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러 북핵수석대표 협의…남북·북미 대화에 ‘건설적 역할’ 요청

노규덕 외교부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오른쪽 두번째)과 이고르 마르굴로프 외교부 아시아태평양 차관 겸 북핵 수석대표(왼쪽 두번째)가 24일 서울 중구 더플라자호텔에서 한러 북핵수석대표 협의를 가졌다. [연합뉴스]

노규덕 외교부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과 이고르 마르굴로프 러시아 외교부 아시아태평양 차관이 24일 서울 중구 더플라자호텔에서 한·러 북핵수석대표 협의를 가졌다. 마르굴로프 차관의 방한은 2018년 12월 이후 약 2년 8개월 만으로, 양국 북핵수석대표 협의는 지난해 12월 노 본부장 취임 이후로는 처음이다.

외교부는 협의 뒤 보도자료를 통해 “양측은 최근 한반도 정세 전반에 대해 심도 있는 의견을 교환하고,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와 항구적 평화 정착에 진전을 가져오기 위한 한·러 간 협력 방안을 논의했다”고 밝혔다.

회의장 들어서는 노규덕(오른쪽) 외교부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과 이고르 마르굴로프 차관. [연합뉴스]

노 본부장은 이날 협의에서 한·미 양국의 대북정책에 대한 러시아 측의 지지와 협조를 당부했다. 특히 북한에 대한 인도적 지원 등 남북 협력 사업 및 북·미 대화 재개 필요성을 강조했다. 이와 관련 외교부는 “(한반도의) 안정적 상황 관리 및 북한의 대화 복귀 견인을 위한 러시아 측의 건설적 역할을 당부했다”고 설명했다.

마르굴로프 차관은 북한의 대화 테이블 복귀 필요성에 공감을 표하며, 남북 및 북·미 대화를 포함해 관련국 간의 대화가 조속히 재개돼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외교부는 “(마르굴로프 차관은) 한반도 문제의 평화적 해결을 위해 건설적 역할을 수행할 의향을 재확인했다”고 밝혔다.

마르굴로프 차관은 앞서 지난 23일엔 방한 중인 성 김 미 국무부 대북특별대표와 미·러 북핵수석대표 협의를 가졌다. 이 자리에서 김 대표 역시 북·미 대화를 위한 러시아 측의 협조를 당부하는 한편,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대북 제재 결의의 완전한 이행도 재차 강조한 것으로 보인다.

여승배 외교부 차관보(오른쪽)는 지난 23일 이고르 모르굴로프 러시아 외무차관과 제19차 한러 정책협의회를 개최했다. [연합뉴스]

미·러 협의 이후 마르굴로프 차관은 여승배 외교부 차관보와 한·러 정책협의회를 개최했다. 이 자리에선 양국 간 '나인 브릿지(9 Bridge·9개 다리)’ 분야를 중심으로 한 경제협력 필요성에 의견을 모았다. 나인 브릿지는 2017년 문재인 대통령이 제안한 한·러 경제 협력 구상으로 에너지·철도·조선·항만 등이 해당된다. 
특히 여 차관보는 현재 한·러 간 조선 분야의 활발한 협력을 높이 평가하는 한편, 향후 연해주 산업단지 조성과 서비스·투자 자유무역협정(FTA) 체결 등 중점 사업을 위해 협력해 나가자고 제안했다.

정진우 기자 dino87@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