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싱 레전드 파키아오, 2년 만의 복귀전에서 패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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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일 우가스(왼쪽)와 WBA 웰터급 타이틀전을 펼친 매니 파키아오. 12라운드 판정패했다. [AP=연합뉴스]

22일 우가스(왼쪽)와 WBA 웰터급 타이틀전을 펼친 매니 파키아오. 12라운드 판정패했다. [AP=연합뉴스]

'복싱 레전드' 매니 파키아오(42·필리핀)가 2년 만에 링 복귀전을 치렀다. 고별전이 될 지도 모르는 경기에서 석패했다.

파키아오는 22일(한국시간) 미국 네바다주 라스베이거스 T-모바일 아레나에서 열린 세계복싱협회(WBA) 웰터급(69.9㎏) 타이틀전 12라운드 경기에서 챔피언 요르데니스 우가스(35·쿠바)에 심판전원일치 판정패를 당했다. 통산전적은 62승(39KO) 2무 8패.

파키아오는 당초 세계복싱평의회(WBC)·국제복싱연맹(IBF) 통합 챔프 에롤 스펜스 주니어(31·미국)와 싸우기로 했다. 하지만 메디컬 테스트에서 스펜스 주니어의 왼쪽 눈 망막이 찢어진 것으로 밝혀져 상대가 우가스로 바뀌었다. 대전료는 각각 2500만달러(약 300억원), 100만달러(12억원·추정)다.

파키아오는 경기 초반부터 과감하게 공격해 들어갔다. 전세계 최고복서들을 때려눕힌 연타를 선보였다. 하지만 챔피언 우가스도 만만치 않았다. 방어에 집중하면서 위력적인 오른손 훅을 날려 파키아오를 위협했다.

중반전까지는 파키아오가 우가스를 압도하는 듯한 분위기였다. 파키아오가 두 배 많은 펀치를 날렸다. 그러나 우가스의 방어에 막혀 정타로 연결되진 않았다. 둘의 유효타 숫자는 비슷했다.

10라운드 초반 파키아오는 연타를 날리며 승부수를 띄웠지만 우가스가 잘 버텼다. 우가스는 마지막 12라운드엔 큰 펀치를 휘둘러 파키아오를 압박했다. 부심 채점 결과 두 명은 116-112, 한 명은 115-113으로 우가스의 승리를 선언했다. 파키아오는 무려 36분간 815번의 펀치를 날렸지만, 대부분 우가스의 방어에 막혔다.

경기 전 체중 측정 이후 포즈를 취한 파키아오. [AP=연합뉴스]

경기 전 체중 측정 이후 포즈를 취한 파키아오. [AP=연합뉴스]

파키아오는 살아있는 복싱 전설이다. 경량급인 플라이급(50.8㎏)에서 시작해 무려 8체급을 석권했다. 오스카 델라 호야(미국), 미구엘 코토(푸에르토리코), 후안 마누엘 마르케즈(멕시코), 셰인 모슬리(미국) 등 최강자들과 수없이 많은 명승부를 만들었다. 2009년엔 미국 타임지 표지 모델로 선정되기도 했다.

2015년에는 무패 복서 플로이드 메이웨더(미국)와 '세기의 대결'을 펼쳤다. 당시 메이웨더는 1억5000만달러(1800억원), 파키아오는 1억달러(1200억원)의 파이트 머니를 받았다. 역대 최고액이 걸린 스포츠 이벤트로 남았다. 지난 2019년에는 만 41살에 키스 서먼(미국)을 꺾고 WBA 웰터급 슈퍼 챔피언에 올랐다.

필리핀의 국민적 영웅인 파키아오는 현직 상원의원이다. 이번 경기를 마지막으로 링을 떠날 수도 있다. 파키아오는 경기 전 ESPN과 인터뷰에서 "(이번 경기가)라스트 댄스냐고? 절대로 알 수 없다"고 답했다.

대통령 선거 출마 여부가 가장 큰 변수다. 로드리고 두테르테 필리핀 대통령의 지지자였던 파키아오는 여당인 필리핀 민주당(PDP) 대표로 선출되기도 했다.

필리핀은 대통령 연임이 불가능하나, 두테르테 대통령은 딸인 사라를 앞세워 권력을 유지할 계획이다. 필리핀 국민들의 대통령 지지율은 75~90%로 매우 높다. 지난 7월 당대표에서 물러난 파키아오는 대통령이 아닌 부통령 출마도 고려하고 있다. 필리핀 대선은 내년 5월이다.

만약 대선을 앞두고 별도의 은퇴전을 치른다면 늦어도 올해 안에 열릴 전망이다. 파키아오는 "(당초 맞붙기로 한)스펜서 주니어 또는 세계복싱기구(WBO) 웰터급 챔피언인 테런스 크로포드와 대결하고 싶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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