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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현씨 영장서 드러난 'SK공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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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29일 검찰이 청구한 이재현 전 한나라당 재정국장의 구속영장에서 지난해 11월 한나라당 측이 SK로부터 1백억원을 받는 과정이 드러났다.

11월 12~26일 이 자금을 영수증 처리하지 않고 최돈웅 의원과 공모해 받았고, 지난 2월 선관위에 12월 말 현재의 정치자금 수입지출 내역을 신고하면서 김영일 의원과 공모해 허위신고했다는 것이다.

자금 지원 요청은 최돈웅 의원이 지난해 10월 말과 11월 롯데호텔 지하 1층 양식당에서 김창근 SK구조조정본부장을 만나 직접 한 것으로 드러났다. 崔의원이 "다른 기업들도 정치자금을 제공했으니 SK도 도와달라"고 요청했다는 것이다.

이어 11월 12~26일 崔의원 아파트 지하주차장으로 金씨가 다섯 차례 차를 몰고가 崔의원 차에 옮겼고,주변에 대기 중이던 李씨가 싣고갔다고 검찰은 밝혔다. 李씨는 "당사로 돈을 가져가 모두 재정위원장실에 보관하고 사용했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李씨 조사를 통해 崔.金의원에 대한 사법처리가 불가피하다는 판단을 내린 것 같다.

검찰은 그러나 李씨가 아직도 범행의 중요 부분을 부인하거나 진술을 거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특히 그가 지난 1월 관련 자료를 폐기했다고 말해 자금을 유용했을 가능성도 있다는 것이다.

문효남 대검 수사기획관은 "추가 조사를 통해 청탁 여부나 추가 공모관계가 밝혀질 수 있다"고 말했다. 崔.金의원뿐 아니라 조사 대상자가 더 늘어날 수 있으며, 적용할 혐의도 추가될 가능성이 있음을 시사한 것이다. SK 측이 돈을 주면서 청탁이 있었다면 알선수재나 뇌물죄까지 적용할 수 있다고 보는 것이다.

민주당 대선자금 수사도 본 궤도에 진입했다. 검찰은 이날 대선 당시 민주당 선거대책위 업무조정국장을 지낸 이화영(현 열린우리당 창당기획팀장)씨를 불러 이상수 의원이 당시 SK에서 받은 10억원의 편법 회계처리 여부와 또 다른 기업들로부터의 불법자금 수수 여부 등을 캐물었다.

검찰은 민주당 쪽에서 제기된 '대선자금 이중장부'의혹과 대선 잔금 횡령 여부도 주목하고 있다. 文기획관은 "정치권의 공방 내용을 다 조사할 수는 없지만 단서가 잡히거나 신빙성이 있는 말에 대해서는 알아볼 것"이라고 했다.

◇노무현 대통령 전 운전기사 소환=검찰은 최도술씨와 SK 돈 11억원의 일부를 나눠 쓴 것으로 드러난 盧대통령의 전 운전기사 선봉술씨에게 구체적 용처를 추궁했다.

검찰은 "崔씨와 선씨가 오래 전부터 잘 알고 지낸 사이"라고 밝혔다. 검찰은 선씨에게 건네진 돈이 생수회사인 장수천이나 盧대통령과 연관이 있는지에 대해서도 확인 중이다.

문병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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