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젠 병원에도 점수 매겨야 한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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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위크고급 병원과 아프리카의 임시 치료소 등 모든 병원에 적용되는 잣대 필요

좋은 병원을 판단하는 기준은 많다. 의사들의 명성, 시설, 식사와 서비스 수준. 더 좋은 병원을 찾아 먼 나라로 떠나는 사람이 느는 등 의료 분야의 세계화가 진행되면서 병원의 실력을 평가하는 객관적 잣대의 필요성이 더욱 시급해졌다.

다행히도 태국의 특급 관광객 병원들과 비정부기구가 운영하는 꼴만 겨우 갖춘 아프리카의 의료시설, 그리고 그 중간의 모든 병원에 균등하게 적용되는 잣대가 있다. 대다수 국가는 법률상 살아남는 환자와 죽는 환자의 수를 기록해야 한다.

환자의 연령, 질병의 진단과 증세 등의 요인을 고려해 그 사망 통계를 조정하면 특정 병원이 얼마나 실력이 제대로인 의사들을 보유했는지 확실하게 측정된다. 의학계는 이런 식으로 병원들의 성적을 매겨 발표하는 일에 저항해 왔다. 그러나 근년 들어 의사들의 그런 자료를 수집하는 병원이 세계적으로 늘었다.

의사들은 오래전부터 사람인 이상 간혹 실수를 저지르게 마련이라는 생각을 해왔다. 그러나 그 사실을 어떤 공식적 경로로 인정하는 데는 신속하지 못했다. 그러나 15년 전부터는 달라졌다. 당시 하워드 하이야트 교수가 이끄는 연구진이 만든 하버드 의대 보고서에는 병원에서 숨지는 환자의 약 10%는 불가피하지 않은 실수의 결과라는 내용이 들어 있었다.

병원 관리자들이 사망률에 충분한 주의를 기울이지 않는다는 사실이 대체로 문제다. 1999년 영국의 왕립 브리스톨 병원은 그 병원의 소아 심장수술 사망률이 특이하게 높은 이유를 자체 조사했다. 그 결과 사망률 점검을 책임지는 사람이 누군지 불분명하다는 사실이 한 가지 원인으로 밝혀졌다.

대다수 서구 국가는 수십 년씩 축적된 광범위한 병원 기록 데이터베이스가 있지만 어떤 이유에선지 문제를 끄집어내고 개혁 효과를 점검하는 수단으로는 별로 사용하지 않는다. 왕립 브리스톨 병원이 개혁 조치를 취하면서 소아 심장수술 사망률은 1년 안에 3분의 2가 줄어 영국 최저 수준으로 떨어졌다.

임피리얼 칼리지(런던) 의대의 의사 포스터 유닛은 여러 해 전부터 간호의 질을 평가하고 무엇이 문제인지 알아내려는 목적으로 병원표준사망률을 측정했다. 우리는 미국·영국·캐나다·네덜란드·스웨덴의 병원에서 그런 자료를 수집한 다음 종종 월별 변화를 측정하는 데 쓴다. 영국 측 자료는 해마다 발표한다.

병원의 사망률 자료가 공개된다고 생각하면 의사들이 들고일어날지 모르기 때문에 미국에서 수집한 자료는 발표하지 않았다. 대신 요청이 있으면 병원에 자료를 보낸다. 대다수 미국 병원이 미국 쪽의 자료를 요청했다.

2005년에는 미네소타에 있는 29개 병원의 병원표준사망률이 인터넷에 공개됐다. 스웨덴·네덜란드·캐나다도 병원 사망률을 낮추는 운동을 시작했으며, 자기네 병원표준사망률의 공개 여부를 검토 중이다. 보스턴의 의료개선기구(IHI)가 주도하는 사망률 낮추기 운동에는 3000개 이상의 미국 병원이 동참했다.

우리의 경험으로 말하자면 사망률은 단시일 내 크게 떨어뜨리기가 가능하다. 우리가 2001년 1월 처음으로 병원표준사망률을 공개했을 땐 월셜 병원의 사망률이 가장 높았다. 그 병원 원무과와 의료진은 사망률 낮추기에 관심을 쏟았고 4년 뒤에는 사망자 수를 연 300명 줄였다.

의사라면 의당 의료과오 소송과 자신들의 명성에 신경 쓰게 마련이다. 정부와 기타 감독기관들은 개업의들을 상대로 치료를 얼마나 잘하는지 논의하기가 쉽지 않음을 깨닫게 된다. 그들 중에는 저명한 사람도 있고 유명 병원에서 일하는 사람도 있다. 그러나 환자들은 의료의 질과 관련된 문제가 공개적이고 능률적인 방식으로 처리되기를 바란다.

(필자는 런던 임피리얼 칼리지 의대의 명예교수이며 보스턴 의료개선기구의 선임 연구원이다.)

DR. BRIAN JARM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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