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해복구 군의 도움 컸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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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7면

국방의 간 성인 군이「재난에서 사회와 시민을 지키는 방패」로 역할을 확대해 새로운 이미지를 심어 가고 있다.
이번 수재를 통해 이같은 군의 역할과 자세변화가 특히 두드러지게 부각돼 과거 일부 「정치군인」들의 탈선과 파행으로 왜곡됐던 민-군 관계를 바로잡고 국민의 군대라는 바람직한 원래 모습과 인상을 선명히 했다는 평가다.
군은 이번 수재가 발생한 초기부터 현재 곳곳에서 진행되고 있는 복구작업까지 긴급구조·시설감시·응급공사·재민보호·환경정리 등 지원업무에 사실상 주역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이는 이상훈 국방장관과 이진삼 육군참모총장을 비롯한 군 지휘부의 민주화시대 군의 위상재정립이라는 확고한 의지의 표현으로 해석되고 있다.
집중폭우로 피해가 발생하기 시작한 10일 밤부터 전군엔 대민 지원을 위한 비상대기 령이 내려졌다.
11일 오전2시40분쯤 육군특전사 장병 58명이 경기도 성남시 성남 동 재건 촌 주민 30명을 수몰위기에서 구조한 것을 시작으로 곳곳에서 구조작업이 전개됐다. 수해기간 군의 인명구조만 2만여 명.
특히 고양 한강 둑 붕괴에서는 군이 사전에 상황을 파악, 군 당국과 협조해 주민들을 한밤중임에도 무사히 대피시키는 수훈을 세웠다.
침수가 시작되자 육군 제1719부대·7163부대 등 군 병력 2만여 명이 현장에 투입돼 12일 이후 헬기 10여대·수송기3대 및 덤프트럭·포클레인 등 중장비 2백여 대를 동원, 고립주민구조, 복구작업에 밤을 새우고 있다.
서울 뚝섬일원을 물바다로 만들 뻔했던 용비교부근 제방 붕괴위기 때는 특전사(사령관 서완수 소장)의 9인조 수중특공대가 물밑 8m에 뚫린 구멍을 찾아내 이를 막아 엄청난 재난으로부터 시민의 생명과 재산을 구했다.
수마가 지나간 뒤 14일 오전8시부터 육군방패부대장병 1만1천여 명이 한강고수부지에 대한 대청소작전을 편 데 이어 15일에는 이 장관을 비롯한 국방부직원 9천여 명이 아예 고수부지로 출근, 방패부대장병 9천여 명, 건군 42주년 국군의 날 행사준비병력 1천여 명 등과 함께 흩어진 오물과 진흙을 제거하는 등 군이 피해복구일선에 앞장서 문자그대로「믿음직스런 일꾼」의 모습을 보여주었다.
군의 이같은 대민 봉사노력은 물론 어제 오늘의 일은 아니다.
87년7월의 셀마 태풍으로 인한 충청·경기지역의 수해 때도 각종 장비 1만2천여 대와 연인원 1백만 여명을 동원, 6천7백 여명의 인명구조 및 복구활동을 폈고 지난해 나주 등 전남·경남지역 수재에도 41만 여명의 법력과 6천6백 여대의 장비를 투입해 피해복구를 위해 구슬땀을 흘렸다.
지난해 말 강원도 지역의 폭설 때는 4만여 명의 병력과 장비 2백여 대를 동원, 46명의 인명구조와 제설 및 도로복구 등을 했고 지난달 초에는 피서객들이 버린 각종 쓰레기로 더럽혀진 하천 및 계곡·유원지 등에 대한 대대적인 쓰레기 소탕작전을 펴 수도권지역 내에서만 2주간 57만여 명의 병력과 각종 장비 1천6백여 대를 동원, 무려 1천1백여t의 쓰레기 및 오물을 수거하기도 했다.
뿐만 아니라 지난해3월 서울지하철 파업당시 1백30여명의 기술인력과 6백여 대의 버스를 동원, 시민들의 묶인 발을 풀어주기도 했고 지난2월 각종 폭력 등으로 민생치안이 어려울 때는 방범지원에 나서는 등으로 사회의 중요한 한 부분으로서 전시 아닌 평화시의 역할을 스스로 넓혀 가고 있다. 군 내부의 민주화와 함께 바람 직 스런 자세이고 변화라 하겠다.

<이만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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