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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yeran bap처럼 단순·친숙한 맛…한식엔 마법 있다”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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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6면

NYT 스타 기자 에릭 준호 김. [사진 에릭 김]

NYT 스타 기자 에릭 준호 김. [사진 에릭 김]

“이번 주말엔 Gyeran Bap(계란밥)에 도전하세요.”

지난 9월 20일(현지시각) 뉴욕타임스(NYT) 홈페이지 ‘가장 많이 본 기사’ 1위 제목이다. 한국계 2세 미국인 셰프 겸 푸드라이터 에릭 김(Eric Kim)이 “계란을 부쳐 뜨거운 흰밥 위에 얹어 간장과 참기름을 뿌리고 때론 버터를 약간 곁들여 먹는 한국의 대표적 간편식”이라고 소개한 기사다. 그는 최근 중앙일보와 e메일 인터뷰에서 “어린 시절 계란밥을 먹으며 자라 꼭 소개하고 싶었다”며 자신의 이름을 ‘에릭 준호 김’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김(gim) 같은 해조류를 뿌려 먹으면 더 맛있다”고 소개하며 한국어 단어를 영어로도 그대로 옮겨 ‘gim’ ‘Gyeran bap’ 등으로 표기했다. 미국인 독자들은 ‘계란밥’ 기사에 “아이들이 좋아해서 자주 요리한다”(윌슨) “(인도계인) 나는 김 대신 볶은 시금치를 넣어봤다”(프라카쉬) 등의 댓글을 달았다.

외국인에게 소개하는 한식은 특별해야 한다는 고정관념이 있는데 ‘계란밥’이 깼다.
“아무도 큰 목소리로 말하지 않지만 정말 중요한 기본이 있지 않나. 내겐 계란밥이 그렇다. 단순함 속에 아름다움이 있다. 친숙함을 불러일으키는 특유의 감칠맛 덕이다.”
한식의 매력은.
“한국 음식 맛의 깊은 곳에는 마법 같은 게 있다. 그 마법을 전파하고 싶다. 미국인에게 맞추기 위해서 한식 고유의 맛을 조절할 필요가 없다. 미국인도 이젠 글로벌한 재료로 선반을 채우고 다양한 요리를 하고 싶어한다.”
지난 9월 20일 NYT에서 ‘가장 많이 본 기사’ 1위에 오른 ‘계란밥’ 기사. [사진 NYT 캡처]

지난 9월 20일 NYT에서 ‘가장 많이 본 기사’ 1위에 오른 ‘계란밥’ 기사. [사진 NYT 캡처]

에릭 김은 최근 『코리안 아메리칸(Korean American)』이라는 첫 책도 냈다. 자신의 스토리와 한식 레서피를 녹였다. 그는 미국 애틀랜타에 이민한 한국인 부모의 차남이다. 그가 자라며 먹었던 김치볶음밥엔 특별한 사연이 있다. 자신이 성 소수자라는 걸 털어놓은 날 밤의 일화다.

“부모님께 ‘나 게이야’라고 말하는 게 참 어려웠다. 우시는 부모님과 밤늦게까지 얘기하는데, 어느 순간 엄마가 벌떡 일어나 ‘김치볶음밥 먹을 사람?’이라고 하셨다. 김치볶음밥을 먹으며 생각했다. ‘엄마의 이 김치볶음밥에 나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고 사랑한다는 의미가 녹아있구나’라고.”

부모님 이민 스토리는 영화 ‘미나리’를 연상시킨다.
“미국 사회에서 자리 잡기까지는 오랜 시간이 걸렸다. 나는 미국인이면서 한국인이다. 두 정체성 사이에서 갈등하는 건 많은 이민자 가정의 공통 이슈다.”

그의 한식 소개가 사랑받는 데는 또 다른 이유가 있다. 한식의 정체성을 밀어붙이지 않고, 글로벌 푸드의 맥락에서 소개해서다. 계란밥도 그랬다. “일본에는 밥 위에 날달걀을 깨뜨려 젓가락으로 저어 먹는 ‘다마고 가케 고항’이 있다. 인도네시아와 푸에르토리코에도 계란을 넣어 먹는 쌀 요리가 있다”고 설명하는 식이다.

그는 “미국에 사는 한국계나 비(非) 백인 아이들은 누구나 내적 갈등을 겪는다. 하지만 이젠 하나의 정체성만이 아닌 다양함을 추구하는 것에 안도한다”고 전했다. 그런 맥락에서 그는 스타 한식 유튜버 ‘망치’나, ‘미나리’ 주연배우 스티븐 연 등의 인기를 반가워했다. 두 번째 책도 준비 중이다. 한식 관련 에세이라고 했다. 그는 “한식에는 무궁무진한 가능성이 있다”며 “김치찌개가 김칫국이나 부대찌개 등 다양한 레서피로 가는 게 한식의 매력”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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