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밀려오는 수입양주…주류업계 위협|주 세율 조정으로 본 현황과 앞날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0면

『한국의 술 시장을 잡아라.』
수입개방 물결을 타고 위스키 등 각종 양주들이 물밀듯이 몰려들어 국내 애주가들을 유혹하고 있다.
지난 84년 7월 맥주수입이 자유화 된데 이어 87년 10월 와인류 수입자유화, 그리고 지난해 7월 위스키·브랜디 등의 수입이 자유화 된데 이어 올 들어 위스키의 쿼터 제 마저 폐지됐다. 이 때문에 국내 술 시장은 국산과 외제가 한데 어우러져 한판 승부를 겨루는 춘추전국시대를 연상케 하고 있다.

<개방 후 급신장 추세>
더욱이 내년부터는 양주 하면 위스키를 떠올릴 정도로 양주의 대명사처럼 알려져 있는 위스키의 세율이 2백%에서 1백50%로 인하됨에 따라 의제 위스키의 국내 고급주류시장「점령작전」이 본격화될 전망이다.
예상보다 싼값과 조니워커·시바스리갈 등 우리에게 친숙한 상표, 국내 소비자들의 선호가 합쳐지면 외국산 술이 국내양주시장을 지배하는 것은 사실상 시간문제라는 분석도 있다.
그동안 기본적으로 비싼 값 때문에 시장형성이 더디던 양주시장은 소득증가와 과소비풍조 등을 타고 최근 몇 년 새 급신장을 보이고 있다.
위스키는 지난해 2천억 원, 올해는 2천5백억 원의 시장으로 성장, 국내 2조5천억 원의 술 시장에서 10%를 차지하고 있다.
내년에 세율이 낮춰지면 전체 술 시장에서 위스키비중은 더욱 커질 전망이다.
그러나 위스키시장이 커진다 해도 그 커진 몫이 국산위스키차지가 되기는 힘들 것으로 보인다.
조니워커·시바스리 갈 등 외제와 비길 때 상표명에서 벌써 몇수 접고 들어가야 하는 데다 값 차이라야 별 게 아니다.
조니워커 레드 1병이 현재 3만3천 원(7백㎖기준)인데 국산특급위스키는 2만7천 원 정도다.
내년에 주 세율이 내리면 가격차이는 더욱 좁혀져 상대적으로 싼값을 내세우기는 더 힘들게 됐다.
이번 정부의 주 세율 조정을 계기로 국내 양주시장의 규모와 추세, 시장전망 등을 알아본다.

<세계적인 업체 참여>
이와 동시에 국산 술은 상대적으로 얼마나 수출되고 있으며 수출에 따른 문제점이 무엇인지 분석해 본다.
◇국내 양주시장 규모=연간 국내 술 시장 규모를 약 2조5천억 원으로 추정할 때 수입주류시장은 약 1천5백억 원 규모. 국내 술시장의 6∼7%를 점하고 있는 셈이다.
국내 위스키시장 규모는 지난해 2천억 원이었으며 올해는 약 2건5백억 원 규모로 추정된다. 주류수입완전자유화 원년인 올해에 스카치위스키 수입량은 약 4천만달러, 버번 위스키는 약1백만 달러(각종 세금포함)어치가 수입될 것으로 보고 있다. 이같은 금액(약 3백억 원)은 국내 위스키시장의 12%선이 되는 것이다.
올8월말 현재 수입된 주류는 줄잡아 4백여 종. 주종별로 보면 와인이 3백여 종으로 가장 많고 그 다음이 위스키·코냑 류 60여종, 보트 카 7종, 기타 진·맥주, 중국산 주류 등의 순이다.
이들 수입주류는 세계적인 스카치위스키회사나 국내 25개 대형 주류수입상들에 의해 국내에 들어온다.

