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탈원전' 선언 文, 동유럽 국가와 '원전 MOU'…"원전 역할 계속"

중앙일보

입력

‘탈(脫)원전’ 정책을 추진해온 문재인 대통령이 3일(현지 시간) 동유럽 국가들과 대규모 신규 원전 건설을 위한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3일(현지시간) 헝가리 부다페스트 메리어트 호텔 그랜드부다페스트홀에서 열린 한-비세그라드 그룹(V4, 헝가리·폴란드·체코·슬로바키아) 비즈니스 포럼에서 축사하고 있다. 연합뉴스

문재인 대통령이 3일(현지시간) 헝가리 부다페스트 메리어트 호텔 그랜드부다페스트홀에서 열린 한-비세그라드 그룹(V4, 헝가리·폴란드·체코·슬로바키아) 비즈니스 포럼에서 축사하고 있다. 연합뉴스

헝가리를 국빈방문한 문 대통령은 이날 부다페스트의 한 호텔에서 헝가리ㆍ폴란드ㆍ체코ㆍ슬로바키아가 참여한 비세그라드 그룹(V4)과의 ‘한ㆍV4 비즈니스 포럼’에 참석한 뒤 7건의 MOU를 체결했다.

그런데 이날 체결된 MOU에는 헝가리ㆍ폴란드와의 신규 원전 건설 협력과 관련된 내용이 2건 포함돼 있다.

문 대통령은 그럼에도 이날 MOU 체결에 앞서서는 원전에 대해 한마디도 언급하지 않았다. 문 대통령은 오히려 “무한한 잠재력을 지닌 수소 경제 육성에 함께 하길 희망한다. 목표가 같은 만큼 협력을 통한 시너지도 매우 클 것”이라며 신재생 에너지 협력을 전면에 내세웠다.

헝가리를 국빈 방문 중인 문재인 대통령이 3일(현지시간) 부다페스트 대통령궁에서 야노쉬 아데르 헝가리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에 앞서 악수를 하고 있다. 청와대 제공

헝가리를 국빈 방문 중인 문재인 대통령이 3일(현지시간) 부다페스트 대통령궁에서 야노쉬 아데르 헝가리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에 앞서 악수를 하고 있다. 청와대 제공

그런데 문 대통령은 포럼에 앞선 이날 오전 아데르 야노쉬 헝가리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에서는 “탄소중립까지 원전의 역할은 계속된다”며 원전 발전이 불가피하다는 뜻을 밝힌 것으로 나타났다.

문 대통령의 이러한 발언은 탈석탄ㆍ탈원전에 따른 부담을 감수하고 2030년까지 2018년 대비 탄소배출량을 40% 이상 줄이기로 한 정부의 입장과 배치될 소지가 있다.

더구나 문 대통령의 발언은 청와대의 공식 발표가 아닌 문 대통령과 비공개 정상회담을 마친 헝가리 대통령의 돌발발언을 통해 알려졌다.

아데르 대통령은 이날 오전 공동언론발표에서 문 대통령과의 비공개 정상회담 내용을 언급하며 “양국이 탄소중립은 원전 에너지 사용 없이는 불가하다는 의향은 공동 의견이었다”고 말했다.

반면 아데르 대통령에 이어 발언한 문 대통령은 정상회담 결과 발표에서 원전의 ‘원’자도 꺼내지 않았다.

아데르 대통령의 발언으로 탈원전 관련 논란이 확대됐지만, 청와대는 침묵했다. 그러다 4시간 가까이 지나서야 서면으로 입장을 밝혔다.

박경미 청와대 대변인은 이날 오후 문자로 전송된 서면 브리핑에서 문 대통령이 “원전의 역할은 계속된다”고 말한 사실을 인정했다. 다만 “문 대통령은 ‘신규 원전 건설은 하지 않고 설계수명이 종료된 원전을 폐쇄하며, 신재생 에너지와 수소에너지의 비중을 높임으로써 탄소중립을 이뤄나가고자 한다’고 말했다”며 탈원전에 대한 기존 입장이 달라지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헝가리를 국빈 방문 중인 문재인 대통령이 3일(현지시간) 부다페스트 대통령궁에서 야노쉬 아데르 헝가리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을 갖고 있다. 청와대 제공

헝가리를 국빈 방문 중인 문재인 대통령이 3일(현지시간) 부다페스트 대통령궁에서 야노쉬 아데르 헝가리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을 갖고 있다. 청와대 제공

반면 신규 원전 건설을 중단하기로 한 한국과 달리, 지금도 원전 건설을 추진하고 있는 헝가리의 아데르 대통령은 이날 언론발표에서 에너지 정책과 관련해 “(문 대통령과) 목표가 같다”는 말을 여러차례 반복했다.

이와 관련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아데르 대통령이 이해한대로 말씀하신 것 같다”며 논란의 책임을 정상회담 상대국인 헝가리에 돌렸다.

이 관계자는 그러면서도 헝가리를 비롯한 동유럽 국가의 원전 수주에 참여할 뜻을 밝혔다.

그는 “폴란드는 2043년까지 원전 6기를 신규로 건설할 예정이고, 체코도 신규 원전 1기의 건설 발주가 예정돼 한수원이 입찰에 참여할 예정”이라며 “폴란드와 체코는 신규 원전을 원하고 우리는 원전 건설의 경험과 기술이 있으니 서로 도움이 되는 길을 찾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3일(현지시간) 헝가리 부다페스트 메리어트 호텔 그랜드부다페스트홀에서 열린 한-비세그라드 그룹(V4, 헝가리·폴란드·체코·슬로바키아) 비즈니스 포럼에 최태원 대한상공회의소 회장(SK그룹 회장)과 함께 참석하고 있다. 연합뉴스

문재인 대통령이 3일(현지시간) 헝가리 부다페스트 메리어트 호텔 그랜드부다페스트홀에서 열린 한-비세그라드 그룹(V4, 헝가리·폴란드·체코·슬로바키아) 비즈니스 포럼에 최태원 대한상공회의소 회장(SK그룹 회장)과 함께 참석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 관계자는 ‘국내 원전을 중단하고 개도국에는 원전을 짓는 것은 모순’이라는 지적에 대해서도 “(한국도)앞으로도 상당기간 원전을 통한 전기 발전은 있을 것”이라며 “(개도국 원전 건설은)서로 윈윈하는 협력방안”이라고 답했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