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美국방부 “中 2030년 핵탄두 1000여개 보유…北 붕괴 대비 훈련도”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중국이 2019년 10월 건국 70주년 기념일을 맞아 중국 베이징 천안문광장에서 열린 열병식에 처음 공개한 차세대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둥펑-41'의 모습. [EPA=연합뉴스]

중국이 2019년 10월 건국 70주년 기념일을 맞아 중국 베이징 천안문광장에서 열린 열병식에 처음 공개한 차세대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둥펑-41'의 모습. [EPA=연합뉴스]

중국의 핵무기 증강이 예상보다 빠른 속도로 진행돼 2030년에는 핵탄두 보유량이 1000개를 넘어설 것이라는 미국 정부의 전망이 나왔다.

4일 미국의소리(VOA)에 따르면 미 국방부(펜타곤)는 3일(현지시간) 의회에 제출한 '2021 중국 군사·안보 보고서'에서 이같이 밝히면서 중국이 군사력 증강을 통해 국제적 영향력 확대를 모색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보고서는 중국의 핵탄두 보유 규모가 2027년에 700개로 늘어나고, 2030년에는 1000개를 넘어설 수 있다고 전망했다. 1년 전에 예상한 것보다 두배 이상 빠른 속도다. 펜타곤은 현재 중국이 보유한 핵무기 규모를 명시하지 않았지만, 지난해 보고서에선 중국이 200개의 핵무기를 보유하고 있으며 2030년에는 400개에 이를 것이라고 예상했다.

세계 핵보유국 핵탄두 수.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세계 핵보유국 핵탄두 수.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펜타곤은 중국이 핵전력 증강을 위해 고속 증식 원자로와 재처리시설을 추가로 건설해 플루토늄 생산량을 늘리고 있으며, 최소 3곳의 미사일 기지에서 수백 기의 ICBM을 보관할 수 있는 지하 격납고를 건설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중국이 지상·해상·공중 어디서나 핵 공격이 가능한 '3대 핵전력'을 이미 구축했을 가능성이 있다는 분석을 내놨다. 지상과 해상(함정 및 잠수함)에서 발사할 수 있는 핵미사일을 갖춘 데 이어 H-6N 전략폭격기에서 핵탄두가 탑재된 탄도미사일을 발사할 수 있는 능력까지 추가했다는 설명이다.

핵무기 사용 전략과 관련해 펜타곤은 중국이 적국의 ICBM 발사가 확인된 즉시 핵 공격으로 대응하는 'LOW(Launch On Warning)' 태세를 갖추려는 것 같다고 평가했다. 이와 관련 보고서는 '중국의 핵무기 선제 불사용' 원칙이 모호하게 됐다고 지적했다.

 중국이 2019년 10월 건국 70주년 기념일을 맞아 중국 베이징 천안문광장에서 열린 열병식에서 공개한 극초음속 활강비행체인 둥펑-17 미사일의 모습. [신화=연합뉴스]

중국이 2019년 10월 건국 70주년 기념일을 맞아 중국 베이징 천안문광장에서 열린 열병식에서 공개한 극초음속 활강비행체인 둥펑-17 미사일의 모습. [신화=연합뉴스]

보고서에선 한반도 관련 중국군의 동향도 별도로 언급됐다. 펜타곤은 "중국의 한반도 목표에는 안정, 비핵화 그리고 중국 국경 근처에 미군이 주둔하지 않는 것이 포함된다"고 밝혔다. 중국이 북한의 붕괴와 한반도 내 군사적 충돌을 막는 등 한반도의 안정 유지를 위해 집중하고 있다는 것이다. 중국은 이런 목표를 위해 미·북 대화 재개를 비롯한 대화 우선 정책을 추진하고 있으며, 미국에 북한의 '합법적인 우려(legitimate concerns)'를 인정해야 한다는 주장을 하고 있다고 보고서는 지적했다.

보고서는 중국군이 한반도 비상사태에 대비한 육상, 해상, 항공, 화학방어 훈련을 계속하고 있으며, 위기상황이 발생할 경우 중국 지도부가 한반도와 러시아 접경지역을 관리하는 북부전구사령부에 지시를 내려 다양한 작전 펼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여기에는 난민 유입을 막기 위한 북·중 국경 통제와 대량살상무기(WMD) 확보를 위한 군사개입, 완충지대인 북한 보호 등이 포함된다고 덧붙였다.

중국군 북부전구사령부 소속 제78집단군 부대가 2017년 겨울 랴오싱성 인근 북 ·중 접경지역 초원 일대에서 혹한기 기동훈련을 하는 모습. [중국 국방부=뉴스1]

중국군 북부전구사령부 소속 제78집단군 부대가 2017년 겨울 랴오싱성 인근 북 ·중 접경지역 초원 일대에서 혹한기 기동훈련을 하는 모습. [중국 국방부=뉴스1]

한편 펜타곤은 보고서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유행 이후 북한과 중국 간 고위급 군사 외교가 중단됐다는 분석을 내놓았다. 양국이 2019년부터 고위급 정치·군사 외교를 재개했지만 코로나19로 인해 이런 기류가 중단됐다는 설명이다. 보고서는 "북한이 스스로 고립에 들어가 국경을 통한 모든 무역과 인적 교류가 중단됐다"며, "코로나19에 대한 북한 당국의 병적인 우려(paranoia)가 북·중 간 외교적 교류까지 막았다"고 진단했다.

이같은 상황에서도 중국은 유엔 안전보장이사회가 북한에 부과한 제재를 완전히 이행하지 않고 있으며, 각종 불법 행위에 대해서도 단속하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중국이 자국에 있는 북한 금융·무기거래 담당자들의 활동을 용인해 왔으며, 적은 양이지만 선박 간 불법 환적을 통해 남포항에서 북한산 석탄을 계속 수입하고 있다는 것이 보고서의 설명이다.

한편 중국 관영 글로벌 타임스는 이날 논평을 통해 "미국의 주장은 추측에 불과하다"며 이 보고서의 내용을 일축했다.

관련기사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