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소의 「중동평화」 선택/「정상 하루만남」 무엇을 남겼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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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확전저지ㆍ미의 소 경제지원 등 합의/군사 제재강화엔 이견… 후속타 관심
미소간의 헬싱키 정상회담이 예상했던 대로 이라크의 침략을 규탄하고 유엔의 결의를 재확인하는 등 이라크사태에 대한 양국의 공동입장을 확인하는 성명을 발표하고 폐막됐다.
이번 회담이 중동을 위기로부터 구하는 드라마는 연출하지 못했으나 양국 정상이 공동성명을 통해 평화적 해결원칙을 밝힘으로써 중동사태가 전쟁으로 확대될 소지는 많이 감소됐다.
특히 미소가 이번 기회를 통해 탈냉전시대의 협조체제를 재확인했다는 데도 큰 의미가 있다.
즉 과거 이데올로기 시대에 제3세계의 분쟁에 관해 꼭 반대의 입장에서 대립했던 미소가 세계평화와 안정유지라는 차원에서 공동의 보조를 취했으며 소련의 경제적 어려움을 돕기 위해 미국이 적극 나서기로 한 점등이 주목할 만하다.
그러나 중동사태를 해결하는 구체적 처방을 만들어내는 데는 성공하지 못했다.
7시간의 마라톤회담 결과를 집약한 공동성명이나 50여분간의 공동기자회견은 양국 정상간의 이견이 적지 않았음을 보여준다.
우선 중동위기를 해결하는 기본적 접근방법에서부터 차이를 보였다.
사실 미국은 소련에 대한 경제적 지원을 조건으로 하여 소련으로부터 이라크에 좀더 엄격한 군사적 제재조치를 취하는 데 대한 동의를 얻어낼 작정이었으나 실패했다.
고르바초프는 『이라크를 국제사회에서 추방하는데 반대한다』는 입장을 분명히 함으로써 이라크의 완패를 추구하는 미국의 입장에 반대했다.
이런 배경하에서 공동성명에 양국이 평화적 해결을 추구한다고는 했으나 여기에 미국이 조건을 붙였다.
즉 현재와 같은 조치를 이 위기를 종식시키지 못할 경우 추가적 조치를 고려한다는 사족을 붙여놓았다.
공동성명 곳곳에서 이런 방식의 해결이 눈에 띈다.
이라크에 대한 철저한 경제적 제재조치를 희망하는 미국과 인도주의 차원에서 적절한 숨통을 터주기를 희망하는 소련의 입장이 공동으로 반영돼 있다.
나토식의 중동지역 방위체제를 희망하는 미국의 입장과 국제회의 방식으로 쿠웨이트 사태뿐 아니라 이스라엘의 점령지역문제까지 다루자는 소련의 입장이 함께 표현되어 있다.
고르바초프는 기자회견에서 이점에 관해 양국 정상간에 이견이 있었음을 분명히 밝히기도 했다.
이라크에 파견된 소련군사고문단의 철수를 희망했던 미국의 요구가 즉각 받아들여지지는 않았으나 두 정상간에 양해가 이루어진 것으로 보인다.
미국이 사우디아라비아로 대규모 병력을 파견한 의도를 의심했던 소련의 오해도 풀린 것 같다.
소련군부가 미군의 중동지역주둔이 소련의 안보를 위협한다는 점을 제기했던 것을 의식,고르바초프는 부시에게 이점도 분명하게 거론했다.
고르바초프는 이번 위기가 끝나는 대로 미군은 즉각 철수한다는 다짐을 부시로부터 받아내고 공개적으로 확인했다.
따라서 쿠웨이트사태를 놓고는 미소 두 정상간 누구도 승자가 없다는 평이 나오고 있다.
이번 회담에서는 쿠웨이트사태뿐 아니라 전략무기ㆍ재래식무기 감축문제도 거론됐으며 무엇보다 소련의 경제를 미국을 중심으로 서방세계가 어떻게 도울 수 있느냐가 집중 논의됐다.
부시는 기자회견석상에서 이 문제를 의회와 논의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고르바초프는 이번 사태와 미국의 경제지원을 결부시키는 시각에 강한 반발을 보였으나 소련이 미국의 경제적 지원이 필요하다는 점을 부인하지 않았다.
미소 두 정상의 중동사태 평화적 해결원칙합의로 인해 다음은 양국 외교적 조치가 관심의 대상이 되고 있다.<워싱턴=문창극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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