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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협회장 사퇴권고 파문/불씨안고 일단잠복/이사회 해명촉구로 마무리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20면

◎변호사 변론권 한계싸고 공방/서명운동등 소장 움직임 주목
대한변협 인권위소속 변호사들의 박승서회장 사임권고에서 촉발된 변협의 내홍은 14일 열린 전국이사회가 박회장에게 해명을 촉구하는 선에서 마무리지음으로써 일단 진정국면에 접어들었다.
그러나 이러한 변협간부들의 결정과는 달리 소장변호사 등 1백여명이 사임촉구서명에 돌입한데이어 17일오후에도 모임을 갖고 성명을 통해 박회장의 사퇴를 거듭 촉구하는 등 파동의 불씨는 여전히 꺼지지 않은 상태다.
실제로 서명변호사들은 이사회가 「박회장 사임불가」로 결론짓자 서명운동을 전국으로 확대시켜 나가기로 방침을 세워 사태진전에 따라서는 변협이 양분되는 태풍의 눈으로 작용할 소지도 있다.
지난5일 인권위변호사 30명 전원사퇴와 함께 박회장사임권고가 제기된이래 이에대한 찬ㆍ반론이 내연해 왔으나 대다수 변호사들은 이 문제를 드러내놓고 거론하기를 꺼리면서도 법원ㆍ검찰과 함께 「법조3륜」의 한가닥인 변협의 진통이 국민들에게 어떻게 비쳐질지 촉각을 곤두세워왔다.
인권위원들의 사임권고가 처음 있었을때 이에 반대한 변호사들은 변론권의 속성을 들어 박회장의 강민창 전치안본부장에 대한 변론을 옹호했다.
이들은 『사형수나 간첩도 변호하는 것이 변호사의 직무윤리인이상 박회장이 강씨를 변호한데는 잘못이 없으며 특히 발생당시 여론에 일방적으로 매도당하고 있던 강씨사건 변호를 맡은 것은 오히려 용기있는 행동』이라며 사퇴요구를 못마땅해 했다.
많은 변호사들은 수임한 사건에 대해 최선을 다하는 박회장의 성실성과 업무 자세를 높이 평가하며 동정론을 펴왔던 것이다.
또 강씨 사건을 수임하고 있는 상황에서 회장에 당선됐으므로 무죄가 선고됐다고 뒤늦게 담당변호사를 매도하는 것은 잘못이라는 주장이다.
박회장 자신도 회장취임 8개월전에 맡은 이 사건에 대해 취임이후 『변협회장으로서 변호를 계속하는 것이 곤란하다』며 변호인 사임의사를 밝혔으나 강씨가족이 완강히 반대해 뜻을 이루지 못했던 것으로 알려져있다.
그러나 사임에 찬성하는 변호사들은 이번 사임권고가 변론권의 한계와는 전혀 무관하다며 자유로운 변론권을 위축시키려 한다는 시각에 대해 큰 불만을 나타냈다.
박회장이 강씨변호를 맡았다는 사실이 물론 사임권고의 직접계기가 됐으나 이보다는 그동안 박회장의 직무수행에 대한 불신과 불만이 사임권고라는 집단행동의 진짜 원인이라는 설명이다.
한 변호사는 『박회장이 지난해 2월 취임한이래 인권활동에 소극적이었으며 결정적일 때마다 침묵하고 대응을 미뤄왔다』고 주장했다. 그예로 지난해초 노태우대통령이 중간평가약속을 철회했을 때 변협이 「중평실시는 위헌」이라는 성명을 낸 것을 들었다.
박회장이 변호사자격으로선 어떤 사건도 맡을 수 있으나 변협의 대표라는 「공인」으로서 변협이 여러차례 진상촉구와 관계자처벌을 요구했던 사건의 변호를 함으로써 결과적으로 변협이미지를 실추시켰으며 따라서 도의적 책임을 져야한다는 주장을 펴고 있다.
이들은 사퇴촉구성명에서도 밝혔듯이 차기 변협회장은 인권의식에 투철한 인사여야 한다는 경고적인 의미도 포함돼 있다고 밝히고 있다.
이같은 양측의 주장에 대해 변협 이사회는 박회장의 행위는 다소 문제가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임기를 7개월 남긴 시점에서 사임하는 것은 무리라는 판단에 따라 사임권고 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이는 회장거취문제는 오로지 본인 결단에 달려있으므로 이사회가 어떤 결정을 강제할 수 없다는 뜻이기도 하다.
현재로서는 서명변호사가 개업중인 전체변호사 1천8백72명중 극히 소수이긴 하지만 명예를 중시하는 법조계에 큰 후휴증과 상처가 남게될 것이 틀림없다.
이에대해 법조계에서는 이질적인 요소가 혼재해 있는 변협의 특징을 지적하며 『이같은 진통은 변협의 민주적인 체질을 보여주는 건강한 현상이기 때문에 민주화 과정에서 변협이 반드시 한번 겪어야 할 아픔이라는 긍정적인 측면을 살려 슬기롭게 수습됐으면 한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김석기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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