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밝은 내일에의 열망 결집할 때다(사설)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2면

◎본지 창간 25돌에 즈음한 우리의 견해
우리 사회는 지난 3년 동안 안팎에서 요동치는 거센 변화에 어떻게 대응하느냐는 문제와 씨름하면서 지내왔다.
현재 우리가 직면하고 있는 변화는 주변 여건의 기본바탕을 바꾸고 있는 광범한 변혁의 규모와 깊이를 가진 것으로 이에 어떻게 대응하느냐는 문제는 전민족의 진운에 직결되어 있다.
안으로는 정치ㆍ경제ㆍ사회 등 모든 분야에서 「이대로는 안되겠다」는 개혁의 욕구가 쏟아져나오면서 변화를 재촉하고 있다. 밖에서는 냉전시대의 대결을 마무리짓고 경제적 실익을 군비경쟁에 우선시키는 새로운 국제질서가 추구되는 과정에서 변화의 바람이 강도를 더하며 불어오고 있다.
○변혁의 불확실성
이와 같은 시대적 변화는 지금까지 우리 사회가 익숙해져 있는 고정관념의 틀로는 대처하기 어려운 과제들을 수없이 우리 앞에 던져주고 있다. 우리 사회는 이에 맞서 우선 스스로의 결집력을 굳혀 통일된 의지로 밖으로부터의 도전에 대응하면서 이 변혁기를 새로운 도약의 전기로 활용할 수 있는 태세를 하루빨리 갖추지 않으면 안된다. 그와 같은 집단적 노력에 신문은 어떤 역할과 기능을 발휘함으로써 기여할 수 있는가.
창간 25돌을 맞으면서 중앙일보는 그와 같은 자문에 성실하게 응답하는 자세를 확인해보는 데서 이 날의 뜻을 되새기고자 한다.
중앙일보가 창간을 맞아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는 우리에게 귀중한 사실을 확인해주었다. 그것은 우리 국민들이 비록 현실에 대해 비관적이고 개혁의 속도에 대해 좌절을 느끼고는 있지만 우리 사회가 그같은 현실을 능히 극복하고 보다 나은 내일을 개척해나갈 수 있다는 자신감을 보여줬다는 사실이다.
두가지 설문에서 그것은 명백히 드러났다.
하나는 10년 뒤 우리 정치ㆍ경제가 지금의 일본 수준으로 안전과 성장을 이룩하게 되리라고 생각한 사람이 41%로 다수를 차지했다는 점이다. 또 하나는 10년 뒤 우리나라가 국제사회에서의 영향력이 지금보다 더 커질 것이라고 믿는 사람이 전체의 63.8%에 이르렀다는 사실이다.
○낙관적 미래상
우리는 물론 여론조사 결과를 맹신하는 것은 아니다. 여론이 그렇다고 해서 저절로 그렇게 되는 것도 아니고 그런 낙관적 미래상이 그것만으로 현재와 미래를 개척하는 힘이 되는 것은 아니다. 다만 이 여론조사 결과는 적어도 우리 국민의 다수가 현실에 대해 품고 있는 불만이 패배주의에서 나오는 자포자기적 비판이 아니고 보다 나은 내일을 창조하려는 생산적 의지와 열망을 바탕으로 삼고 있다는 점만은 분명한 것이다.
이 점을 확인한 이상 남은 과제는 그와 같은 국민적 열망을 어떻게 결집하고 변혁의 진통을 지혜롭게 극복하는 원동력으로 동원해서 10년 후에 대한 그 비전이 실현되도록 연결시키느냐는 방법을 찾는 데 있다. 우리는 그 역할이 우리 사회 구성원 전체가 떠맡아야 할 사명이며 특히 지금 심각한 불신의 대상이 되고 있는 정치인과 관료,그리고 사회지도층이 당연히 솔선해서 맡아야 할 일이라고 믿는다.
그 첫 걸음은 우선 정치가 하루빨리 정상기능을 회복하는 데서 찾아야 함은 물론이다. 정치는 불확실성으로 가득한 이 변혁기에 사회를 지탱해주고 집단의지에 방향을 제시하는 제도적 중추로서 내일에 대한 가측성을 제시해야 된다.
지금 정치권은 여야를 막론하고 자기들끼리의 승부에만 이기면 국민의 지지는 저절로 확보되리라는 시대착오적인 환상속에서 허우적거리고 있다. 그런 저질의 이전투구만 계속할 경우 그들은 앞으로 연이어 있을 각종 선거에서 도태될 수밖에 없다는 징후가 하나 둘이 아니다.
○결집된 국민적 의지로
정치가 변혁기에 대한 자각을 통해 제자리를 찾을 때 난국에 처해 있는 우리 경제도 큰 힘을 얻게 될 것이다.
짙게 깔린 불확실성을 걷어내고 내일의 정치제도가 어떻게 정착될 것이며 미래를 이끌어갈 지도자가 어떤 비전과 정책을 가진 어떤 유의 인물 또는 정당에서 나올 것인지를 예측할 수 있을 때 투자의욕도 생산의욕도 활기를 되찾을 수 있게 될 것이다.
현재의 암울한 현실을 10년 후의 밝은 전망으로 이어지게 해줄 힘은 기본적으로 정치의 기능회복과 그에 바탕한 경제력의 활성화와 국민의 호응에서 나올 수밖에 없는 것이다.
거기서 얻어지는 국력의 결집은 외부세계의 변화를 호기로 활용할 수 있고 전민족의 숙원인 통일의 길을 터주는 여건도 마련해줄 것이다.
지금 페르시아만에서 일고 있는 전쟁의 위험도 그 본질에 있어서는 석유의 공급과 가격결정권을 어느 세력이 잡느냐는 경제적 성격을 강하게 띠고 있다. 그런 면에서 페르시아만의 전운도 유럽이 추진하고 있는 경제통합이나 경제우선주의로 되돌아선 소련이나 군사경쟁보다는 경제적 회복을 외교의 핵심으로 삼고 있는 미국의 움직임과 성격을 같이하는 것이다.
냉전 다음에 올 세계질서의 원동력은 경제적 실익추구를 통한 각 지역,각 국가 단위로 추진될 국민들의 삶의 질 향상 경쟁임을 우리도 때늦기 전에 깨달아야 한다.
이 경쟁은 이미 시작되었는데 우리는 출발점에서부터 뒤떨어지고 있다. 더이상 지체할 여유가 없다. 국민이 열망하는 10년 후의 낙관적 미래를 실현하려면 우리 내부의 갈등을 공동운명체의식으로 극복하여 형성되고 있는 새로운 세계질서에 하루속히 참여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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