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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관절개 후 뇌손상 입은 영아…法 “대학병원 2억여 배상”

중앙일보

입력

생후 7개월 영아에게 인공 기도를 삽입하는 과정에서 봉합을 제대로 하지 않아 뇌손상을 일으킨 대학병원 측이 억대 배상을 해야 한다고 법원이 판결했다. 중앙포토

생후 7개월 영아에게 인공 기도를 삽입하는 과정에서 봉합을 제대로 하지 않아 뇌손상을 일으킨 대학병원 측이 억대 배상을 해야 한다고 법원이 판결했다. 중앙포토

희소 질환을 앓던 생후 7개월 영아에게 인공 기도를 삽입하는 과정에서 봉합이 풀렸는데 제때 조치하지 않아 뇌손상을 입힌 유명 대학병원에 억대 배상 판결이 내려졌다.

1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서부지법 민사합의12부(부장 이병삼)는 A군이 서울 소재 유명 대학병원 측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 “병원 측이 A군에게 2억8124만원을 지급하라”고 지난달 13일 선고했다.

희소 질환 ‘차지 증후군’(CHARGE syndrome)을 앓은 A군은 생후 3개월이 됐을 무렵 2018년 1월 31일 이 대학병원 소아중환자실에 입원했다. 차지 증후군은 초기 태아 발달기부터 발생해 여러 장기를 침범하는 희귀 질환이다.

A군은 기관식도루, 동맥관개존증 등 여러 증상을 보였다. 이에 의료진은 같은 해 5월 11일 A군의 기관 삽관이 오래 지속돼 있는 관계로 기관절개술 시행이 필요하다고 판단해 보호자 동의를 받아 인공기도 기관절개관을 삽입했다.

그러나 보름 뒤 기관절개관을 소독하고 목끈을 교체하던 간호사는 A군의 목에 기관절개관을 고정하는 4개의 봉합이 풀려있는 것을 발견하고 의사에게 알렸으나 재봉합 조치는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

같은 날 오후 간호사가 A군을 범보의자에 앉히자 고정이 안 된 기관절개관이 밀려나오고 산소포화도가 86%까지 떨어지는 등 심폐소생술이 필요한 응급 상황에 처했다. 이후 맥박과 산소포화도는 회복됐지만 43분간 저산소증·저혈압 상태에 있었던 A군은 심각한 뇌손상을 입었다. 결국 인지·운동·감각·언어 기능을 회복하지 못했다.

A군 측은 “삽입된 기관절개관의 봉합이 풀려있는 것을 확인했음에도 적시에 재봉합하지 않고 관리를 소홀히 했다”며 “수차례 기도삽관 실패 과정에서 산소공급을 위한 최소한 조치도 하지 않아 뇌손상을 입게 한 과실이 있다”고 병원 측에 책임을 물었다.

병원 측은 “기관절개관 이탈 즉시 기도삽관을 시도했으나 차지 증후군에 따른 기관연화증으로 기도삽관 시간이 지체된 것”이라며 “의료진의 과실이 없다”고 주장했다.

재판부는 “A군이 차지증후군으로 기관연화증을 앓는 생후 7개월 영아이므로 기관절개관이 이탈되는 경우 치명적인 결과가 발생할 수 있다”며 “병원 의료진은 생명과 신체 위험이 발생 않도록 A군을 24시간 관리할 의무가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의료진은 간호사로부터 기관절개관 피부 봉합이 대부분 풀려있음을 보고받고도 즉시 재봉합을 하지 않았고, 사고가 발생할 때까지 A군을 주의 깊게 관찰하거나 적절한 조치를 취하지 않은 채 홀로 방치했다”며 “병원 의료진의 과실과 현재 A군의 장해 사이에 상당한 인과관계가 인정된다”고 판단했다.

다만 A군이 이 사건 사고 이전부터 차지증후군으로 인한 신경학적 이상을 보였고 사고가 발생하지 않았더라도 상당한 기간 노동능력을 상실했을 가능성 등을 배제할 수 없다며 병원 측의 손해배상 책임을 30%로 제한했다.

A군의 가족과 대학 측은 모두 재판 결과에 불복해 항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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