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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이벌? 도로공사 천적으로 자리매김한 GS칼텍스

중앙일보

입력

사령탑의 관계로 설정된 GS칼텍스와 한국도로공사의 라이벌전이 일방전인 양상으로 전개되고 있다. 사진=KOVO

사령탑의 관계로 설정된 GS칼텍스와 한국도로공사의 라이벌전이 일방전인 양상으로 전개되고 있다. 사진=KOVO

차상현(47) GS칼텍스 감독과 김종민(47) 한국도로공사 감독은 30년 지기다. 중학(울산 중앙중), 고교(마산 중앙고) 시절 함께 배구를 했다. 2016~17시즌 나란히 여자 배구팀 사령탑을 맡게 되면서, 자연스럽게 '라이벌' 관계가 형성됐다.

두 감독은 함께 나선 인터뷰 자리마다 유쾌한 설전을 벌였다. 짓궂은 농담과 폭로도 서슴지 않았다. 지난달 14일 열린 2021~22시즌 V리그 미디어데이에서도 그랬다. 차상현 감독은 '팀의 강점을 일곱 글자로 표현해달라'는 진행자의 요청에 "이기자, 도로공사"라는 엉뚱한 답변으로 웃음을 안겼다. 이에 김종민 감독은 "원래 GS칼텍스를 우승 후보로 꼽으려 했는데, 우리를 이기고 싶다고 해서 다른 팀을 꼽으려 한다"라고 응수했다.

두 지도자가 이끄는 GS칼텍스와 도로공사의 대결도 항상 관심을 받았다. 2018~19시즌에는 플레이오프(PO)에서 만나, 3차전 풀세트까지 치르는 치열한 승부를 펼쳤다. 챔피언결정전은 도로공사가 진출했다.

하지만 현재 두 팀의 관계를 '라이벌'로 보긴 어렵다. GS칼텍스가 도로공사의 '천적'으로 자리매김했다. 2019~20시즌 4라운드부터 지난 시즌까지 9연승을 거뒀다. 셧아웃(세트 스코어 3-0 승리)만 4번이나 해냈다.

지난 3일 열린 2021~22시즌 첫 맞대결에서도 GS칼텍스가 세트 스코어 3-0(25-21, 25-21, 25-20)으로 완승을 거뒀다. 외국인 선수 모마가 31점을 폭격했고, 토종 에이스 강소휘도 14점을 지원했다. 도로공사는 GS칼텍스전 10연패.

3일 GS칼텍스전을 바라보고 있는 김종민 도로공사 감독. 사진=KOVO

3일 GS칼텍스전을 바라보고 있는 김종민 도로공사 감독. 사진=KOVO

올 시즌 맞대결은 예측이 어려웠다. GS칼텍스는 지난 시즌 트레블(컵대회·정규시즌·챔피언결정전 우승)을 이끈 러츠와 이소영이 팀을 떠났다. 특히 러츠는 도로공사전에서 평균 26.3득점을 기록하며 강세를 보인 선수였다.

반면 도로공사는 올 시즌 우승 후보로 떠올랐다. 에이스 박정아가 도쿄올림픽 4강 진출을 이끌며 한 단계 성장했다는 평가를 받았고, '베테랑 3인방' 정대영·임명옥·배유나도 건재했다.

3일 경기를 앞둔 김종민 감독은 "GS칼텍스가 러츠가 있을 때보다 빨라졌고, 에이스 2명(강소휘·모마)을 활용하는 패턴이기 때문에 센터 리딩이 중요할 것"이라고 전했다. 하지만 경기 양상은 지난 시즌과 흡사했다. 도로공사는 또 GS칼텍스의 외국인 선수를 막지 못했다. 러츠의 후임인 모마는 외국인 공격수치고는 단신(182㎝)이지만, 탄력과 민첩성이 좋은 선수다. 공격 루트가 러츠보다 다양하다. 이날도 오픈 공격으로 13점, 퀵오픈과 백어택으로는 각각 5점과 9점을 올렸다.

반면 도로공사 공격을 이끌어야 할 박정아는 8득점·공격성공률 25%를 기록하며 부진했다. 세터 이고은과의 호흡도 잘 맞지 않았다. 박정아는 지난 시즌에도 GS칼텍스전에서 고전했다. 한 자릿수 득점에 그친 경기만 3번이다.

도로공사의 2라운드 일정은 험난하다. 현재 리그 1위 현대건설(17일), 이미 한 번 패한 KGC인삼공사(21일)전을 치른 뒤 다시 GS칼텍스를 만난다. 천적 관계를 청산하지 못하면 시즌 초반 순위 경쟁에서 뒤처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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