으로 5개월 만에 최고 수준을 보였다. 휘고 더용어 네덜란드 보건복지체육부 장관은 “코로나19 입원 환자 수가 급증하고 있어 새 정책을 시행하지 않을 수가 없다”며 ‘백신 패스’의 사용처를 확대하고 공공장소 마스크 착용 의무화도 복원했다.

지난 8월부터 공공장소 마스크 착용 의무화나 사적 모임ㆍ영업시간 제한 등을 없앤 오스트리아도 방역 재강화에 나섰다. 지난 1일 신규 확진자 수가 4523명을 기록하며 한 주 전에 비교해 59% 급증했고 ‘중환자실 입원환자 수’도 292명에 달했기 때문이다. 오스트리아는 방역 수위를 조절할 때 중환자실 입원환자 수를 핵심 지표로 삼는데 통상 300명에 이르면 심야 식당ㆍ술집 등은 완치자나 백신 접종자만 이용할 수 있다. 이에 오스트리아 9개 주 가운데 6개 주는 다중이용시설 출입 기준을 강화하고 실내 마스크 착용을 의무화하는 등의 방역 강화 정책을 다시 꺼내 들었다.

점진적 완화했던 독일도 확진자 폭증

5일 독일 드레스덴 시립병원에서 의료진이 코로나 환자를 돌보고 있다. [AP=연합뉴스]

5일 독일 드레스덴 시립병원에서 의료진이 코로나 환자를 돌보고 있다. [AP=연합뉴스]

문제는 점진적으로 방역을 풀었던 곳에서도 확진자가 쏟아지고 있다는 점이다. 독일은 지난 8월 23일부터 백신 접종자 중심 거리두기 완화 방안인 3G(백신 접종자, 회복자, 코로나 검사 음성 확인자) 규칙을 적용하며 위드 코로나 연착륙을 시도 중이었다. 하지만 4일(현지시간) 독일 로베르트코흐연구소(RKI) 집계 결과 코로나19 신규 확진자 수는 3만3949명으로 사상 최다치를 기록했다. 하루 사망자도 165명에 달해 일주일 전(126명)보다 급격하게 증가했다. 이런 상황에 대해 독일 보건당국은 접종 완료율이 3개월째 60%대에서 제자리걸음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분석하며 미접종자를 대상으로 방역 지침을 강화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설명했다.

“한국, 확진자 줄어들 만한 지표 적어”

11월부터 위드 코로나 정책을 시행한 국내 상황은 어떨까. 방역당국은 최근 확진자가 소폭 늘었으나 아직은 안정적인 상황을 유지하고 있다고 본다. 한국의 경우 실내외 마스크 착용을 유지하면서 점진적으로 방역을 풀고 있고, 백신 접종률도 상대적으로 높기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5일 0시 기준 백신 1차 접종률은 80.6%, 접종 완료율 76.1%를 기록했다. 정통령 중앙방역대책본부 총괄조정팀장은 이날 브리핑에서 “예방 접종률을 계속 높이면서 사회가 감당할 수 있는 수준에서 거리두기를 단계적으로 이행하겠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정기석 한림대 성심병원 호흡기내과 교수는 유럽 상황을 보며 방역당국이 좀 더 긴장감을 높일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정 교수는 “모든 지표의 방향이 확진자가 증가하는 쪽으로 흐르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바이러스가 활동하기 쉬운 겨울철이 다가오고 있고, 국민은 이미 방역에 대한 긴장감이 풀어진 상태”라며 “접종률도 이미 76%를 달성했는데 대상자 나이를 더 낮추지 않는 이상 80% 이상을 기대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설명했다. 무엇보다 상반기에 접종을 끝낸 이들의 대다수는 델타 변이에 대한 방어력이 떨어져 확진자가 계속 늘 것이라고 전망했다. 정 교수는 “확진자가 더 늘기 전에 부스터 샷 대상자를 확대하고 기간을 당기는 한편, 방역 완화 대책도 보다 정밀하게 조율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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