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굴 색|변정환<대구 한의과대 이사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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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9면

예로부터 설부화용이라 하여 눈처럼 희고 고운 피부를 미인이 되는 첫째 요건으로 삼아 왔다. 그도 그럴 것이 아무리 용모가 단아해도 피부가 거칠고 혈색이 고르지 못하면 부드러움을 으뜸으로 하는 여성의 아름다움을 나타낼 수 없기 때문이다.
한의학에서는 피부의 상태를 건강의 창으로 보고 있다. 피부를 보면 당장 그 사람의 건강상태뿐 아니라 마음가짐까지 엿볼 수 있기 때문이다.
대개 폐에 이상이 있으면 피부색이 창백하고 간장에 이상이 있으면 피부색이 푸른 기운을 띤다. 또 심장에 이상이 있으면 피부색이 붉게 되고, 비장에 이상이 있으면 누른빛을 띠게 되며 신장에 이상이 있으면 피부색이 검어진다.
한편 심히 노하면 간 기가 손상을 받아 얼굴빛이 푸르게 되는데 우리가 흔히『화가 시퍼렇게 났다』고 하는 것도 다 여기에 까닭이 있는 것이다. 갑자기 너무 기뻐하면 얼굴빛이 붉어지는데 심장에 영향을 미친 결과며, 반대로 너무 슬퍼하면 얼굴빛이 창백하게 되는데 역시 폐가 손상을 입은 결과다.
또 심한 공포에 사로잡혀 겁에 짓눌리게 되면 얼굴빛이 흑 빛으로 검어지는 것은 신장에 손상을 입은 연고이며 오랫동안 깊은 근심·걱정에 젖게 되면 피부가 윤기를 잃고 누렇게 뜨게 되는데, 이는 비위가 손상을 입었기 때문이다.
한의학에서는 진찰의 단계를 망문 문절의 네 가지로 구분한다. 여기서 망 진이란 말없이 환자의 신 색을 살펴보고 병세를 판단하는 것이고, 간 진은 병세를 들어서 아는 것이며, 문진은 병세를 물어서 아는 것이다.
절진은 몸에 손을 대 진맥함으로써 비로소 병세를 짐작하는 것이다. 바라보고 아는 것을 신이라 하고, 듣고 아는 것을 성이라 하며, 물어서 아는 것을 공이라 하고, 짚어서 아는 것을 교라 한다.
여기서 우리가 알아야 할 점은 건강이 좋아야 얼굴 색이 좋아지는 것이 사실이지만, 역으로 얼굴빛을 화평하게 지으면 건강이 좋아진다는 사실이다. 얼굴에 화색이 드러나면 반드시 좋은 일이 있다는 것은 단순한 역술 가의 운명론이 아니다. 얼굴빛을 좋게 가지려면 마음을 화평하게 해야 하고 마음이 화평하면 건강이 좋아지는 것이니 이보다 더 좋은 일이 세상에 어디 있단 말인가. 참된 여성미는 다름 아닌 건강과 숙덕에 있기 때문이다.

<필자약력> (58세)
▲경희대한의대졸(59년) ▲대한한의사협회장(80∼81년) ▲서울대대학원 졸(보건학 박사·85년) ▲경희대대학원졸(한의학 박사·86년 ) ▲대구 한의대학 장(86∼88년) ▲학교법인 제한학원(대구한의과대학)이사장(88년∼현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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