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년 전 연기 입문 때처럼 가슴 설레"|첫 연극무대 나설 오유경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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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1면

영화배우·탤런트·MC등으로만 낯익은 오유경씨(38)가 연기생활 18년만에 처음 연극무대에 나섰다.
주역을 맡은 작품은 극단 로뎀이 지난6월 초연해 화제를 모았던 번역극『실내 전』(원작 마르틴 발저, 번역 김창호, 연출 강영걸)앙코르공연. 12일부터 매일오후3시·7시30분 동숭동소극장에서 공연한다.
「부부싸움」을 고상하게 표현한 듯한『실내 전』의 소재는 역시 중년부부에게서 생기는 갈등이다.
부부 두 사람만 등장하는 이 작품에서 오씨는 결혼생활 19년 동안 평탄하게만 살아오며 삭혀 왔던 내밀한 이야기들을 펼쳐 보인다.
『처음 연기생활을 시작할 때처럼 설레는 기분도 들어요. 연극 관객과 실제로 맞부딪치며 숨김없이 현실의 생각과 행동을 재현하는 것이라는데 진정한 맛이 있다는 걸 느끼나 봐요.』
전형적인 소 심형 남편 역으로 오씨와 함께 공연하는 하상길씨도『자기 자신을 투사한 듯한 연기자세에 기대가 크다』고 말한다.
지난 7월10일 히트를 기록하며 끝난『실내 전』1대부부 윤주상·이주실씨가 원숙하고 격렬한 연기로 성공했다면 하상길·오유경씨의 2대 부부는 부드러우면서도 신랄한 언어에 주안점을 두고 있는 듯. 오씨도『이주실씨가 작품 중 부부간의 갈등에 중점을 뒀다면 저는 결국 부드러운 화해에 이끌려지는 따뜻한 분위기 연출에 힘썼다』고 말한다.
30∼40대 중년부부들이 주요 잠재관객 층임을 밝혀 준 이 작품에서 오씨는『관객들에게 부부관계의 두 가지 유형, 즉 서로간에 과감한 외과수술이 필요한 부부관계와 깨어질세라 조심하는 도자기 닦기 같은 부부관계를 보여주겠다』면서도『저의 실제 생활이 그렇듯, 후자에 더 기울게 된 것 같다』고. <채규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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