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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든, 모처럼 해외서 웃어도…동맹은 아직 '트럼프 후유증'

중앙일보

입력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지난달 31일(현지시간) 이탈리아 로마에서 열린 G20 정상회의를 마친 뒤 미국 언론과 기자회견하고 있다. [AP=연합뉴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지난달 31일(현지시간) 이탈리아 로마에서 열린 G20 정상회의를 마친 뒤 미국 언론과 기자회견하고 있다. [AP=연합뉴스]

국내에서 정치적으로 고전 중인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해외에서 한숨 돌리면서 미국의 다자외교 무대 복귀를 증명하는 데 집중했다고 미국 언론이 31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이탈리아 로마에서 열린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에 참석한 바이든 대통령은 동맹 및 파트너와 협력하는 '미국의 힘'을 보여줬다고 밝혔다. 하지만 동맹들은 여전히 바이든 행정부의 지속성을 확신하지 못하는, '트럼프 후유증'이 남아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날 G20 정상회의 폐막 후 연 기자회견에서 "우리 모두에게 중요한 문제에 대해 진전을 이루기 위해 미국이 등장해 동맹 및 파트너와 협력하는 힘을 보여줬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이해와 협력을 구축하는 데 있어서 정상들 간 대면 논의와 협상을 대체할 수 있는 것은 정말 없다"면서 회의 참석에 만족감을 나타냈다.

바이든 대통령은 또 "다자 회의 또는 양자 회담을 통해, 미국이 리더십으로 세계를 하나로 묶고 일부 큰 문제를 해결하는 데 도움을 주길 파트너와 동맹들이 간절히 바란다는 것을 알게 됐다"고 덧붙였다.

바이든 대통령의 모두 발언이 끝나고 나온 첫 질문은 공교롭게도 "당신이 '미국이 돌아왔다'고 말할 때 세계는 왜 미국이 정말로 계속 남아있을 것이라고 믿어야 하나"였다.

바이든 대통령은 동맹들의 반응에 주목해야 한다면서 "그들은 경청했다. 모두가 나를 찾아왔다. 그들은 우리의 견해를 알고 싶어했다. 그리고 우리는 이곳에서 일어난 일을 이끌었다. 미국은 이곳 전체 의제에서 가장 중요한 부분이었다"고 답했다.

동맹과 갈등을 빚은 도널드 트럼프 전임 행정부 때의 불신을 씻고 미국이 다자외교 무대 중앙에 다시 섰다는 설명이었다.

하지만 백악관 관료들은 G20 정상들 사이에서 여전히 바이든 정부가 지속할 수 있는가에 대한 의구심이 있다는 걸 주목했다.

워싱턴포스트(WP)에 따르면 바이든 대통령 최고 참모들은 세계 정상들이 트럼프 또는 그와 비슷하게 동맹을 무시하는 인물이 2024년 또는 그 이후에라도 권력에 복귀할 수 있다는 우려를 갖고 회담에 임했다는 점을 인정했다.

미 행정부 고위 당국자는 전날 로마에서 기자들과 만나 "우리 동맹들은 범 대서양 횡단주의자(transatlanticist)인 대통령이 재임하는 동안 가능한 한 많은 진전을 확고히 해야(lock in)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범 대서양 횡단주의자는 미국과 유럽 간 긴밀한 관계를 강조하는 진영을 말한다.

미국 국민의 대통령 지지율이 계속 떨어지고 있다는 지적에 바이든 대통령은 "지지율은 오르고 내리고, 또다시 오르고 내릴 것"이라며 높은 지지를 받는 게 목적이 아니라 약속한 것들을 이루기 위해 대통령이 됐다고 받아쳤다.

이날 발표된 NBC방송 여론조사에서 미국인의 42%만이 바이든 대통령의 국정 수행을 지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응답자의 71%는 미국이 잘못된 방향으로 가고 있다고 답했다.

2일 주지사 선거를 치르는 버지니아주의 민주당 후보는 예상과 달리 힘겨운 선거운동을 하고 있고, 바이든의 인프라 법안은 규모를 당초보다 대폭 축소했는데도 의회를 통과하지 못하는 등 바이든 대통령은 국내 정치적으로 고전하고 있다.

뉴욕타임스(NYT)는 "국내 지지율 하락으로 고군분투하는 바이든이 G20 해외 순방으로 들떠있다"는 제목의 기사에서 "로마 여행은 국내에서는 지지율이 하락하고 있지만, 외교 및 국내 어젠다에서 자신감을 보인 대통령에게 활력을 불어넣었다"고 보도했다.

26분간 이어진 기자회견에서 바이든 대통령이 가장 긴 시간을 할애한 답변은 프란치스코 교황과 만남에 관한 질문이었다.

바이든 대통령은 교황이 자신을 "좋은 가톨릭 신자"라고 불렀고, 계속 영성체를 모셔야 한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바이든 대통령이 가톨릭 신자이지만 여성의 낙태 권리를 지지하는 데 대해 일부 보수 미국 가톨릭 교회가 비판하고 있으나, 교황이 이를 정리해 준 셈이다.

바이든 대통령은 2015년 장남 보를 암으로 잃었을 때 교황이 미국에서 친히 바이든 가족을 만나 "큰 위로(great solace)"를 해 준 개인적인 인연이 있다고 소개하면서 몇 차례 목소리가 떨리며 갈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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