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 논술학원 수업 내용 서울대 논술 문제서 뺄 것"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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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대 총장은 "2008년 입시에서 서울대는 강남의 논술학원에 의존한 학생들이 좋은 점수를 못 받도록 만들겠다"고 말했다. 이 총장은 취임 100일을 맞아 지난달 31일 언론사 중에선 처음으로 중앙일보와 인터뷰를 하면서 "지금까지 논술 문제를 출제하기 전에 강남 논술학원에서 가르치는 내용들을 확인해 (문제에서) 제외시켰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 "논술은 여러 다양한 풀이 과정과 답이 나올 수 있는 시험"이라며 "(논술 사교육이 서울대 입시에 도움이 안 되면) 강남지역 학생.학부모가 강북으로 옮겨갈 수도 있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이 총장은 "학부모들이 사교육에 의존하는 것은 불안감 때문이라는 걸 안다"며 "이른 시일 안에 논술에 대한 정보를 교사와 학부모들에게 알려주고 논술 출제에 앞서 현장에서 가르치는 일선 교사들의 의견을 많이 듣고 참고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 총장은 "논술은 창의적 사고, 통합교과적 접근과 방향이 일치하며, 대학과 사회에서 강조하는 의사소통 능력, 글쓰기 능력 함양과도 부합한다"며 논술 교육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이 총장은 이와 함께 "아시아 대학 총장 모임에서 우리나라의 (타율적) 입시제도를 얘기했더니 다들 깜짝 놀라더라"며 "대학에 자율권을 줘 대학이 알아서 인재를 선발하고 교육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그는 사회주의 국가인 중국의 칭화대가 국가시험과 본고사로 학생들을 뽑는 걸 사례로 들며 "칭화대 학생들은 오후 11시에 기숙사 불이 꺼지면 손전등을 비춰가며 공부할 정도로 치열하게 경쟁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고교등급제.본고사.기여입학 금지를 골자로 하는 정부의 3불(不) 정책에 대해서는 "대학의 자율이 중요하지만 현재로선 어쩔 수 없이 수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총장은 또한 "우리 사회가 대학을 믿고 신뢰하는 분위기가 되면 (가정형편이) 어려운 학생들이나 과학 등 한 가지에 뛰어난 자질을 보이는 학생을 선발할 수 있을 것"이라며 "임기 중 방법을 모색해 다음 총장 때 실현될 수 있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그는 "(경제적 약자에게) 용기를 주는 책무가 우리에게 있다고 본다"고 덧붙였다.

서울대의 장기 비전과 관련해서는 "앞으로 20년 내에 서울대를 세계 10위권의 대학으로 도약시키겠다"며 "한국 안에서가 아니라 일본의 도쿄대와 교토대, 중국의 베이징대와 칭화대 등을 뛰어넘어야 한다"고 말했다.

[인터뷰동영상보기] http://tv.joins.com/tv_detail.asp?mov_id=2006_1106_094510

권근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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