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권에 또또 낙하산…연이은 자격 논란

중앙일보

입력 2021.09.05 15:34

업데이트 2021.09.05 23: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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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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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 전문성과는 거리가 먼 친정권 인사들이 금융투자업계 요직을 잇따라 꿰차면서 금융권에서 거센 비판의 목소리가 나온다.

5일 금융권과 윤창현 국민의힘 의원실 등에 따르면 한국예탁결제원은 오는 17일 임시 주총을 열고 한유진 전 노무현재단 본부장을 상임이사로 선임키로 했다. 그는 노무현 정부 시절 4년간 청와대 행정관, 현 정부에선 대통령 직속 국가균형발전위원회 전문위원을 지낸 친정권 인사다. 이번 예탁결제원의 상임이사 선임은 임원퇴직급여지급지침 적용 범위에 상임이사를 추가하는 일부 개정까지 하며 이뤄지는 것이다. 그가 받는 연봉은 1억6600만원이다.

조국 전 민정수석비서관과 황현선(오른쪽) 전 행정관이 청와대 춘추관에서 대화를 나누고 있다. [연합뉴스]

조국 전 민정수석비서관과 황현선(오른쪽) 전 행정관이 청와대 춘추관에서 대화를 나누고 있다. [연합뉴스]

20조원 규모의 ‘한국판 뉴딜펀드’ 사업을 총괄하는 한국성장금융투자운용 투자운용본부장에는 황현선 전 청와대 민정수석실 행정관이 내정됐다. 그가 받는 연봉은 기본 1억7000만원에, 운용 수익에 따라 성과급을 수익의 최대 0.6%까지 받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성장금융에 정통한 한 자산운용업계 관계자는 “아무리 못해도 1년에 2억원 이상은 받는다고 보면 된다”고 전했다.

익명을 요구한 한 자산운용사 대표는 "업계 투자운용본부장들을 보면 글로벌 투자사 경력이 있다거나 20년 이상의 경력을 갖추는 등 업계에서 잔뼈가 굵은 사람들이 대부분"이라며 "투자 판단과 운용 방향을 책임지는 자리인데, 부하 직원들보다 더 많이 알고 베테랑이어야 일이 굴러간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그간 자본시장에서 경력을 쌓아온 금융인들에게 자괴감을 주는 낙하산 인사”라고 덧붙였다.

황 전 행정관을 위해 전에는 없던 새로운 자리를 만든 것 아니냐는 의혹도 나온다. 그간 투자운용본부는 하나의 조직이었지만 지난달 이를 두 개의 본부로 나눴다는 점에서다. 특히 그의 채용은 공모가 아닌 추천으로 진행됐다. 한국성장금융 관계자는 “성기홍 한국성장금융 대표가 직접 물색한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금융권 일각에선 결국 성기홍 대표와 현 정권 실세 인사의 친분이 영향을 미친 것 아니냐는 추측이 나오고 있다.

이에 앞서 지난달에는 천경득 전 청와대 총무비서관실 선임행정관이 금융결제원 상임 감사로 임명되는 등 문재인 정부의 정권 말 ‘알박기’ 낙하산 인사가 금융권으로 확산하고 있다. 금융경제연구소 분석에 따르면 현 정권 출범 이후 지난해 11월까지 주요 39개 금융기관ㆍ회사에서 새로 선임되거나 연임된 임원 138명 중 31.6%가 친정권 인사 또는 퇴직관료 등 낙하산 인사로 채워졌다. 금융권은 다른 업종에 비해 평균 연봉이 높은데다, 민간 금융회사에 영향력을 행사할 수도 있어 선호되는 측면이 있다.

문 대통령은 지난 2017년 야당 대표들과의 회동에서 “문 정부에서 낙하산은 없을 것”이라고 공언했지만, 정권 초부터 공공기관 곳곳에 낙하산 인사들이 자리 잡고 있다. 최근에는 한국개발연구원(KDI) 원장에 소득주도성장의 밑그림을 그렸던 홍장표 전 청와대 경제수석이 발탁됐다.

국민의힘 김기현 원내대표는 자신의 SNS에 "문 대통령이 청와대 집무실에 두겠다던 '일자리 상황판'은 사실은 '낙하산 상황판'이었던 건가 보다"라고 비판했다. 그는 "(문 대통령은) '사람이 먼저'라고 했지만 실상은 '캠코더가 먼저'였다"며 "문재인 정권에서 불공정과 불의, 낙하산 인사가 어떻게 자행되고 그 속에서 어떤 비리가 저질러졌는지 이번 국정감사에서 낱낱이 밝히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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