<시바스리 갈 등 인기>
세계적인 혼합스카치위스키 업체는 빅(Big4)으로 불리는 시그램(캐나다), UDG(영국), IDV(영국), 하이램 워커(캐나다)사 등 인데 이들은 이미 우리나라에 진출했거나 진출채비를 서두르고 있다. 로열설루트·시바스리 갈 등으로 유명한 시그램사는 두산과 손잡고 OB시그램 사를 설립해 놓고 있으며 진로는 최근 UDG와 합작, JUD사를 세웠다. UDG는 조니워커·올드파·딤플 등을 생산해 내고 있다.
그러나 현 단계에서는 외 산 양주가 국내시장에서 크게 맥을 못 추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국내 수입주류 면허업체들은 각종 의제 술을 앞다투어 들여와 각축전을 벌이고 있으나 백화점 및 대형쇼핑센터에 마련된 수입양주 매장은 비교적 한산하다.
신세계백화점의 주류 구매책임자인 김성배씨(33)는『평일에는 하루3∼4병 정도밖에 팔리지 않는다』며『이는 아마 많은 사람들이 대부분의 양주가 수입 가의 15∼18배나 되는 턱없이 높은 가격에 거부감을 느끼고 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신세계백화점의 경우 지난해 추석 때는 국산위스키는 3억 원 어치, 수입위스키는 8천만 원어치를 팔았는데 올해는 수입위스키 판매량이 다소 늘어날 것으로 점치고 있다.
외산 양주 판매가 예상보다 부진한 이유는 미군부대나 외국여행객들로부터 흘러들어 오는 면세 술(연간 1백20만병 추정)과 정식수입품과의 값 차이가 터무니없이 크기 때문.
영국 등 이 틈 있을 때마다 위스키 주 세율 인하를 요구해 왔고, 이번에 1백50%로 위스키 세율을 낮췄음에도 부족하다고 불평하는 것도 바로 이같은 이유 때문이다.

<여성음주 층도 증가>
그러나 지금 사정과는 달리 90년대 중반에는 수입주류시장이 국내전체 술시장의 약 30%, 1조원 이상이 될 것으로 주류업계는 보고 있다.
▲미국과 EC의 관세인하압력으로 수입주류의 가격이 점차 낮아지고 ▲생활수준의 향상에 따라 고급술의 수요가 늘어나는 한편 ▲유통시장의 개방과 외국의 다국적 기업의 참여로 시장구조가 변화한다는 것이 그 논거다.
◇위스키 세율인하에 따른 시장판도=국내 위스키업계는 위스키의 세율이 2백%에서 1백50%로 인하돼도 국제위스키 원액가격의 인상과 원액의 결제수단인 파운드 환율의 인상으로 실제 위스키 가격에 큰 영향을 미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고 있다. 외국 위스키의 경우 약 2천 원 정도 값이 내릴 것으로 예상된다는 것이다.

<올 2천5백억 잠식>
더구나 위스키의 주된 판매장소는 유흥업소인데 업소에서 큰 폭의 가격하락은 좀처럼 기대하기 힘들다는 것이다.
그러나 맥주주세와 위스키 주세가 동일한 관계로 중상 층의 경우 맥주인구가 위스키 소비인구로 전환될 가능성이 없지 않다.
현재 주류소비패턴은 첫째 가정시장이 꾸준히 확산되고 있고, 둘째 양보다 질이 추구되는 고급화현상을 볼 수 있으며, 셋째 각종 주류의 대중화 추세 및 여성음주 층의 증가현상, 넷째 건강을 생각해 고도주보다 저 도주를 즐겨 찾는 것 등으로 변하고 있다.
외국 위스키업체들도 이같은 변화를 중시, 다각적인 판매전략을 세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JUD의 마키팅이사인 앨런 에프 롭슨(영국)는『수입개방과 위스키 세율인하로 양주가 가정에서 많이 소비될 것으로 본다』며 위스키가 가정용 고급술이 돼 냉장고에 많이 들어가도록 노력하겠다고 기염.
◇국산 술의 수출=우리나라의 술 수출은 해마다 꾸준한 증가세를 보이기는 하지만 아직 걸음마 단계에 불과하다.
국세청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우리나라 술 수출은 모두 1천4백64만 달러(1백2억4천8백 만원)로 88년의 1천1백69만 달러에 비해 25% 늘어나는데 그쳤다. 올해도 지난해 수준을 크게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수출은 걸음마 단계>
주종별로 보면 맥주와 소주가 전체의 70%이상을 차지한다. 수출 국가도 미국·동남아·일본 등 우리교포가 많이 살고 있는 지역이 거의 대부분이다.
이제까지 한인들이 많이 사는 곳에 수출하는데 그쳐 왔고 기껏해야 올림픽을 통해 우리 술의 존재를 해외에 알리는 수준에 안주해 왔다.
그러나 국내 주류업체들은 언제까지나 국내시장에서 아귀다툼을 할 수는 없다. 술 시장 규모가 한정돼 있기 때문이다.
제품의 다양화와 고급화를 먼저 이룬 다음에 시장 다변화를 통한 수출물량 증대를 꾀할 시점이 온 것이다. <박의준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