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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방 붐 타고 서양 요리도 인기|「음식의 도시」북경… 외식문화 번창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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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8면

「북경에 살면 전국의 음식을 두루 먹어 볼 수 있다(신재 북경, 흘편 전국)」는 말 그대로 북경은 다양한 중국음식을 접하기에 편리한 요충지다.
북경을 중심으로 중국의 음식 맛이 동쪽은 맵고(동랄), 서쪽은 시고(서산), 남쪽은 달고 (남철), 북쪽은 짜다(북함)는 오행 식 배열을 하여 특징을 두기도 한다.
그 중앙인 북경이 다양성에서 뿐 아니라 맛의 수준에서도 중국인 자신들이 중국에서 가장 「문명 된 도시」 라고 하듯이 제일 높은 게 당연한 일.
정통궁중요리 전문인 북해 공원 속의 방선 반장은 담백한 음식 맛으로 한국인의 식성에 가장 가깝지만 부담이 큰 것이 흠.
간·발목껍질 등 오리를 재료로 하는 모든 요리를 갖추었다는 북경요리의 대부 격인 전취덕은 왕부정 이외에도 네 곳의 지점이 있으나 오후6시 이후는 그날의 음식이 일찌감치 동이 나 버린다.
외국관광객이 즐겨 찾는 왕부정의 동내순은 수안 양러우로 이름난 곳. 비전의 양념장으로 양고기의 노린내를 제거한 이 이슬람 식 요리는 항상 발 디딜 틈 없이 손님을 끌어들인다.
이밖에도 전문의 삼선만두로 이름 높은 도일처, 서단의 물 만두집, 경풍포자 가마하나를 2백여 년 동안 사용하며 고기를 요리해 내고 있는 사과거 반장 등 식도락가를 유혹하는 집이 한두 곳이 아니다.
궁정·관부·소수민족의 3대 종류, 산동·사천·광동 등 지역별로 나눈 8대 계통 2백50여종에 이르는 지방특산이 있다는 중국음식은 그러나 사회주의 체제라는「또 하나의 맛」을 그 속에 가미하고 있다.
왕과 제후의 전제가 중국요리를 발달케 한 역사적 배경이었다면 현대중국도 똑같이 영향을 끼칠 것이기 때문이다.
북경의 광동 식 전문 호텔음식점에서 종업원이 상어지느러미요리를 모르는 수가 있는가 하면 대중상대의 꽤나 규모가 큰 음식점 매장 중앙으로 뚜껑도 없는 하수구가 설치되어 악취가 진동하는 경우조차 있는 현실이기도하다.
이 같은 의미에서 공금이 지출되는 중국의 고위간부들, 소득이 높은 연예인, 그리고 외국인이 주로 찾는 요리와 한달 2백원내외의 일반민중이 접근가능한 식생활이라는 이중구조가 사회주의 체제 속에 형성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개방·개혁정책의 진전과 더불어 이 같은 상황은 점차 개선되어 나가겠지만 최근 미국식 패스트푸드가 급신장, 또 다른 식생활 풍토를 북경에 심고 있다.
87년 천안문광장 건너편에 문을 연 켄터키 치킨의 경우 1년 후 분점 2개를 늘릴 정도로 인기를 끌고 있다.
중국인의 닭고기 기호를 노린 미국인의 투자는 당초 비싼 가격을 감안, 고객 1인당 평균 닭고기 한 토막 골로 소비할 것으로 예상했으나 두개씩 팔린 것으로 나타나 당초예상의 두배 이상 수익을 기록했다는 것이다.
이 같은 추세에 고무되어 피자헛이 최근 북경에 등장한데 이어 맥도널드 햄버거도 진출을 서두르고 있다. .
한편 서민층을 상대로 하는 개체호음식점이 대거 나타남에 따라 북경시민의 외식문화가 점차 형성되고 있는 조짐을 보이고 있다.
중국인에 인기가 있는 한국식 냉면의 경우 최근 몇 년 사이 북경시내에 약 3백 개의 냉면 집이 등장한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그러나 중국인이 즐기는 냉면은 밀가루로 면을 쫄깃하게 만들어 겨자를 치지 않고 약간 단맛을 띠게 한 것. 원래 중국에 없는 자장면이 한국에 정착했듯이 중국식냉면이 맹렬한 속도로 번지고 있다는 지적이다.
중국요리의 명성이 있게 한 그 주인으로서의 중국인들의 식성이 사회주의 체제의 절제와 평균주의 적 원칙아래 억제되어 왔다면 이제 새로운 변화분위기 속에 점차 식성을 회복하기 시작한 것으로 보인다.
식탁에 고기가 없으면 식사한 것으로 여기지 않는 푸짐한 식성을 가진 중국인으로서는 더 나은 식욕을 위해서도 개방·개혁을 추진하려 했을 것 같다.
1층에 켄터키치킨, 2·3층에는 서구각국의 메뉴를 선전하는 식당과 한국·일본음식점, 그리고 소련 식·이슬람 식 음식간판이 어깨를 다투는 이른바「먹자 빌딩」이 천안문광장의 동쪽 화룡가 일대에 형성되고 있음도 이를 반증한다.
한편으로 중국음식의 명성을 되찾을 주요고객 층으로서 중국의 대규모 무역경제기관의 종사자들과 외국인 관광객이 증가하고 있으며 엄청난 수요를 지닌 대중들의 식생활양상의 변화도 북경음식문화의 다양성을 더해 나갈 것이다. 【북경=특별취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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