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부 갈린 38㎞ 언덕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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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6면

승부는 38㎞ 언덕에서 갈렸다.

남은 선수는 제이슨 음보테(29), 키루이 키프롭(26), 필립 매님(28) 등 케냐 출신의 세계 정상급 마라토너 세 명뿐이었다.

오르막이 시작되면서 키프롭과 매님이 다소 주춤하는 틈을 음보테가 파고들었다. "오르막에선 자신 있다"는 음보테는 막판 스퍼트로 단숨에 선두로 치고 나오더니 역주를 거듭, 2위 키프롭(2시간9분5초)을 52초나 앞선 좋은 기록(2시간8분13초)으로 결승선을 통과했다.

이봉주(36.삼성전자)는 반환점까지 선두그룹에서 분전했으나 25㎞를 지나면서 체력 저하로 선두그룹에서 떨어져 나와 7위로 처졌다. 그러나 막판 불꽃 투혼으로 압델카데르 엘 무아지즈(모로코.2시간13분28초) 등 2명을 따라잡고 5위로 골인하는 저력을 보였다.

이날 참가 선수들은 초반부터 치열한 기록 경쟁을 벌였다. 처음 5㎞ 통과 기록이 14분53초로, 케냐의 폴 터갓이 2003년 세계기록을 세울 때와 똑같을 정도로 페이스가 빨랐다.

그러나 10㎞와 20㎞부터 이어지는 오르막에서 발걸음이 둔화됐고 이 같은 추세는 30㎞까지 이어졌다. 17명이던 선두그룹은 20㎞를 지나며 8명으로 압축됐고 30㎞부터는 케냐 출신 3인방만이 남아 우승 경쟁을 펼쳤다. 이봉주는 초반 선두그룹을 유지하기 위해 과속한 탓에 체력 소모가 컸고 결국 중반 이후 선두그룹에서 멀어졌다.

이날 날씨는 기상청 예보와 달리 마라톤 하기엔 더할 나위 없이 좋았다. 새벽에 천둥을 치며 비를 뿌렸으나 동이 트면서 맑게 개었고 출발 시간인 오전 8시에는 섭씨 13.1도까지 올라갔다.

황영조 국민체육진흥공단 감독은 "해가 뜨면서 오히려 기온이 올라 더울 것을 걱정했으나 바람이 적당히 불어(초속 2.5~3.0m) 데워진 몸을 식히는 데 오히려 안성맞춤이었다"고 말했다.

신동재.이충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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