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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서 나이아가라 폭포 쏟아졌다" 역대급 폭우에 뉴욕 마비[영상]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하늘이 열리고 나이아가라 폭포 수준의 물이 쏟아졌다”

‘세계의 경제수도’로 불리는 미국 뉴욕이 허리케인 ‘아이다’가 쏟아낸 폭우에 처참히 망가졌다. 캐시 호컬 뉴욕주지사는 1일(현지시간) 밤 비상사태를 선포하며 “전례 없는 폭우로 뉴욕시가 마비됐다”며 이렇게 말했다.

허리케인 아이다로 인한 폭우와 강풍으로 침수된 필라델피아 거리. [AP=연합뉴스]

허리케인 아이다로 인한 폭우와 강풍으로 침수된 필라델피아 거리. [AP=연합뉴스]

2일 뉴욕타임스(NYT) 등에 따르면 뉴욕과 뉴저지, 펜실베이니아, 코네티컷 4개 주에서 최소 46명이 사망하고 15만 가구 이상이 정전 피해를 겪고 있다. 현재 피해 상황 조사가 이어지고 있어 사망자 수는 더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

뉴욕 지하철 역내로 빗물이 폭포수 처럼 쏟아져내리고 있다. [@48cessna 캡처]

뉴욕 지하철 역내로 빗물이 폭포수 처럼 쏟아져내리고 있다. [@48cessna 캡처]

뉴욕에서만 최소 13명이 숨졌다. 특히 불법으로 개조한 아파트 지하실에서 최소 11명의 사망자가 발생하는 등 저소득층에 피해가 집중됐다. 사망자 중 2살 아기와 86세 노인도 불법 개조 아파트 지하실에서 발견됐다. 퀸스의 한 아파트 한 주민은 “건물주가 지하실 세입자들에게 빨리 대피하라고 알렸지만, 수압이 너무 강해 문을 열고 탈출할 수 없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NYT는 “불법 개조 아파트 지하는 평소에도 홍수와 화재에 취약해 문제로 지적됐다”며 “세계 경제 중심지인 뉴욕의 어두운 면이 그대로 드러났다”고 전했다.

허리케인 아이다로 인한 강풍에 쓰러진 나무가 뉴욕 퀸스 거리에 주차된 차량에 꽂혔다. [EPA=연합뉴스]

허리케인 아이다로 인한 강풍에 쓰러진 나무가 뉴욕 퀸스 거리에 주차된 차량에 꽂혔다. [EPA=연합뉴스]

뉴욕주 서쪽 뉴저지에서도 최소 23명이 사망했다. 필 머피 뉴저지 주지사는 사망자 상당수가 차량에 갇힌 사람들이었다고 전했다. 이 밖에 펜실베이니아에서 1명이 나무에 깔려 목숨을 잃었고, 2명은 물에 빠져 숨졌다.

재산 피해도 심각하다. 뉴욕 등 4개주를 포함해 북동부 전역에서 정전 사태를 겪은 가구는 20만에 이르렀고, 뉴저지 패서익강과 펜실베이니아 스쿨킬강이 범람해 도로와 집이 물에 잠겼다. 이로 인한 이재민도 속출했다.

1일 밤 뉴욕지하철 25번가 지하철역 벽이 홍수로 무너져 내렸다. [@ICONI3캡처]

1일 밤 뉴욕지하철 25번가 지하철역 벽이 홍수로 무너져 내렸다. [@ICONI3캡처]

뉴욕 지하철은 46곳이 침수돼 밤새 구조 작업이 이어졌다. 전날 밤 9시45분 열차가 멈춘 탓에 미처 대피하지 못한 승객들은 역내에서 밤을 지새웠다. 뉴욕시 소방국은 밤사이 도로와 지하철에서 수백명을 구조했다고 밝혔다. 거리에는 거센 강풍을 이기지 못하고 무너진 건물 지붕과 쓰러진 나무가 나뒹굴었다.

 미국 뉴저지 주민들이 홍수에 잠긴 자동차를 망연자실해 보고 있다. [AP=연합뉴스]

미국 뉴저지 주민들이 홍수에 잠긴 자동차를 망연자실해 보고 있다. [AP=연합뉴스]

미 국립기상청에 따르면 전날 밤부터 뉴저지·펜실베이니아·매사추세츠·로드아일랜드주에서는 평균 230㎜ 이상의 비가 내렸다.

뉴욕의 시간당 최대 강수량은 80㎜로 지난달 21일 열대성 폭풍 헨리 때 세운 최고 기록 49㎜를 갈아치웠다. 뉴욕시 맨해튼 한복판에 있는 센트럴파크에도 약 183㎜의 비가 쏟아져 1869년 기상 관측 아래 최대 강수량을 기록했다.

1일(현지시간) 밤 대형 허리케인 아이다로 인한 집중 폭우로 미국 뉴욕시 브루클린의 한 가정집이 물에 잠겼다. [@TheBelaaz 캡처]

1일(현지시간) 밤 대형 허리케인 아이다로 인한 집중 폭우로 미국 뉴욕시 브루클린의 한 가정집이 물에 잠겼다. [@TheBelaaz 캡처]

당초 기상청은 시간당 약 70~130㎜ 수준의 비가 내릴 것으로 예보했지만, 실제 강수량은 이를 크게 웃돌았다. CNN은 이날 밤 뉴욕시 일대에 내린 비의 양이 올림픽 규격 수영장 5만개를 채울 수 있는 수준이라고 추산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이날 낮 백악관 연설에서 “우리(정부)는 피해 지역의 요구가 완전히 충족될 때까지 24시간 일할 것”이라며 피해 조사와 복구 지원에 속도를 내겠다고 밝혔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EPA=연합뉴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EPA=연합뉴스]

전력 공급 중단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민간 업체와 협력하도록 했다. 이에 따라 피해 지역 상공에 감시용 드론 사용을 허가하고, 주민들의 휴대전화 통신사 사용 규정을 일시 확대하도록 지시했다. 또 연방 기관을 투입해 아이다 여파로 인한 연료 부족과 유가 인상에 대비하겠다고 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서부 산불과 허리케인 아이다 등 “극단적인 폭풍과 기후 위기가 도래했다” 며 “(기후 위기로 인한 피해가) 우리 시대의 가장 큰 도전 중 하나가 된 만큼 훨씬 더 잘 준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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