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10·29 부동산 대책 해부] 1. "묶는 정책 한계…거래엔 숨통을"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경제 01면

10.29 부동산 대책이 다락같이 오른 집값을 끌어내릴지 관심이 높다. 이번 대책의 문제점과 추가로 포함돼야 할 부분, 이번 대책에 따른 부동산 재테크 전략 등을 시리즈로 싣는다. [편집자]

"매물을 나오게 해 거래 숨통을 터줘야 하는데…. 이번 대책은 그 반대로 매물 기근에 따른 호가 상승이 우려된다."

서울 송파구 잠실동에서 15년간 부동산 중개업을 한 金모(52)씨는 10.29 부동산 안정종합대책에 대해 "거래를 하지 말라는 얘기"라며 목소리를 높였다.

올 들어 거래를 묶고 세금을 올리는 수요 억제 중심의 부동산 대책이 거듭 실패했는데도 정부가 이번에 또다시 반복하는 바람에 시장은 꿈쩍도 하지 않고 있다.

정부는 투기지역내 1가구 3주택자의 양도세율을 최고 82.5%(주민세 포함)까지 올리되 1년간 유예기간을 둬 다주택자들의 매물을 유도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대책이 발표된 지 하루가 지난 30일 서울 강남권 등지에서 새로 나오는 매물은 거의 찾아보기 힘들다.

서초구 반포동 朴모(56.여)씨는 "집값 급등의 주요 요인인 수급 불안을 해소할 수 있는 대책이 빠져 그냥 갖고 있겠다는 다주택자들이 대부분"이라며 "10.29 대책은 거래 동결 조치에 불과하다"고 혹평했다.

때문에 이번 대책으로 주택 투기 수요는 다소 줄어든다 해도 매물이 나오지 않으면 품귀 속에 호가가 뛰는 가격 왜곡 현상이 재현될 수 있다고 전문가들은 우려한다.

한국부동산컨설팅 정광영 사장은 "매물이 나올 수 있도록 보유세를 올리고 취득.등록세, 양도세 등 거래세율은 낮춰야 한다. 보유세 인상은 미미하고 거래세 부담만 높여놨는데 누가 매물을 내놓겠느냐"고 반문했다.

이번 양도세 중과 조치로 거래 위축만 가져올 뿐 편법 또는 불법 거래가 성행할 것이라는 전망도 많다.

김종필 세무사는 "일부 강남권 1가구 다주택자들이 양도세를 많이 내느니 자식에게 상속이나 증여하겠다는 반응"이라고 말했다. 실거래가로 양도세를 내는 것보다는 기준시가로 부과되는 상속.증여세가 더 싸게 먹힐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건설산업연구원 김현아 부연구위원은 "다주택 보유자에게 불이익을 줄 경우 친인척 명의를 빌려 집을 매입하는 명의신탁이 기승을 부릴 것"이라며 "이를 적발하기 위해선 계좌추적 등 자금 출처 조사를 해야 하는데 현실적으로 어렵다"고 전했다.

정부가 연내 도입키로 한 주택 거래 신고제의 경우 거래를 꺼리게 하고 그나마 행정비용만 늘어날 뿐 실거래액 확인이 어려워 효과를 거둘지 의문이라는 지적이다.

건국대 부동산학과 조주현 교수는 "강남권 아파트 수급 불안을 해소할 수 있는 재건축 용적률 완화와 대체 신도시 조성 등 공급 확대 대책이 근본 처방"이라며 "부동산 정책의 패러다임을 이젠 바꿔야 한다"고 말했다.

박원갑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